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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민 Aug 20. 2022

어느 MZ세대 산악인이 꼽은 국내 최애 산

#제주도 #한라산

직업이란 무엇인가. 누군가에겐 자아실현을 위한 도구가 되기도 하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그저 생계를 위한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되지 않는다. 후자의 사람들은 대개 회사 문 바깥의 삶을 무척이나 중요하게 여기는데, 오늘 만난 인터뷰이 양선 씨 또한 그랬다. 그는 자신의 진짜 삶은 퇴근 이후 시작된다고 이야기하며, 2년 전 시작된 그의 취미 등산에 대해 깊은 애정을 드러내 보였다. 전국 방방곡곡 여러 산을 오른 그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로 꼽은 곳은 바로 6월 말 푸르름이 한창이던 여름의 한라산이다. 유명 산악인 조지 말로리의 ‘산이 거기에 있으니 오른다’는 명언이 절로 떠올랐던 인터뷰가 끝난 후, 필자 또한 어느 산에 올라 컵라면이 먹고 싶어졌다.


-안녕하세요. 먼저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32살 김양선이라고 합니다. 사는 곳은 의왕이고, 식품 제조업에서 안전 관리자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일한 지 이제 6년 차 되었어요.


-요즘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회사 집 회사 집 하고 있어요. 다른 회사로 이직을 하고 싶어서 이직 준비를 계속했거든요. 오늘 최종 면접을 봤고, 합격 통보를 받았습니다. 현재 다니고 있는 회사에도 이야기를 해놓은 상태이고, 이제 다음 주에 연봉 협상과 신체검사를 할 예정입니다. 9월 중순쯤 새로운 회사로 출근할 것 같아 요즘 준비를 하는 중에 있습니다.


-9월 중순이면 아직 꽤 남았네요. 그때까지는 현 직장에 다니시는 거죠?

네, 인수인계를 일주일 정도 해서 빨리 끝내고 휴가를 가려고요. (웃음) 휴가가 한 20일 정도 남아서, 가급적이면 최대한 많이 쓰고 가려고 해요. 휴가 기간 동안 해외여행을 다녀오려고 계획하고 있습니다.


-어디로 가실 예정인가요?

제가 얼마 전에 나트랑을 다녀왔는데요. 첫 해외여행이었는데 너무 좋았어요. 일단 물가가 저렴한 게 정말 좋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엔 동남아 국가 중에 태국을 한 번 가보고 싶어요. 방콕에 가서 팟타이나 태국의 맛있는 전통 음식도 먹어보고 싶고요. 또 밤에도 되게 핫하다고 하더라고요. (웃음)


-방콕의 나이트 라이프를 즐기러 갈 예정이시군요 (웃음) 그럼 본격적으로 인터뷰를 해보죠. 양선 씨가 주로 다니시는 곳은 어디인가요?

제가 일단 등산을 좋아해요. 동네에 있는 관악산, 청계산, 광교산, 이런 산부터 지방에 있는 월악산이라든지 금수산 등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면서 산에 올랐어요. 왜냐면 근교가 아닌 지방에서 등산을 하면 그것만의 매력이 있거든요. 서울 산에서는 볼 수 없는 지방산만의 어떤 특유의 경관들이 있어요. 그런 점들이 너무 좋은 거예요. 그래서 근교만 좀 다니다가 지방산의 매력을 알게 된 후로 지방도 많이 돌아다니게 되었어요.


-지방으로 가실 때는 당일 치기로 가능한가요?

부산에 있는 산이나 먼 지역에 있는 산들은 1박으로 가야 해요. 부산은 일단 이동시간만 해도 오래 걸리니까요. 그런데 당일 치기가 가능한 산들도 있어요. 충청도나 강원도까지는 1박을 하지 않아도 시간이 되더라고요. 새벽 5시나 6시쯤에 출발을 해서 그 지역에 도착한 다음, 등산을 하고 내려와서 해당 지역에서 먹을 수 있는 맛집도 가고. 맛집 탐방하러 다니는 것도 되게 좋더라고요.


-정상에서 한 잔 (손으로 술 마시는 제스처) 하시나요? (웃음)

저는 보통 운전을 담당해서 그게 좀 아쉽더라고요. (웃음) 마시고 싶은 마음은 있었는데, 차 때문에 먹지 못해서.


