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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밀 Apr 20. 2024

투명한 주머니를 지닌 산책

일주일치의 행복

[기록하기로 했습니다, 김신지, 휴머니스트 출판사]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매일 해내면, 일상에 먼지처럼 떠돌던 불안감-내가 지금 잘하고 있는 건가,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하는-이 점차 사라집니다.


남들에게는 보이지 않는 투명한 주머니를 지닌 채 집을 나서는 셈이었지요.


기록은 쉽다. 하지만 기록하지 않는 건 더 쉽기에 언제든 이미 지나쳐버린 마음으로 살게 된다.



에세이

좋아하나요?


김신지 작가님의 책은 기록을 시작하는 사람에게도

매일 꾸준히 기록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시작을 독려하고 옆에서 응원하며 달려주는 느낌입니다.


이 책을 읽을 즈음

'에세이를 왜 읽는지'에 대해 생각해 보았어요.


에세이를 읽는 것은,

삶을 통과해 나온 글을 보고

동경하는 삶을 가진 이와 동화되려 노력해 보는 것,

새로운 시도에 동력과 추진제가 되어주기도 하고,

좋은 점을 흡수하고 나쁜 것을 덜어내는 그 과정이

성장하는 과정과 맞닿아있는 것 같아요.


저는 내면의 성장과 중심을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쓰는 편인데

그런 점에서

다른 사람의 면면들을 들여다보는 에세이는

꽤 매력적입니다.




'나'를 이해하는 방법



요즘 베스트셀러인 쇼펜하우어의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가?]에도 이런 말이 나와요.


'인간은 자기 자신을 타자의 의식 속에서 정립한다.' 타인과 나를 구별하게 되고, 이를 통해 '남과 다른 나의 개별성을 지향하게 된다.' 개별성을 인정하는 일은 상호 이해하는 기반이 되고, 상대를 '자유로운 하나의 인격체로 인정'하는 일이다.


사람은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자아를 형성하고,

그 과정을 읽어냄으로써

자신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어요.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는 일에

관심이 많은 사람은

'나 자신'에 대해서 탐구하고,

알아가려 노력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삶의 기쁨과 슬픔, 괴로움과 고민이 잔뜩 실린

에세이를 읽는 일은 저에게 그런 의미를 가집니다.


 

'행복의 ㅎ'



다시 [기록하기로 했습니다]로 돌아와서

밑줄 그은 문장들을 보니

평소에 하던 생각과 참 많이 닮아있어요.


'행복의 ㅎ'은 김신지 작가님이 만든 말로,

'행복이라 부르기엔 어쩐지 조그맣게 여겨지는

사소한 순간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작가님은 '잘 산다는 건 다른 게 아니라

결국 좋은 순간들을 잘 기억해 두는 일이 아닐까'

라고 말해요.


저 역시 삶을 지탱해 줄

'삶의 사소한 아름다움들'을 찾아 나서기 위해

지금부터 지난 일주일간 하루에 하나씩 주운

행복에 대해 써보려고 합니다.






멋진 공간을 발견한

일요일


부산에는 전시를 보고, YES24에서 책을 산 뒤

야외정원에서 앉아 책을 읽고,

커피와 식사도 할 수 있는 멋진 복합문화공간이 있다.


바로

수영구 망미동에 위치한 F1963!


특히 마음에 들었던 공간은

F1963 맞은편,

Green House&Book

'책과 자연이 만나는 사색의 공간'이었다.


처음 보는 공간이었는데

푸릇푸릇한 식물과 책과 멋진 공간이 어우러져

완벽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었다.

다음엔 꼭 책 한 권과 시간 여유를 두고 방문해야지!



봄이 찾아와 녹음이 우거지기 시작하니 야외 정원과

그 속의 휴식공간들이 더욱 근사해졌다.


여기저기 구경하며 감탄하는 일이

즐거운 일요일이었다.



기록의 즐거움을 더한

월요일


잊고 있던 배송이 왔다.

그것은 바로 포토 프린터기!


다이어리에 사진기록을 함께 남기고 싶어

구매한 것이었는데 드디어 왔다.

생각보다 쉬운 작동법에 빠르게 세팅을 마치고

첫 출력을 해보았는데


세상에...


너무 재미있어서 그 자리에서 10장 정도를 뽑아댔다.

다이어리에 붙이니 기록할 맛이 10배는 더 좋아진 것 같다!


오늘은 일찍 자야지 했는데

사진 뽑은 김에 밀린 일기도 쓰고,

무슨 사진을 뽑을지 고민하는 재미에 빠져

결국 늦게 잠들었다


앞으로의 기록생활이 더 기대되는 월요일이다!


기억하는

화요일



벌써 10년이 흘렀다.



몇 년 전, 멀지 않은 곳에서 우리는 긴급속보를 듣고

오보를 들으며 가슴 쓸어내리고

실시간으로 가라앉는 거대한 배의

한 끄트머리를 보며 무력감에 절망했다.

