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풀러닝
지난 주말, 달리기를 함께 시작했던 친구들과 만나서 점심식사를 했다. 각자의 근황을 공유하기도 하였지만 역시나 몸에 관한 이야기는 빠질 수 없었다. 그중 먼저 달리기를 시작한 친구는 ‘마인드풀러닝’ 코스를 듣고 있기도 하였는데, 본인도 더 천천히 달려야 한다는 것을 코스를 들으며 깨달았다고 하였다. 그리고 나의 최근 달리기를 돌아보았다.
나는 초보자 치고는 속도가 빠른 편이다. 처음에는 내가 빠른 지도 인지하지 못했다. 달리는 시간에만 신경 쓰라는 말에 정말 시간에만 신경을 썼고, 나중에야 속도가 눈에 들어왔다. 친구들은 ‘애정, 정말 빨리 달리네요!’라고 놀라곤 했다. 그리고 몇 차례 나보다 더 달리기를 오래 한 친구들과 달릴기회가 있었는데, 그들과 함께 달려도 힘들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뛰어놀던 몸과 ‘빨리빨리’가 배어있는 몸의 합작일 것이다. (다시 한번, 초보자 기준이다.)
그런데 마인드풀 러닝, 즉 러닝이 단순히 운동이 아닌 마음을 돌아보는, 현재에 머무르게 하는 시간이라면 나는 조금 더 천천히 달려야 했다. 지난가을에 달리기를 시작했을 때는 비슷한 속도로 달렸지만 그래도 주변을 조금 더 돌아보았다. 매일매일 변하는 나뭇잎의 속도와 함께 달리는 재미가 있었다. 그런데 겨울이 되니 매일매일 풍경이 같아 보였고, 자연스레 앞만 보고 달리게 되었다. 이런 변화에 아무런 의식도 못하고 있었는데, 러닝 친구들과 만남 후 아이러니 하게도 ‘천천히 달리기’가 숙제가 되었고, 오늘 아침 평소보다 천천히 달리다 보니 골목골목 자꾸 고개를 돌리는 나를 발견하였다. 어쩌면 나도 모르게 조금 더 빨리 달리는 욕심을 냈는지도 모르겠다.
습관, 즉 ‘자동화 모드’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도 무서운 것인지 최근에 다시금 느끼게 하는 소소한 사건이 있었다. 며칠 전 아침에 일어나기가 너무 힘들었다. 일어나고도 몸이 계속 무거웠다. 가만히 앉아서 잠깐 명상하는 시간을 가지며 몸에 귀 기울여보니 목도 조금 따가운 것 같았다. ‘아, 오늘은 몸이 조금 쉬어야 하는구나.’ 달리기를 쉬기로 마음먹고 매일 하는 스트레칭을 하고 지난주에 배운 훌라를 연습하였다. 몸이 조금 달아올랐고, 나는 방으로 들어가 운동복으로 갈아입었다. ‘아 맞다. 나 오늘 달리기 안 하려고 했는데…’ 스트레칭을 하고 훌라연습을 하고는 러닝을 하러 나가는 평소 습관대로 옷을 갈아입은 것이었다. 옷을 갈아입은 김에 가볍게 5분을 뛰고 들어왔고 다행히 컨디션이 괜찮았다.
우리는 이렇게 익숙한 것에 길들여진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빨라진다는 것이다. 물론 빠른 것에는 엄청난 장점이 있다. 더 효율적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 더 천천히 가야 할 시간이다. 천천히 주위를 둘러보고, 천천히 나를 돌아보고. 내일은 조금 더 천천히 달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