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잃은 그대에게
봄은 그렇게 우리에게 스며들었다
무엇이 그렇게 부끄러웠는지
올해의 따스한 봄은 소리 소문 없이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저마다 얼굴을 반쯤 가린 마스크가 무서웠던 걸까?
늦은 밤 살며시 꽃몽우리를 터뜨려 활짝 핀 길가의 벚꽃이 시대의 아픔을 무색하게 할 만큼 아름다웠다.
떠날 수 없는 듯 대지를 둘러싼 겨울바람이 향긋한 야향에 모두 달아나 버렸다.
봄은 그렇게 우리에게 스며들었다.
옷장에서 꺼낸 오래된 얇은 잠바에
봄 향기가 묻었고,
길가에 삐져나온 연푸른 싹은
하늘을 바라보며 노래하고,
겨울학교를 졸업하고
이제 막 봄 세상에 나온 나비는 춤추는,
따사로운 햇살의 기운이
봄이 되어 우리에게 그렇게 스며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