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1.24
나는 ‘공씨아저씨네’라는 온라인 구멍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과일 장수다. 이 땅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농산물의 외모지상주의를 깨뜨리기 위해, '크기'와 '모양' 중심이 아닌 과일 본연의 '맛'과 '향' 중심의 조금 다른 과일 유통을 시작한 지 11년 차에 접어든다. 먼 훗날 의미 있는 자료로 남길 바라는 마음으로 SNS를 통해서 일기처럼 썼던 과일과 농업 그리고 농산물 유통에 관한 이야기를 이곳에 아카이빙하기로 했다. 다소 거칠고 투박한 글이지만 그 나름의 의미가 있다 생각했다. 과거의 이야기들은 이미 썼던 내용이기에 실제로 글을 썼던 날짜를 별도로 기록한다. (글의 발행일과 시간차가 발생할 수 있음)
대저 토마토를 판매한 지 8년째.
지난 7년간의 출고 일정을 매해 기록하며 하나의 달력으로 만들어 놓고 있습니다. 초반에는 일주일에 2회 수확을 하다 날이 좀 풀리기 시작하면 하루 걸러 한번 수확을 합니다. 전해에 아주 심기(정식)가 언제 들어갔는지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1월에 시작해서 4월 말까지(3월 말에 종료한 해도 있다) 수확합니다. 지난 7년간 3일 간격으로 수확량을 기록하고 있는데 정확한 통계를 내기에는 부족한 자료이지만 저에겐 꽤 중요한 데이터입니다.
보통 주문 하루 만에(라고 쓰고 한 시간만에라고 읽는다.) 두 달치 배송 물량 주문이 다 들어오는 관계로 한 달 출고 물량을 몇 박스로 잡을지에 대한 기초 자료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 가장 컸습니다. 주문받아놓고 물량 없어서 환불 처리하는 일은 장사하는 사람으로서 가장 하기 싫고 부끄러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는 농부가 감으로 기억하는 데이터가 실제 데이터와 차이가 나는 경우를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보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기억이란 언제나 자기가 처한 상황에 유리하게 편집되기 마련이니까요.
2014년부터 2020년까지 판매량을 보면 2배로 늘었다가 이듬해 바로 반토막이 나고 세배로 늘었다가 다시 감소하고 올해는 작년의 절반 수준이나 나올지 가늠이 되지 않는 품목입니다. 그래서 대저 토마토는 공씨아저씨네의 상징으로 효자 노릇을 하기도 했지만 늘 해마다 어디로 튈지 모르고 속 썩이는 최고의 불효자이기도 합니다.
물량의 변동 원인은 시장 상황과 판매에 대한 외부적 요인은 전혀 없었고, 기후와 토양 등 농사와 관련된 내부적인 문제였습니다. 시설 재배 농사의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습니다. 미세먼지는 늘어나고 일조량은 줄어듭니다. 올해만 해도 1월 초 맹추위로 하우스 난방비가 갑자기 많이 늘었습니다. 맑아도 쨍쨍하게 맑지 않고 뿌옇게 맑은 날이 더 많은 최근 몇 년의 날씨는 농작물의 맛에도 분명히 영향을 미칩니다. 8년 전 대저토마토의 맛과 지금의 대저 토마토의 맛은 미묘하게 차이가 나고 있을 겁니다.
개인적인 느낌으로 앞으로 몇 년이나 더 이 토마토를 판매를 할 수 있을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요즘은 지난 10년을 되돌아보고 있는 중입니다. 스스로의 성찰과 주변 환경의 변화를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10년을 통찰하고 있는 중입니다.
드라마 작가로 이번 생을 마무리하겠다는 허황된 꿈에 시동을 걸어야 할 때가 온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