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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밀 Apr 06. 2024

Epilogue_항해를 준비하며

가벼움에 대하여

[먼지의 항해일지]


적어두고 너무 거창한 제목을 붙인 건 아닌지 고민했다. 첫 연재글, 부담감에 외면하다 드디어 자리에 앉았다.


이 일지는 외부로 보내는 일기이자 편지가 될 것 같다.

내면에 있는 이야기를 밖으로 꺼내는 과정이자

언젠가 누군가에게 닿을 목소리를 전하고자 한다.

 

하고싶은 이야기는 무궁무진하니까

드넓은 우주에 떠도는 먼지처럼

작지만 존재하는 사람으로

하고싶은 말을 잔뜩 하자.



가벼운 것은 시작하기 좋다.

작은 바람만으로도 날아오를 수 있으니까.

그때그때 불어오는 바람에

산뜻한 리듬을 유지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이 글은 항해일지다.


그저 먼지같은 존재감으로 허공을 부유하며

굴러다닌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항해를 위해선 목표를 세워야 하고

그 과정을 일지로 기록한다.

생각치 못한 장면들, 상황에

잠시 잠깐 발 붙이며 배운 것들,

느낀 것들을 착실히 모아 챙겼다.





#1.



먼지입니다.

가볍죠.

전 가벼움과 무거움을 오가며 살아요.

허공을 떠돌다 현실에 발붙이기도 합니다.

말투, 생각, 글은 한없이 가볍다가도

무겁게 가라앉아요.

유쾌한 태도를 유지하는 동시에 깊게 생각하려 하죠.


그 사이에는 불안이 숨어있어요.

우울과 슬픔이 고여있는 골짜기 같달까요.

그래서인지 그 사이의 태도를 유지하는 게

더 어려워요.

중간의 마음은 어렵구나, 생각합니다.




#2. 미술관에 안착하다.


가볍게 바람을 타고서,

마음의 바람을 따라 살다보니

미술관에 잠시 안착했다.

조금은 어리둥절하게 주위를 둘러본다.

미술과 예술에 대해

가까운듯 먼 거리를 유지하며 지내다보니

한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나는 예술과 미술, 아름다움의 가치

한 사람의 작업이 비추는 큰 우주와

업계의 크고 작은 소음들.

삶을 다채롭게 만드는 요소에 흥미가 있다는 것을.


미술 역시 그렇다.

때론 눈앞의 현실처럼

때론 유토피아의 구현처럼

과거부터 이어져온 난제와

현시대의 이야기, 디아스포라와 생태주의 등

다양한 층위를 드러내는

다양한 방식으로서 이를 아낀다.


사람을 생각하게 만들고

생동하는 논제, 그 환경을 만들어 주니까.

어렵고 이해하기 힘든 현대미술의 매력은

그곳에 있는 것 같다.



#2. 뒷 자리 손님들 (in cafe)


카페에 말 많은 사람들이 왔다.

주문을 하고 자리에 앉은 후,

누군가에 대한 험담이 시작되었다.


주문한 메뉴가 나오고

또 다른 사람에 대한 험담이 들리기 시작했다.

여러 사람의 외모, 행동, 재산 등에 대해

쉬지않고 불편한 말들이 들려왔다.


처음에는 불편했고 점점 불안해졌다.

혹시 나의 말에도 저런 그을음이 묻어있진 않을까?


좋아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싫어하는 것 또한 싫다고 말한다.

싫어하는 것을 이야기하다

자각도 없이 혐오의 표현을 내뱉진 않았을까?

그 말을 하는 내 모습은 어떻게 보였을까?


솔직한 것은 좋다.

하지만 때론 솔직함이 선을 넘으면 무례가 된다.

그 경계를 내가 잘 알고, 지켰으면 한다.

말은 입밖으로 나가는 순간 듣는 사람이 생긴다.

말에서 그 사람의 생각이 드러난다.

그 기저에 깔린,

말하지 않은 것들도 뉘앙스로 읽어낼 수 있다.

내가 그를 보고 상대방의 이미지를 그리듯

상대도 그럴 것이다.


모든 사람에게 좋은 사람일 필요는 없지만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사람이고 싶다.

나의 말에도 그을음들이 없는지

잘 살펴보고 말을 꺼내놓아야겠다.



‘먼지’라는 키워드로 시작하는만큼

가벼움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었다.


가볍고 무거운 이야기들을

앞으로도 이 공간에서 나누고 싶다.

항해일지는 이제 시작이다.

다음 글은 조금 더 다듬어서 돌아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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