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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술램프 예미 Nov 15. 2016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

꽃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때론 더럽다

중국인을 몹시도 사랑하는 선교사가 있었다. 항상 중국인을 향해 자신의 열정을 바치리라 다짐하며 중국에서 선교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린 선교사는 늘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이 중국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자신의 비전이 무엇인지를 이야기하곤 하였다. 어느 날 그런 선교사를 보며 선배 목사가 이런 이야기를 하였다.


"당신이 중국인을 단 한 사람이라도 알고 있다면 중국을, 중국인을 그렇게 사랑할 수 없을 겁니다."


후배 선교사는 그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중국을 향한 자신의 사랑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고만 생각하였다. 드디어 그는 중국으로 선교를 나갈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내 선배 목사의 말 뜻을 알 수 있게 되었다. 자신이 생각하던 중국과 중국인은 실제의 그것과 달라도 너무 달랐다. 그들을 몰랐을 때는 그들을 세상 누구보다 사랑한다고 생각하였지만 중국인들을 만나면서 그들의 탐욕과 거짓말들 역시 만나야 했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깊이 알면 알수록 사람은 사랑할 수밖에 없는 모습보다 사랑할 수 없는 수만 가지 모습이 있다는 것을 곧 알게 된다. 그래서 가까운 사람보다 멀리 있는 모르는 누군가를 돕는 것이 더 쉬울 수도 있을 것이다.



노인복지에 관심이 많았다. 내 아버지는 내가 어렸을 때부터 이미 노인의 길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유독 노인들 문제에 관심이 많았고 또 노인들이 잘 사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다. 그래서 이다음에 돈을 많이 벌게 되면 노인들을 위해 내 힘을 보태고 싶다고 생각했었고, 실버타운을 건설하고 싶기도 했었다. 


그래서 노인복지관과 취업센터 중에서 동시에 일할 기회가 주어졌는데 망설임 없이 노인복지관에서 상담하는 것을 선택하였다. 그때의 나는 위의 선교사와 똑같았다. 그전까지 노인들에 무척 관심을 많이 가지고 그들이 잘 사는 나라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으나, 가까이에서 접하게 된 노인들은 절대 사랑할 수 없는 생명체들이었다. 노인이 되면 지혜롭고 온화하고 세상 욕심이 없을 줄 알았다. 지천명이니 이순이니 누가 그런 말들을 하였단 말인가... 실상의 그들은 까탈스럽고, 억지스럽고, 막무가내였다. 어떤 노인은 직원의 뺨따귀를 후려갈기는 노인도 있었고, 욕을 해대는 노인도 있었다. 그리고 복지의 혜택을 받으면서 마치 자신이 갑인냥 행동하기도 하였다. 그런 날들의 경험 때문에 더 이상 노인들을 사랑하지 않게 되었다. 노인들이 잘 살든 말든 신경 쓰고 싶지도 않게 되었고 관심도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노인복지관 근처는 두 번 다시 가고 싶지도 않게 되었다. 그중에는 정말 인정 많고 좋으신 분들도 물론 있었지만 소수의 좋은 분들이 다수의 꼰대들을 덮어주지는 못했다. 


누군가를 알기 전에는 그 사람은 참으로 아름다운 사람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알고 난 이후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말 사랑하기 힘들어지는 대상이 될 때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해야만 한다고 다짐해야 할 때가 있으니 그 가장 가까운 대상이 남편이었다. 연애만 할 땐 서로 좋은 모습들만 주로 보이다가 결혼 후 서로의 밑바닥을 확인한 후 있는 그대로의 모습들을 서로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이었는지. 그 과정은 때론 지나치게 험난하기도 했다. 


가끔은 누군가가 나를 자세히 들여다볼 때가 두려워진다. 그래서 만남의 처음이, 새로운 만남들이 부담스럽다. 나를 깊이 알게 되었을 때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바라보게 될까 두려움이 앞서고, 어쩌면 그런 두려움들 때문에 나를 매우 좋아하며 다가서는 사람들을 밀쳐내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있다. 행여 내 모습을 알게 되었을 때 질려버리지나 않을지 나를 떠나가지는 않을지의 두려움.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사랑받는 일은 그렇게 어려운 일인 듯하다... 꽃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때론 더럽다. 벌레가 꼬여있을 때도 있고, 온갖 더러운 이물질들이 묻어 있을 때도 있다. 인간은 더 그럴 것이다. 


그래서 사랑이란 그렇게... 힘. 들.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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