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박하고 따뜻한, 그리고 그리운 그 사람
덜그럭 덜그럭 소리를 내며 어설프게 주방을 서성이는 나를 보며 아내가 말했다.
"동네 바보 오빠 같아"
별것도 아닌 그 한 마디에 둘은 배꼽을 잡고 키득 거리느라 정신을 놓았다. 한바탕 웃고 난 뒤에 가만히 생각해보니 '동네 바보 오빠'라는 말이 새삼 친근히 느껴졌다. 신기하게도 '동네 바보 오빠' 혹은 '동네 바보 형'은 왜 어느 동네마다 꼭 있는 것일까? 그리고 각기 다른 동네이면서도 왜 동네 바보 형은 항상 같은 얼굴을 하고 있고, 비슷한 복장을 한 그런 이미지 일까?
어릴 적 내가 살던 동네에도 바보라고 칭하기는 그렇지만 어딘가 조금 부족해 보이는 형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참 순박했고, 정겨웠고, 따뜻했다. 그렇지만 어릴 적에는 어디 그런 착하고 순박한 형들이 좋던가? 조금 거칠어도 싸움 잘하고 다분히 카리스마 있는 형들을 영웅 삼아 대장 놀이를 했으니, 동네 바보 형들은 저만치 밀려나 인기 없는 자리에 있었다.
세상은 여전히 잘나고 멋진 사람들을 흠모한다. 그 시절 우리 마음을 따뜻하게 했던 동네 바보 형들이나 오빠들은 비교대상이 되어, '저렇게 되면 안 된다'는 반면교사의 거울 삼을 뿐이다. 그러나 오늘 아내의 한 마디를 통해 다시금 마음에 꽃피는 한 단어 '동네 바보 오빠'가 나는 무척이나 그리워졌다. 각박하고 차가워진 시대를 살아가는 내게 동네 형처럼 다시 따뜻함이 묻어 나오길 바래본다.
여전히 삶의 많은 부분이 어설픈 나는 계속해서 아내에게 '동네 바보 오빠'가 되었으면 좋겠다. 마스크를 거꾸로 뒤집어쓰고, 찾는 물건을 눈앞에 두고도 보지 못해 아내를 찾아 도움을 요구하는 바보 오빠로 오래도록 함께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