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정준영 Apr 06. 2023

일확천금 광기 앞에 IQ는 소용없다

뉴턴도 실패한 투자, 우리는 성공할 수 있을까?

우리는 아이작 뉴턴을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위대한 과학자라고 알고 있다. 그런데 뉴턴은 영국에서 돈을 찍어내는 왕립조폐국 장관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런 뉴턴이 1720년 봄에 남긴 유명한 말이 있다.


"나는 천체 운동을 계산할 수는 있어도 사람들의 광기는 계산할 수 없다"


뉴턴은 남해회사의 주주였다. 남해회사는 영국 정부의 국채를 4분의 1 가격으로 사들였고, 이를 통해 300%에 달하는 큰 수익을 낼 수 있다는 말로 투자자들을 현혹해 주식을 사도록 했다.


아인슈타인과 더불어 인류 최고의 천재로 일컬어지며, 금융시장의 고급 정보를 누구보다 빠르게 접하는 자리에 있던 뉴턴은 과연 '성투(성공적인 투자)'했을까?


뉴턴은 주식의 가격이 두 배 이상 올랐을 때 매각해 100% 이익을 내기도 했다. 하지만 거기에서 만족하고 멈추지 못했다. 뉴턴은 매도 타이밍이 너무 빨랐다고 생각했던 모양인지 이후 더 많은 주식을 사들였다.


하지만 남해회사는 폰지사기 집단이었다. 실제로 회사가 벌어들이는 돈 없이 투자자들 돈으로 돌려 막기 하는 금융사기 조직. 이후 주식 가격은 폭락했다.


그 유명한 '남해회사 거품(The Southsea Bubble)'이다. 뉴턴은 지금 가치로 40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잃게 됐다. 최고의 지성 뉴턴도 주식 가격이 무한정 우상향할 것이라는 자본시장의 광기에 눈이 먼 한 명의 개미 투자자에 불과했던 것이다.


아이작 뉴턴 / 픽사베이(pixabay)


하물며 평범한 우리는 어떠한가


2021년 6월 코스피가 사상 처음으로 3300을 돌파했다. 역대급 '불장'이었다.


주변에서 다들 주식으로 돈을 쏠쏠하게 벌었다. 투자수익이 근로소득을 뛰어넘어 회사를 그만두고 투자를 전업으로 삼는 '파이어족'도 등장했다.


왠지 혼자만 '벼락거지'가 된 것 같은 상실감이 사회로 퍼졌다. 돈을 차곡차곡 은행에 넣어봐도 붙는 이자는 별 볼 일 없었다.


검소함 덕분에 잃거나 쓸데없이 낭비하는 돈은 없었지만, 남들처럼 투자 소득을 내지 못하니 숨 쉴 때마다 부의 격차가 벌어지는 것 같았다.


대체불가능토큰(NFT)이니 메타버스니 하는 분야들이 유망하다며 조명됐다. 뭔가 다른 종목보다 더 큰 수익을 빠르게 안겨줄 것 같은 기대감에 투자금이 몰렸다.


주가는 떨어질 때도 있었지만 오를 때가 더 많았다. 하루 몇 십만 원 수익은 우습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욕망의 욕조를 채우기엔 부족했다. '이런 푼돈으로 언제 십수억 원 하는 아파트를 살 수 있겠어?' 사람들은 투자 규모를 대담하게 늘렸고 빚을 지는 것도 서슴지 않았다.


그런데 막상 피땀 흘려 번 월급을 쏟아부으면서도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근본적인 이유를 궁금해하진 않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가 불황을 맞고 있었음에도 말이다.


요인은 하나뿐이었다. 고꾸라진 경제를 일으켜 세우기 위해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이 무제한 돈 풀기에 나서면서 시중에 유동성이 넘쳤기 때문이다.


늘어난 통화량에 더해 저금리가 역대급 '거품'을 만들어냈다. 중앙은행에게서 '궁극적 대여자(the lender of last resort)'로서의 무게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한국은행은 2020년 3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빅 컷(0.50% 포인트 인하)'으로 기준금리를 연 0.75%까지 내렸고, 그해 5월엔 연 0.50%로 인하해 상당 기간 유지했다. 흘러넘치는 자금은 주가와 가상자산, 부동산을 끌어올렸다. 기업 실적은 저조함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2020년 5월 금융통화위원회 기자간담회 보도자료 / 한국은행


결국 인플레이션이란 괴물이 탄생했다. 놀란 중앙은행은 허둥지둥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다. 한국은 기준금리를 연 3.50%로, 미국은 연 5.50%로 끌어올렸다. (2023년 10월 기준)


기준금리가 오르자 은행 예·적금 금리도 치솟았다. 이자는 '돈값'이다. 현금의 몸값이 급상승했다. 사람들은 은행에 돈을 몰아넣었고 자본시장 투자금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코스피는 1년여 만에 3300대에서 2100대로 30% 가까이 곤두박질쳤고, 비트코인은 개당 8000만원대에서 2000만원대로 추락했다. 서울 아파트 실거래지수도 20% 가까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며 2006년 통계 작성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시간이 흐르고 나면 과거는 비교적 분명하게 보인다.


증시가 정점에 달할 무렵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지만 인지하지 못했다. 아마 뉴스는 봤을지도 모른다.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금리 인상의 의미를 알려고 노력하지 않았던 것이다.


당시 주변 사람들이 부자가 되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판단력이 흐려진 것이다. 지금이라면 목돈을 한 번에 투자하는 어리석은 일은 저지르지 않았을 텐데, 후회막급인 사람들이 여럿일 거다.


빚투족들의 사정은 더 심각하다. 자산가치가 폭락하자 신용으로 산 주식은 반대매매로 팔리고 집은 경매에 넘어가버린 사람도 봤다.


광기는 저금리를 먹고 자랐다.


전문가들은 우리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착화된 저금리에 익숙해져 부채의 무서움을 모르고 살았다고 지적했다. 남의 돈을 빌려서 투자하는 '레버리지 투자'에 대한 경각심이 많이 약해져 있었다는 것이다.


1800년대 영국 경제학자로서 '이코노미스트' 편집인을 지낸 월터 배젓은 일찍이 저금리가 투기 광풍을 부채질하고 부실 대출을 장려해 금융 시스템을 약화시킨다고 경고했다.


그런데 고금리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다. 한국은행은 현재 4%대인 연간 물가상승률을 2%로 내리기 위해 기준금리를 연 3.50% 이상 수준에서 상당기간 유지할 계획이다.


미국의 기준금리는 오는 5월에 0.25%p가 더 올라 연 5.25%로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급락했던 자산 가격이 회복되기까지 얼마나 오랜 시간이 걸릴지 모른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내리기 시작하더라도 상황이 바로 호전되는 건 아니다. 누적된 금리 인상의 효과는 시차를 두고 작용한다.


심각한 경기침체가 올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호황기 자산 가격은 거품이 낀 상태였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당신의 주식 계좌나 집값이 손실구간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는 뜻이다.가계부채와 기업의 부실화가 현실적으로 나타날 위험이 크다.


이젠 '저금리 시대의 관성'에서 벗어나야 할 시기다.

이전 04화 몸무게처럼 출렁이는 환율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