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빈 Apr 27. 2024

걷고 뛰고, 더 빠르게

Chapter 1. 자전거


최근 피크닉에서 하는 <새는 날고 물고기는 헤엄치고 인간은 달린다> 전시를 보고 왔다.


'달리기'를 주제로 운동, 한계, 도전, 신체, 달리기의 도구, 근육 등 여러 방면으로 운동이라는 행위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전시이다.


오늘 제목은 <걷고 뛰고, 더 빠르게>이다.

호흡이 더 올라오고 신체를 단련하고 정신적으로 고양되는 느낌. 운동이 주는 자극과 긍정적인 면을 이야기하면서 지금까지 해 온 운동경험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앞으로 3가지의 챕터로 진행될 이 시리즈는 오늘 이야기 할 '자전거', '필라테스', '크로스핏'으로 이어진다. 


서로 다른 운동을 해보는 경험은 부족한 점을 다른 운동으로 보강하고 다시 도전해보는 건강한 싸이클을 만들 수 있게 한다. 요즘은 일일 체험권도 잘 되어 있으니 이 글을 보고 가까운 지점에 방문해 어떤 운동이든 경험해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다




전시 서문

인류의 진화와 함께한 가장 오래되고 본능적인 행위인 달리기는
'올림픽의 꽃'인 동시에 누구나 할수 있는 가장 민주적인 스포츠이며,
현재의 움직임에만 몰두하게 만드는 최고의 명상법이자 놀이다.

(...)

염세 철학자로 알려진 쇼펜하우어는
역설적이게도 신체의 건강함이 가져다주는 행복을 다른 어떤 덕목보다 중요하게 여겼다.
삶이 고통의 연속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면 그제야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그의 인생론은,
한계에 이른 육신이 보내오는 고통의 감각 속에서 마침내 찾아오는 '달리기의 희열'과도 맞닿아 있다.


러너스 하이

장시간의 달리기로 신체의 스트레스가 축적되면 오히려 행복감이 찾아오는데,
환각이나 오르가슴에 비견되는 그 도취감을 이르러 '러너스 하이'라 한다.

통증을 상쇄하기 위해 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과 세로토닌, 노르에피네프린 등이 뇌 활동을 촉진하기 때문에, 달리기는 우울감이나 무기력증 등 정신적인 문제들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오늘 이야기 할 '운동' 주제와 적합한 문장들이 있어 가져왔다. 

전시를 보면서 '러너스 하이'라는 개념을 새로 알게 되었고, 이로 인해 운동으로 얻는 성취감, 그 실체를 마주할 수 있었. 흔히 '도파민 중독'이라는 밈이 많이 쓰이는데 운동을 함과 동시에 도파민이 분비된다니 처음 알았다. 사람들이 몸을 움직이고, 운동을 하는 것은 이겨내기 힘든 도파민의 유혹을 건강하게 해소하는 법이 될 수 있겠다!

 



자전거

_멀리 내다보기



어쩌다보니 뒷바퀴를 떼지못한 채 어른이 됐다. 완전한 독립이 아닌 얼결에 다 커버린건가. 날이 좋아 친구와 자전거 연습을 가기로 했다. 초봄, 바람이 불면 춥겠거니 단단히 챙겨 입었는데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었다. 바람을 느낄만큼 속도를 못 낼뿐더러 혼자 용쓰다보니 금세 더워져 하나 둘 옷을 탈피했다.


난생 처음 두발 자전거를 타는 나는 자전거 대여소 바로 앞, 그 일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위태위태하게 바퀴 한 번 못 굴리는 나를 보며 대여소 아저씨가 안장 높이부터, 겉옷 담으라고 바구니와 타다 넘어질까 장갑도 챙겨주셨다. 시작하는 일엔 누군가의 관심과 조언이 필요하구나. 

중심을 잡는 일부터가 문제였다. 양 발을 페달에 올리는 것부터 어렵다. 몇 번의 시도끝에 양 발이 페달에 닿음과 동시에 밟으면 바퀴가 굴러간다는 것을 깨달았다. 위태롭게 흔들리는 자전거에 페달과 바퀴 언저리만 보며 나아가는데 '발 밑 보지말고 멀리 앞을 봐'라는 말이 들려온다.


발 밑에 머무르던 시선을 떼고 멀리 보니 페달이 굴러가고 바람이 스친다. 불안함의 자리에 조금의 여유와 기쁨이 자리잡았다. 걱정과 불안이 많거나 어려움을 느낄 때 시야는 좁아진다. 누군가 그 사실을 짚어주는 것 만으로 좁은 바운더리를 깨고 나올 수 있었다. 멀리 내다보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는데 도움이 된다. 


발 밑에서 내가 가야할 방향으로 시선을 들어 올렸을 때, 부드럽게 굴러가던 페달과 비로소 목표지점을 바라보게 된 그 순간이 강렬하게 남았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500m 주행에 성공했다. 방향전환을 못해 강가로 고꾸라질뻔한 게 여러번이지만 꽤나 성공적(?)이었던 첫 라이딩이라고 생각한다. 

날이 풀리면서 요즘 자전거를 타고 싶은 마음이 달음박질 친다. 올해는 꼭 자전거를 마스터해서 언젠가 일본 소도시 자전거 여행을 떠나야지!라는 꿈을 키워본다.


이전 03화 투명한 주머니를 지닌 산책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