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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노을 Jan 22. 2022

사랑은 하찮은 것에서부터

당신도 사랑에 빠질 수 있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사랑이란 게 지극히 하찮은, 혹은 시시한 데서부터 시작되는 거야. 거기부터가 아니면 시작되지 않는 거지" - 상실의 시대, 130쪽


무라카미 하루키는 상실의 시대에서 사랑의 시발점이 지극히 평범하다 못해 시시한데서부터 시작한다고 말을 한다. 오히려 그런 시시콜콜한 것들을 겪어내지 않는다면 사랑이 시작할 수 없다고 못을 박는다. 사랑에 빠진다는 것을 거창하게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엄청난 무슨 사건이나 일이 일어나야지만 사랑할 수 있다고 믿었으니, 그간 사랑이 담긴 겉봉지만 닳도록 만지작 거렸구나 싶다. 나름의 일리 있는 하루키의 말을 곱씹어 보며, 나의 사랑의 시발점을 생각해보았다.


SNS에 올린 사진에 몇 마디 댓글로 주고받았던 '좋았다'는 말과 '고맙다'는 너무도 평범해서 다른 단어들로 채울 수 없었던 대화가 오늘 내게는 마지막 사랑이 되었다. 평생을 한 이불을 덮고, 매끼를 한 식탁에 마주 앉아 나누며, 여전히 티격태격 대며 내 말이 맞다고 서로 우기는 아내와 나는 그렇게 시시하고 지극히 하찮은 공간에서부터 시작했다. 


사랑의 시작은 누구나 가볍다. 시간이 지나며 그 무게감이 더해지거나 좋아하는 감정에 책임을 지거나 희생을 하는 자리까지 나아가게 되는 것이지, 처음부터 내가 기대하고 상상했던 것처럼 그리 거창한 것은 아니다. 그러니 누구든 사랑에 빠지고 싶은 마음이 들거든, 지금 주변에 있는 가장 사소하고 하찮은 것들부터 눈여겨볼 수 있는 '사랑에 빠질 수 있는 눈'을 뜨는 것이 먼저라는 사실을 기억하기를. 


사랑은 그리 멀지 않은 곳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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