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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민 Aug 17. 2022

동네 단골 술집, 근데 이제 에피소드를 곁들인

#서울대입구 #육회마을

동네에 단골 술집이 있다는  마음의 안식처가 있다는 것과도 같다. 언제 가도 환한 얼굴로 반갑게 맞아주시는 사장님과  마시는 , 그리고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이 입맛에  맞는 안주. 여기에  가게를 나설 때마다  번이고 풀어놓을  있는 이야기가 보따리로 쏟아진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다. 오늘의 인터뷰이는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고 그것에 곁들이는 반주를 사랑하는 이다. 있으면 좋고 없으면 아쉬운  덕분에 그녀에겐 언제 가도 좋은 단골 술집이 생겼고, 그곳에서 생긴 술피소드는 그녀의 인생을 더욱 성하고 다채롭게 만들어주었다. 발길이 향할 때마다 이번엔  어떤 일이 생길까 고대하게 만드는 그곳. 인터뷰를 진행하는 삼십  남짓 동안 그녀는 입맛을 여러  다셨다.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저는 피아노 레슨을 하고 있는 서윤영입니다.


-윤영 씨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인터뷰일 기준 이틀 전에) 코로나 걸려서 집에서 지내고 있어요. 휴가를 가려다가 못 갔습니다. 그 전날에 코로나 결과가 나와서… 지금 제 인생을 다시 되돌아보고 있어요.


-확진되기 전에 뭐 하셨길래요.

뭐 아무것도 안 했는데, 어디서 묻어왔는지 모르게 걸렸어요.


-그렇죠. 요즘 알 수가 없으니까. 어쨌든 어서 쾌차하시길 바랄게요. 윤영 씨는 어디 돌아다니시는 걸 좋아하시죠?

네. 좋아하죠.


-어느 동네 많이 다니시나요.

지금은 사당 쪽으로 이사 와서 사당에서 많이 노는데, 그전에는 서울대입구 쪽 많이 갔어요. 거기 살았기 때문에요.


-주로 사는 동네 근처에 많이 돌아다니셨네요.

그런 것 같아요. 놀고, 먹고, 이동하기가 편하니까.


-그러면 개인적으로 좋아하시는 장소도 동네에 있으신가요?

네, 서울대입구에 육회마을이라고 있어요.


<육회 마을>의 육회


-육회마을은 뭐 하는 마을이죠?

육회를 파는 마을입니다. 육회도 있고, 낙지도 있는데 저는 육회만 먹어요.


-낙지는 왜 안 드시고?

섞어 먹는 거 안 좋아합니다. 육회만 먹어요, 육회만. 육사시미도 안 먹고.


-육사시미랑 육회는 비슷한 종류 아닌가요?

거기 육사시미는 맛없더라구요. (소곤소곤) 육회가 맛있어요.


-아, 그렇군요. 뭔가 음식에 철학이 있으신 것 같은데요.

저는 맛있는 것만 먹어요. (확신에 찬 눈빛 줌인)


-그래서 친구들 사이에서 불리시는 별명이 있다고요.

네, ‘서믿먹’이라고요. ‘서’는 제 성이고, ‘믿먹'은 ‘믿고 먹는다’는 뜻인데, 제가 추천하는 건 믿고 먹는다 이런 의미죠.


-그러면 숱한 맛집 리스트들 중 특별히 좋아하는 장소로 육회마을을 선택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거기는 에피소드가 많아요. 그중 제일 재미있었던 기억을 뽑자면, 2018년인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개봉했을 즈음이에요. 그때 친구랑 술을 마시다가 그 영화에서 나온 노래를 친구한테 들려줬는데, 갑자기 뒤 테이블에 있던 사람이 너무 좋다고 이러더니, 또 그 뒤에 있던 사람이 너무 좋다고 막 하면서 이제 다 하나가 된 거예요.


-다들 취기가 올라서?

그러기도 했죠. 그렇게 <We will rock you>를 부르기 시작했어요. 그때 모든 사람들이 막 쿵쿵 탁 쿵쿵 탁 이러면서 노래를 하는데 (웃음) 다 같이 그렇게 하나가 되었던 기억이 나요.


-장관이네요. 보지는 못했지만 아주 대단했을 것 같은데요. 그런 에피소드들이 여럿 있으시죠.

거기 꼭 함께 가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랑 가면 유독 그런 일이 많이 생겨요. 또 어느 날은 옆 테이블에 있던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저희한테 말을 걸더라고요. 그래서 그쪽 테이블 친구들이 한 명씩 저희 테이블에 와서 얘기하고 가고, 술 마시고 가고, 고민 상담도 하고 가고. 그렇게 이야기하고 헤어졌어요. 희한한 경험이었죠.


-고민 상담도 잘해주셨나요.

그냥 뭐… 술 먹었으니까 (웃음)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 안 납니다.