-술을 좋아하시는가 봐요.

술을 엄청 좋아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제가 운전을 담당하게 된 것도 있어요. 술을 좋아하면 운전이 아니라 마시고 싶으니까 운전 좀 해달라고 했을 텐데,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어서 운전을 담당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럼 개인적으로 좋아하시는 장소도 등산했던 곳들 중 하나일까요?

네, 제가 등산을 좀 좋아해서 (웃음) 가장 인상 깊었던 장소는 아무래도 한라산이에요. 한라산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이에요. 해발이 대략…


-백두산은요?!

(당황) 그건 잘 모르겠어요. (웃음) 대한민국에 있는 산 중에서는 한라산 해발이 대략 1950m로 가장 높은 산이라고 하더라고요. 설악산, 지리산도 높은데 그 산들보다 한라산이 더 높다고 해요. 어쨌든 그래서 갔다 왔는데 정말 뿌듯하긴 하더라고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높은 산의 정상에 올랐다는 그런 뿌듯함!


-정말 뿌듯하셨을 것 같아요! 올라가는데 얼마나 걸리셨나요?

왕복 8시간 정도 걸렸어요. 새벽 6시에 출발해서 오후 한 2시쯤 내려왔거든요. 올라가는 중에 정말 포기하고 싶은 생각이 몇 번 들었는데, ‘한번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꾸준히 올라갔어요. 또 같이 가는 일행이 있어서 더 끝까지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혼자라면 중간에 포기하고 돌아섰겠다는 생각도 정말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같이 가는 사람들이 있고, ‘같이 힘드니까 조금만 더 힘내자, 조금만 가면 정상이다’ 이런 마음으로 하다 보니 정상까지 오르게 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게 너무 뿌듯한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어요.


-누구와 함께 가셨나요.

등산 동호회를 통해서 친해진 형 두 명이 있는데, 그 형들과 저까지 셋이서 같이 다녀왔습니다.


-언제 가셨나요.

작년 6월 말쯤에 갔어요. 조금 더운 시기이긴 한데, 다행히 제가 갔을 때는 등산하기 전날 비가 와서 그런지 아주 덥지는 않았어요.


-저도 일전에 한번 한라산 등반에 도전을 했다가 날씨가 너무 안 좋아 입구를 막아서 못 갔던 경험이 있어요. 날씨가 좋으셨을 때 갔으면 정말 좋았을 것 같은데요.

맞아요. 올라가는 길에 눈앞에 절경이 다 펼쳐지니까 힘듦이 좀 풀리는 그런 게 있더라고요. 한라산 정상에 올라, 3대가 길해야 볼 수 있다고 하는 백록담도 봤어요. 엄청 깨끗하고 선명하게 보여서 정말 예뻤는데요. 괜히 우리나라의 명산이 아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첫 등반에 선명한 백록담까지 보시고 정말 운이 좋으셨네요. 그러면 혹시 다른 계절에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은 안 하셨나요.

안 그래도 여름에 갔으니까 겨울에도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겨울에 진짜 예쁘다고 하더라고요. 설산으로 한라산의 절경을 다시 한번 경험해보고 싶어서, 올해나 내년 1~2월즘 한라산을 또 한 번 가보려고 합니다.


-겨울 산행을 할 때는 장비가 특히 중요하잖아요. 장비 다 가지고 계신가요.

스틱, 아이젠, 스패츠 등 장비들 다 보유하고 있습니다. (웃음)


-스패츠가 뭐죠? 신발 밑창에 끼우는 건가요?

그건 아이젠이에요. 스패츠는 양말처럼 신발 위에 신는 건데요. 미끄럼을 좀 더 예방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어요. 등산화 위에 스패츠 신고, 그 위에 아이젠 끼우고, 그리고 스틱 들고. 크게 이렇게 세 가지 장비를 많이 해요.


-역시 다 준비가 되셨군요. 등산한 지 얼마나 되셨나요.

2년 조금 넘은 것 같아요. 물론 중간중간에 쉬는 시기도 있었는데, 총기간은 2년 정도 되는 듯합니다.


-등산을 하시게 된 계기 특별한 계기가 있으세요.