‘자리에 가만히 있어라.

지시에 따르라.’는 말은

트라우마를 남겼다.


이런 국가적인 비극이 생길 때마다

나 하나의 존재감이 너무나 작게 느껴지고

‘내가 한다고 해서 뭐가 바뀌겠어?’

하는 마음에 자주 무기력해진다.


그러나

지금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한다.

끝나지 않은 이야기에 관심을 가지고

조금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투표를 하러 간다.

하나씩 행동으로 옮긴다.


황정은 작가님의 [일기]의 한 구절이 떠올라 적어본다.


‘다시 말해 누군가가, 그건 너무 정치적, 이라고 말할 때 나는 그 말을 대개 이런 고백으로 듣는다.


나는 그 일을 고민할 필요가 없는 삶을 살고 있다.


그렇습니까.‘



* 아래 링크를 클릭하시면 [시사인]에서 발행한

<세월호 10년, 100명의 기억> 기사를 보실 수 있습니다.

https://sewol100.sisain.co.kr/



금손등장,

짜릿한 수요일


퇴근하자마자 7시 티켓팅을 위해 빠르게 학원으로 간다. 초조하게 기다리다 정시가 되자마자 예매하기를 눌렀다.


2000번대로 진입했다!

오늘 사람이 적나? 이게 되나? 하는 마음으로

침착하게 대기하다

자동입력 방지문자를 누른다.

미리 봐둔 구역으로 거침없이 입장했다.


그리고 내 눈에 보인 포도알들...

세상에, 나 빨리 들어왔나 봐!


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욕심을 부려

중간자리 연석을 누르고 '결제하기'를 눌렀는데

세상에 이럴 수가,

화면이 넘어간다.


무사히 입금까지 마치고 내 손에 들어온 티켓 두 장

오랜만에 짜릿하고 내가 참 기특해지는 수요일이다 : )



단단한 울타리 속에서,

목요일


내가 아무 말을 해도 농담으로

웃어넘기는 이 울타리가 좋아

서로를 잘 아는 만큼 이해의 범위가 늘어나기도 하고!

편안하고 즐거운 이 관계는

사실 그냥 '행복' 그 자체일지도 모르지

가끔은 이 울타리가 너무 단단해서

그 밖의 세계를 못 보나 걱정스럽긴 하지만

이 단단함이 큰 안심이 돼


언젠가는 울타리 밖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더 길어질 수도 있겠지만

무사히 잘 넘나드는 관계가 됐으면, 하고 바래!

오래오래 보자!


오운완

금요일


퇴근하고 운동을 갔다!


크로스핏반으로 옮기고 처음으로 꽤 어려운 날이었다.

사람마다 무게를 맞춰주셔서 무리하는 느낌은 아니었는데 개인적인 집중력이 부족했달까…


워밍업 하다가 중심 잃어서 넘어지고

운동하면서도 자세가 틀어지면 바로 팔목이 아팠다 : (


그래도 피곤한 금요일에

운동하러 간 내가 너무 기특하다

오운완! 마크는 뿌듯함의 상징이므로

오늘의 운동을 ‘행복의 ㅎ’으로 기록해 본다.



미라클모닝 성공한

토요일


오늘은 서울 가는 날!

월요일 월차도 내놨고,

3일간 잘 놀고 올 예정이다.


잠이 너무너무너무 많은 나에게

미라클모닝은 그림의 떡인데

요즘 들어 아침 시간을 갖고 싶은 욕구가

마구마구 차올랐었다


그러나 한 시간 걸리는 9시 출근러에게

미라클모닝이란 사치다…

어쩔 수 없지,

생각하며 부족한 잠을 채우기 바빴다


그리고 오늘,

6시 기차를 타기 위해 강제 미라클모닝을 해야 했다.

4시간 반 자고 일어나야 했는데

불안한 맘에 배에 휴대폰을 올려두고 잤다!

(ㅋㅋㅋㅋ)

다행히 잘 일어나서 서울 가는 KTX에 몸을 실었다.


일찍 일어나는 것보다 밤을 새우는 일이 훨씬 쉬운 나는 밤의 시간을 산다. 밤의 시간을 사는 사람에게 아침의 시간은 미지의 세계 같다. 오늘 같은 날이면 나와 같은 시간에 길거리에 나와 있는 사람들, 누군가에겐 평소와 같을 이 시간이 신기해 괜히 두리번거리게 된다.


다른 시간을 사는 사람들과

하나하나 눈인사하는 마음으로.


아침을 일찍 시작한 만큼 이번 서울 여행도

부지런히 돌아다니며 잘 놀고 쉬다 와야지!




이번 항해는 여기까지입니다.


다들 많이 기억하고 발견하며

궁극적으로 행복한 한 주 되셨길 바랍니다!


우리 이번주도 잘 마무리하고,

무사히 오늘을 건너 내일로 갑시다


다음 주에 또 만나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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