-걔네도 기억 안 날 거예요. (웃음)

(웃음) 아, 그중에 송중기 닮은 친구가 있었는데 (아쉽다는 듯한 표정)


-아쉽군요. 뭐 없었나요.

그때 남자 친구가 있었어요. (허망한 표정)


-허망한 표정 들어가도 되나요, 인터뷰에.

들어가도 상관없죠.


<육회마을>의 육회(위)와 육회 비빔밥(아래). 인터뷰이가 보내준 사진만 봐도 그 곳에 얼마나 많이 갔는지 알 수 있다.


-그럼 육회마을에 제일 처음 가셨던 건 언제였나요.

음, 아마 2014년이요. 친오빠 친구들이랑 술을 마시다가 거기를 갔던 것 같아요. 3차인가, 2차인가. 그리고 이후에 본격적으로 술을 마시기 시작했을 때는 막 갔죠.


-본격적으로 술을 마시기 시작한 게 언제죠.

그쯤이에요, 2014년. 저는 20대 초반에는 술을 거의 안 마셨어요. 그때는 술 안 먹으면 말고, 술은 그냥 술이다 이랬었는데,  중반부터 갑자기 마시기 시작해서 (웃음) 이젠 빠질 수 없는 게 되었죠. 그것도 진짜 희한한 일이에요.


-그러니까 이젠 인생의 일부분이 된 거죠.

그렇죠. 있으면 좋은 거 없으면 아쉬운 거.


-그럼 2014년부터 현재까지 여전히 육회마을의 단골이신 거죠.

맞아요. 주인 사장님이 저를 기억하게 된 계기도 있어요. 거기가 1호점, 2호점이 있는데, 1호점에서 친구랑 교회 오빠랑 셋이서 술을 마셨어요. 그때 ‘이게 마지막 병이다, 마지막 병이다’ 하면서 10병을 마셨어요.


-10병이요? 소주를요? 셋이서요? (기겁)

네 (쩝)


-이 얘기하면서 입맛을 다시시네요.

아, 시원하겠다. (웃음)


-와, 진짜 대단하시네요. 셋이서 10병을.

그러니까요. 이제 사장님이 그때 지쳐버리신 거예요. 그때가 거의 5시가 다 됐었고, 퇴근하셔야 되는데. 한 병만, 한 병만 이러고 안 나가니까. 확실한 시간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아무튼 조금 해가 밝아올 때였어요.


-그래서 이후로 사장님 머릿속에 윤영 씨가 강렬하게 각인된 거군요.

그렇죠. 그 이후로 제가 갔는데 술을 안 먹는다 싶으면 해가 서쪽에서 뜬다고 하시고.


-가서 술을 안 드신 적 있다고요?

비빔밥만 먹고 싶을 때 있어요. 그때 친구랑 가서 육회 비빔밥만 알게 모르게 먹었죠. 그랬더니 사장님이 이게 웬일이냐고 하시면서. (웃음)


-최근에 가보신 적 있으신가요.

네, 싸이 콘서트 ‘흠뻑쇼’ 끝나고 갔습니다. 옷이 아주 싹 젖어서 원래 집으로 가서 먹을까 했는데 1차로 완산정에 갔다가, 아, 완산정은 콩나물국밥집이에요. 가서 소주 한 병만 마시고 집에 가기로 했는데, 친구랑 삘 받아가지고 갑자기 육회마을로 향했죠. 그날도 에피소드가 있어요.


-정말 갈 때마다 에피소드가 생기시네요.

그날은 사람도 많이 없고 저랑 친구랑 구석에 앉아 있었어요. 우리 테이블이랑 우리 뒤에 커플 이렇게 두 테이블만 있었죠. 그런데 마시다 보니까 뒤에 커플이 없어진 거예요. 아직 2시가 안 됐을 때인데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불안하잖아요. 문 닫을까 봐. 그리고 조금 있다가 그 커플이 다시 들어왔는데, 여자분이 저희한테 ‘갈 줄 알고 불안했다고’ 하더라고요.


-둘이 같은 마음이셨군요. 혼자만 남아서 문 닫을까 봐.

그렇죠. (웃음) 그래서 막 그냥 ‘재밌게 노세요~’ 하고 있다가 이야기를 좀 하게 됐어요. 그리고 등 뒤로 막 건배하고 (웃음) 알고 보니 여자분이 저희랑 동갑이더라고요. 그런데 그 커플이 나갈 때 저희 테이블 계산해주고 갔어요.


-어머. 대박이네요. 아니 이 모든 에피소드들이 사실 한 군데에서 겪은 일이라고 하기에는 참 다이나믹하고 다양한데요. 마지막 질문입니다. 혹시 누군가 육회마을에 간다면 어떤 것을 하길 추천하시나요.

육회 비빔밥을 꼭 드셔야 해요. 또 육회 한 판을 시키고 육회 비빔밥을 먹어야 되고요. 소주 한 잔을 꼭 마셔야 해요.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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