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현장에서 28화

잠입 취재

방송기사 쓰기의 어려움

by 정준영

인간의 육체를 본떠 만든 '리얼돌'과 '리얼돌 체험방'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한창일 때, 리포트를 하나 만들어야 했다. 그런데 영상이 문제였다. 체험방 사장에게 전화해서 "리얼돌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사를 쓰는 중인데, 영업장을 좀 찍게 해 주세요"라고 말한다면 흔쾌히 허락할까? 그럴 리 만무할 것이다.


그래서 이런 리포트엔 열이면 열 잠입 취재가 필요하다. 취재하려는 현장이 외부 접촉이 어려운 곳에 있고, 민감한 내용이어서 협조가 어려운 경우다.


그래서 서울 동대문에 있는 한 리얼돌 체험방에 돈을 내고 손님인 척 들어갔다. 기분이 영 찝찝했다. 리얼돌에 대해 찬반 논란이 있지만, 어쨌든 난 리얼돌을 이용할 생각이 전혀 없는 사람이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필요한 영상만 챙긴 뒤 종업원이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몰래 빠져나왔다.

잠입취재.jpg

한 번은 술을 팔고 직업여성이 나오는 노래방을 취재하기 위해 몰래카메라를 들고 간 적도 있다. 맥주 몇 병을 시켜놓고 사장에게 직업여성이 있는지 여부만 대화로 확인한 뒤 돈을 계산하고 가게를 나왔다.


의사를 취재하기 위해 환자 행세도 해봤다. 그냥 가면 만나주지 않을 것 같아서 발목이 삐었다는 핑계를 대고 진료 접수를 한 뒤 X-ray 사진까지 찍었다. 간호사 보기가 민망했다. 드디어 진료실에 들어가니 의사가 사람 좋은 웃음을 지으며 "사진으론 괜찮아 보이는데, 어디가 불편하셔서 오셨나요?"라며 물었다. 그제야 기자 신분을 밝히고 취재를 시도했다. 물론 거부당했지만


잠입취재는 어려운 일이다. 기자 티를 내지 않으면서도 필요한 대화를 이끌어내고 영상을 얻어내야 한다. 티가 안 나려면 그 방면에서 매우 익숙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줘야 한다. 즉 사전취재를 열심히 하고 연기력도 좀 받쳐줘야 할 것이다.


사실 마음도 불안하다. 불법을 행하는 사람을 몰래 취재하는 경우엔 혹시나 들통나서 해코지를 당하진 않을까 겁난다. 그리고 리얼돌 체험방이나 불법 영업을 하는 노래방처럼 내 가치관과 양심에 맞지 않는 업소에서 손님 행세를 한다는 것 자체가 께름칙하다.


방송기사 쓰기의 어려움이다. 방송은 현장성이 가장 중요하고 전달하려는 내용에 들어맞는 영상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기자가 말로 정보를 전달하지만 시청자들은 영상이나 그래픽에 시선을 더 둔다. 만약 글로만 기사를 써도 된다면 나는 굳이 현장에 가지 않을 것이다.


방송기자들은 오늘도 현장이 최대의 고민이다.

keyword
이전 27화죽음을 취재하다 명함이 찢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