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가 노을 May 07. 2020

맑음

죽음과 맑은 하늘이 어우러지다

맑음


속절없이 푸르른 

너 하늘아,

무엇이 그리 좋더냐.



내가 없는 내일이

너에게는 그리 기쁘고 즐거운 일이더냐.



산 끝자락 살포시 걸터앉은 

구름 너머 보이던 푸른 하늘은

기약없이 오늘이 마지막이구나.



맑구나.

오늘은 유난히 더.



가슴에 박힌 뜨거운 

총탄보다 

나를 더욱 아프게 하는 것은



내일 아침 

여전히 나를 기다리는 

바닷가의 모래알과

산등성이 흔드는 반가운 손인사를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



그리고 너, 

맑은 아침 하늘에게

작별의 눈길조차 주지 못해

하염없이 나를 기다릴 생각하니

내 눈이 감기지 않는구나.



너 하늘아,

내일도 맑아라.

나를 기다리지 말고,

끝끝내 푸르러라.



얼마 후면,

그토록 맑았던 

너, 하늘 품에

나 안겨 

아픔을 닦아리라.



이순신 장군의 난중일기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는 '맑다'라는 단어이다. 적군의 총탄에 맞아 숨을 거두기 직전, 그의 마음을 담아 시를 지어 보았다. 그의 죽음과 맑음은 여전히 역설적이나, 푸른 하늘이 누구보다 그를 반기고 있다는 것을 잘 알기에.
작가의 이전글 하늘을 바라본 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