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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15만원으로 살아남기

[Essay] 상상과 현실 사이에서 꾸는 꿈

by 한은

[1] 20살 남자의 용돈


20살이 되어서 1학기는 기숙사에서 살고, 2학기부터 자취를 시작했다. 20살이 되어보니 고등학생 때와 전혀 다른 자유가 내게 있었고 그 자유를 매일 즐기고 있었다. 대학생이라면 당연히 기숙사 생활을 해보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신청했는데 몸이 불편한 학우들과 함께 기숙사를 사용하게 되었다. 아침에 샤워를 하러 가면 세면대 워터파크 개장으로 항상 수업에 늦었다. 나는 물놀이를 원하지 않았는데 본의 아니게 물싸움을 아침마다 해야만 했다. 그래서 새벽부터 일어나 샤워를 가장 먼저 하는 습관을 가질 수 있었다.


우리 집은 돈이 많지 않았다. 20살이 되어서 한달 용돈을 15만원을 받았다. 고등학생 때와 차원이 다른 용돈이었기 때문에 20살이라면 당연한 용돈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 학과 동기들은 나보다 돈이 많은 것처럼 보였다. 알고보니 한달 60만원을 받는 학과 동기들 덕분에 용돈을 절약을 해야만 한다는 투지가 타올랐다. 당시 최저시급 4900원, 버스요금 1250원, 택시요금 2800원으로 천원도 아껴보겠다는 마음으로 5km 미만은 부지런히 움직여 무조건 걸어다니고 10km미만은 공용자전거를 타고 다녔다. 그래도 부족했던 생활비를 위해 알바와 과외를 알아보면서 연구실 학부연구생으로 지원 받아 용돈을 최대한 벌 수 있는 곳들을 알아보았다.


[1-2] 20살 남자의 자취방


2학기가 되어서 돈이 어느정도 모였을 때 자취를 시작하기로 했다. 돈에 부담을 드리고 싶지 않아서 아버지 몰래 돈을 벌고 있었는데 대학교 두번째 학기 때부터 용돈은 안주셔도 될 것 같다고 말씀을 드렸음에도 꾸준히 용돈을 챙겨주시는 것이 부모님 마음이었나보다. 만원도 아껴보겠다고 관리비가 적게 나올 확률이 높은 심야전기 원룸을 알아보았고 학교와 거리가 멀더라도 조금 더 저렴한 곳을 찾기 위해 노력했었다. 조금 더 부지런히 움직이자는 마음으로 일부러 멀리 있는 곳을 선택하기도 했지만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게을러질 것 같았다.

자취와 동시에 동기들은 방 주인인 나보다 더 자주 방을 사용했었는데 학과동기, 동아리동기 등 많은 사람들이 나의 자취방을 다녀갔다. 하루는 나도 실험실 과제 때문에 새벽 늦게 들어왔는데 눈을 떠보니 바닥에서 3명, 주방에서 1명, 책상에서 엎드려서 1명으로 그 좁은 5평 방에서 나를 포함한 6명의 남자들이 자고 있었다. 진짜 어이 없을 정도로 화가 나기도 했었지만 나름 낭만있었다. 나름 재미도 있었다. 그 나이대만 가능한 청춘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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