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Oct 28. 2022
'서촌' 찻집 : 밀크티와 스콘의 정석
종로구 옥인동 <헤르만의 정원>
서촌 골목 끝자락에서 만나는 홍차 전문 티룸
런던 클래식 밀크티와 스콘 맛집
아무리 바빠도 해마다 계절이 바뀔 때면 언제부터인지 꼭 광화문을 찾아 서촌까지 이르는 거리를 걷기 시작했다.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동네이기도 하고, 계절의 변화를 느끼기 좋은 골목이기 때문이다. 통인시장과 효자 베이커리에서 조금만 더 오르면 <헤르만의 정원>이 나온다. 좁은 대로변에 2층짜리 빨간 벽돌 건물이 단번에 눈에 들어오는데, 흡사 어느 출판사 외관 같은 클래식한 심플함이 돋보인다.
이곳은 홍차 전문점으로 밀크티에 주력한다. 밀크티와 스콘 맛집으로 이미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서촌 데이트 코스로도 유명한 티룸이다. 특히나 스콘은 가히 스콘의 정석이라 부르고 싶을 만큼 양 엄지를 치켜올리는 맛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스콘 굽는 냄새가 진동을 한다.
1층엔 창가석과 2인 4인 테이블 두 개가 있다. 벽면 선반에는 홍차 전문점답게 마리아쥬프레르, 포트넘앤메이슨, 로네펠트, 트와이닝스, TWG 등의 브랜드 티가 가지런히 진열되어있고, 책장에는 홍차와 관련된 도서들이 놓여있다. 한층 올라가면 2층은 세 구역으로 나뉘어 조금 더 넉넉한 공간이 나온다. 계단이 다소 가파라서 트레이를 들고 올라갈 때 조심히 집중하게 된다.
이곳의 가장 큰 특징은 '빌레로이 앤 보흐' 티웨어만 쓴다는 것. 그중에서도 지금은 단종된 '부르겐란트' 빈티지 시리즈의 그린&레드 컬러를 사용한다. 빨간 벽돌에 짙은 녹색 포인트가 인상적이었던 외관처럼 내부 인테리어도 붉은 마룻바닥에 녹색 벽이 포인트가 되는데 티웨어까지 통일감이 있다. 청록색 컬러에 목가적인 풍경이 그려진 찻잔 세트마저 헤르만의 정원의 중요한 일부가 되어 안정감을 준다.
밀크티 단품도 좋지만 스콘 맛집이니 스콘과 함께 나오는 '런던 클래식 밀크티 세트'를 추천한다. 진한 홍차에 우유를 더하는 영국식 밀크티의 맛과 스콘까지 한 테이블에서 경험할 수 있는 구성이다. 빈티지 찻잔으로 화려한 찻자리를 즐길 수 있다. 처음부터 우유를 붓지 않고, 스트레이트로 먼저 음미한 후에 우유를 붓는다. 셀프로 만들어 마시는 밀크티라 양 조절이 관건이다. 취향에 맞게 우유와 설탕을 조절해서 마시면 된다. 홍차에 우유를 쪼르르 부을 때 홍차와 우유가 섞이는 수색이 보는 즐거움을 더한다. 밀크티가 주력 메뉴인만큼 우유 소비량이 클 텐데, 이곳은 환경을 생각하며 우유팩 다시 쓰기에 동참하고 있다고 한다.
찻잎의 배합에 따른 <홍차>의 3가지 종류
- 스트레이트 티 (Straight tea) or (Single-origin tea) : 오직 한 산지에 재배된 찻잎으로 만든 차. 주로 산지의 이름을 그대로 사용함.
- 가향 티 (Flavoured tea) : 찻잎에 과일향이나 천연향료 등을 인공적으로 첨가해서 만든 차 ex.얼그레이 (홍차+베르가못오일)
- 블렌디드 티 (Blended tea) : 두 종류 이상 여러 산지의 찻잎을 혼합한 차 ex.잉글리시 블랙퍼스트
커피류와 허브티류도 있다. 시그니처 메뉴라 할 수 있는 정원 밀크티와 레몬 홍차의 베이스는 스마트 스토어에서도 판매한다니 집에서도 맛볼 수 있다.
내 기준으로 우리나라에서 맛 본 스콘 중에서 부암동에 있는 빵집 '스코프'의 스콘이 가장 맛있었는데, 이곳의 스콘을 맛본 이후로 1위가 바뀌었다. 직접 구워낸 스콘의 겉바속촉 결이 살아있다. 따끈한 버터의 꼬수운 풍미가 좋아서 데려간 지인들 모두 스콘 맛집이라며 극찬을 했을 정도.
상호명을 보자마자 누구나 '헤르만 헤세' 작가를 떠올릴 것이다. 독일의 소설가이자 시인이었던 헤르만 헤세는 인생 후반기를 시골 정원에서 보냈을 만큼 정원을 사랑했다고 한다. 그에게 정원은 마음을 치유하는 공간이자 창작의 놀이터였다는데, 이 찻집도 손님들에게 그런 공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영감을 얻은 게 아닐까 싶다. 창밖 유리창에 그의 수필집의 일부 구절이 적혀있다. 그 주위로는 아기자기한 정원 식물들이 푸릇푸릇 생동감을 더해준다.
헤르만 헤세의 수필집
<정원에서 보내는 시간>
_ 꽃에 물을 주며 中
한 번 더, 여름이 시들어가기 전에 우리는 정원을 보살펴야겠다. 꽃에 물을 주어야겠다. 꽃은 벌써 지쳐, 곧 시들어버릴 것이다. 어쩌면 내일이라도.
바쁜 일상에서 차 한 잔으로 우리의 마음을 보살피고 시들지 않게 물을 주는 시간을 가져보자. 트렌치코트를 걸치는 계절에 갔다가 벚꽃이 만개할 무렵에 또 찾게 될 만큼 특히나 봄과 가을에 어울리는 티룸이다.
<헤르만의 정원>
주소 종로구 필운대로 62
SNS @hermannsgarde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