회사에 등산 동호회가 있었어요. 거기서 등산 한번 해볼 생각이 없냐는 제안을 받고 해 봤는데, 아, 생각보다 너무 재밌는 거예요. 올라가서 되게 뿌듯하고 내려와서 같이 맛있는 것 먹고. 힘듦과 성취를 같이 한 다음에 맛있는 음식들을 먹으면서 푸는 그런 것들이 너무 좋더라고요. 그렇게 등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앞서 말씀하셨던 동호회가 회사 동호회인가요?

그건 아니에요. 회사 동호회는 아무래도 나이대가… (웃음)


-그리고 막 부장님이 주말에 전화 와서 가자고 하시는 그런…? (웃음)

(웃음) 나이대가 좀 있다 보니까. 등산의 재미는 회사 동호회를 통해 알게 되었고, 이후에 제 또래분들과 등산을 좀 하고 싶어서 2~30대가 모여 있는 등산 모임에 가입을 하게 된 거죠. 그 모임을 통해서 정말 많은 산에 오르게 되었어요. 거기서 알게 된 분들과 한라산도 같이 가게 된 거고요.


-그러면 주말마다 가시는 건가요.

매주까지는 아니더라도, 2주에 한 번 정도는 근교에 가기도 하고, 지방에 내려가서 등산을 하기도 했어요.



-양선 씨가 생각할 때 등산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일단은 안전이라고 생각해요.


-역시 안전 쪽 일을 하시다 보니까! (무릎 탁)

맞아요. 더 그런 것도 있는 것 같은데, 등산이 특히 내려올 때가 정말 위험해요. 무릎에도 무리가 많이 갈 수 있어서 장비 착용이 정말 중요하고, 낮은 산이라고 하더라도 웬만하면 스틱을 이용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요. 또 등산화는 꼭 착용을 하는 게 좋은 것 같아요. 등산화는 확실히 일반 신발과 확실히 달라요. 접지력이 좋아서 미끄러운 점에서 땅에 딱 붙게 되거든요. 특히 산에서 내려올 때 미끄러지거나 부딪힐 확률이 높아서, 그런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천천히 조심히 내려오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갑자기 든 생각인데요. 양선 씨가 개인적으로 선호하는 아웃도어 브랜드가 있으신가요.

네파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다른 브랜드의 등산화들을 엄청 많이 신어본 건 아닌데, 두세 가지를 비교해봤을 때 네파 등산화가 좋은 것 같아요. 신발 끈이 아니라 다이얼로 돌려서 조이고 푸는 형태의 등산화가 있는데, 아, 물론 다른 브랜드에서도 나오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네파의 그 등산화가 조금 더 견고해 보이고 착용감이 좋더라고요. 신발 윗창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 발등을 덮는 부분이 딱 붙는 밀착감이 있어서 더 안정적인 느낌이 들기도 하고요. 그리고 디자인도 예쁜 것 같아요. 그래서 제 기준으로는 네파 브랜드를 선호합니다.


-안전 관련 일을 하시는데 이렇게 말씀을 해주시니 더 신뢰감이 드네요.

광고 아닙니다. 네파 관계자도 아닙니다. (웃음)


-네 알겠습니다. (웃음) 그럼 누군가 한라산에 간다면 무엇을 하길 추천하시나요.

우선 가시기 전에 날씨를 꼭 확인하시길 바랄게요. 날씨에 따라서 등산의 난이도가 확 달라지거든요. 특히나 한라산은 굉장히 높은 산이기 때문에 더욱 날씨 확인을 미리 잘하시는 게 중요할 것 같아요. 한라산 국립공원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실시간 탐방로 정보가 나와있거든요. 이런 데서 잘 확인을 하고 가시길 추천드리고요. 그리고 정상에 오르신다면, 아무래도 다들 그러시겠지만, 사진을 많이 찍고 오시면 좋을 것 같아요. (웃음)


-혼자 가면 어쩌죠.

정상에 오르시면 주변에 등산객들이 굉장히 많을 거예요. 그분들에게 부탁을 드리면 흔쾌히 사진을 잘 찍어주실 겁니다. 그리고 컵라면 먹어야죠. 저는 보온병에 뜨거운 물을 챙기고, 숙소 근처에서 김밥과 컵라면을 사 가서 정상에서 먹었습니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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