발리 요가원에서 생긴일
발리에 와서 여러 가지 요가, 명상수업에 참여하였다. 하타요가와 같은 이미 익숙한 수업부터, 몇 번 접해보았던 Yin요가, 사운드힐링. 처음 해보아서 재미있게 참여했던 Water Yoga나 플라잉요가. 요가원에서 시바사나요가를 하며 함께 진행했던 Breathwork 수업이나 익숙한 듯했지만 익숙하지 않았던 쿤달리니요가도 있었다. 어떤 수업은 조금 지루하기도 했고, 쿤달리니 수업에서는 처음에 동작을 바꿔가며 호흡에 집중하여 에너지를 끌어올리다가 누워서 이완을 하니 바로 잠이 들기도 했다. 그럼에도 다양한 수업을 시도해 볼 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9일 차. <Meet Your Future Self>라는 명상수업에 참여하였다. 물론 명상이야 혼자 할 수도 있지만, 나는 집단에너지를 믿는다. 모두가 몰입의 에너지를 한 장소에 가져오는 순간 나를 둘러싼 에너지는 더 커지게 된다. 또한 정해진 시간과 장소가 주어졌을 때 그만큼 집중이 잘 되는 건 말할 것도 없다. 이번 수업에서도 딱 그 정도만 기대를 했다. 그리고 앉아서 얼마 시간이 흐르지 않았는데 지난밤 만났던 한국분이 생각났다. 우연히 만나서 함께 식사까지 하였는데, 그분은 위빠사나명상을 깊게 하고 있는 분이었다. 그리고 명상원에서 열흘간 지냈던 경험을 공유해 주었다. 처음엔 너무 힘들어서 이게 맞나 싶다가 3-4일 차가 됐을 때쯤 갑자기 학창 시절 자살시도를 했던 기억이 떠올랐다고 했다. 바다에 뛰어들려고 바다로 걸어가는데 갑자기 칼바람이 불어서 너무 추워서 그만뒀다는 이야기. 그런데 명상원에서 명상을 하다가 갑자기 ‘지금의 내가 그 바람을 그때의 나에게 불어줬구나, 과거의 나를 살린 게 지금의 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면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다고 하였다. 나한테 이상한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다고 하였지만, 전혀 황당하게 들리지 않았고, 오히려 깊은 연결감을 느꼈다.
그리고 오늘, 명상중 갑자기 그 생각을 하다가 지금의 내가 과거의 나와 손을 잡는듯한 왼손에 강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과거의 나를 지금의 내가 보살피고 있는 그 느낌이 강하게 들면서 나도 눈물이 주르륵 흘렀다. 얼마쯤 몰입했을까, 미래의 나가 지금의 나를 보살피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면서 오른손에도 강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과거의 나, 현재의 나, 미래의 나가 모두 함께 손을 잡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 손은 내가 아는 다른 사람들에게, 그리고 내가 모르는 사람들에게까지 뻗어져 나갔다. 내가 그린다기보다는 나타나는 것에 가까운 선명한 이미지였다. 이게 모두가 하나라는 느낌일까. 계속 눈물이 나고 손에서는 에너지가 끊임없이 느껴졌다.
“이제 주의를 천천히 몸으로 돌리세요.”
20분쯤 진행됐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벌써 한 시간이 지나있었다. 그리고 정말 천천히 지금의 장소로 돌아오게끔 시간을 주었는데, 이 에너지와 감각을 끊어내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이 또한 내려놓고 항복해야 했다.
그리고 다음 날, <Mana Movement> 수업에 참여했다. 처음 들어보는 수업이었는데, 하타요가와 같은 것은 남성적인 에너지가 강한 움직임이라면, Mana Movement는 천천히 곡선을 그리며 연속적인 동작을 반복하는 여성에너지가 있는 수업이라고 강사는 설명하였다. 조명이 낮은 스튜디오에서 처음에는 앉아서 손, 발, 머리, 몸통을 차례대로 움직였다. 초반에는 지시에 따라서 천천히, 그러다가 조금 더 빨리, 나중에는 스스로 눈을 감고 자유롭게 동작을 하는 식으로 반복이 되었다. 앉아서 있다가 조금씩 일어나서 나중에는 온몸을 다 사용하였다. 천천의 몸의 여성에너지가 깨어나는 느낌이 확실히 기존 요가와는 조금 달랐다. 그러다 마지막 10분, 강사는 모두 눈을 감고 여태까지 깨운 에너지를 사용하여 미래의 나를 몸으로 그려보라고 하였다. 평소 같으면 몸을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 감이 안 왔을 것 같은데, 이미 한 시간 동안 몸이 많이 깨어있는 상태라 그런지 정말 몸이 자유롭게 움직였다. 그리고 마치 몸이 붓이된듯 머릿속의 이미지를 손, 발, 몸, 머리로 그리고 있었다. 내가 몸으로 그리고 있는 이미지는 너무 아름다워서 그릴수록 몰입이 되었다. 언젠가 그 미래는 나에게 올 것이고, 나는 그 그림을 그린 오늘을 기억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