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월 Oct 28. 2022

'망리단길' 찻집 :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곳

마포구 망원동 <티노마드>

망리단길의 숨은 찻집 여행

푸짐한 소반 한상차림 '차' '화과자'


망리단길 안쪽 골목으로 '티노마드'라는 찻집이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현실 공간에서 새로운 세계로 순간 이동한 듯 고요하다. 살짝 어둑해지는 시야에 식물이 나부끼는 자연 풍경의 영상이 들어온다. ASMR 같은 명상 음악 소리가 들리고, 라벤더향이 솔솔 풍겨온다. 공간을 이루는 감각적 요소들로 인해 일순간 몸과 마음이 평온해진다.


내추럴한 동양풍의 인테리어로 한국과 일본을 잘 섞어놓은 '티노마드'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남편과 도예를 전공한 아내가 도쿄에서 카페를 운영한 경험을 살려 만든 찻집이다. 노마드 아트 & 크래프트(NOMAD Arts & Crafts) 브랜드를 바탕으로 '공예 작업 공간'과 '차 마시는 공간'이 어우러진 복합공간이다. 유목민(노마드)의 마음으로 편안하게 차 한잔 마시며 쉬어가는 도심 속 자연 같은 곳의 'T.NOMAD'라는 공간을 기획했다고 한다. 편안한 분위기의 내부 인테리어 자재는 무려 150년 된 고목과 고석을 활용했다.



동양적인 쉼의 공간을 지향하기 때문에 예약제로만 운영되어 정해진 인원만 받는다. 이용시간은 1시간 30분으로 제한되고 딱 정시에 동시 입장해서 동시에 나가는 시스템이다. 북적이지 않아 좋다. 중앙 테이블, 좌식 테이블 등 제각각 다양한 형태의 테이블이 있어서 입장하는 순으로 원하는 자리에 앉는다. 오픈된 공간이지만 자리마다 흰 천으로 공간 분리를 해뒀다.


차 종류는 노마드차, 호지차, 겐마이차, 말차. 디저트 메뉴로는 계절 화과자, 모찌떡, 노마드군 카스테라, 말차 빙수, 호지차 빙수 등 다채롭. 카운터 쇼케이스에 진열된 다식들이 눈으로 보기만 해도 벌써 맛있다. 1인, 2인 세트 메뉴가 있으니 세트로 주문해서 차와 다식 혹은 빙수까지 즐겨보는 것이 좋다. 주문을 하고 나면, 웰컴티로 달달한 대추차를 내어준다. 작은 찻잔과 받침이 꽃잎을 연상시킨다.



호지차, 겐마이차, 노마드차 무엇이든 입문용으로 무난하다. 녹차를 로스팅한 호지차는 녹차에 대한 편견을 깨주는 구수한 맛이다. 겐마이차 역시 국산 현미를 볶아 녹차와 섞은 차로 현미가 녹차의 쌉싸름함을 잡아줘서 구수하고 친숙한 맛이다. 노마드차는 전남 여수에서 무농약으로 재배한 생화를 블렌딩한 꽃차로 화과자와도 잘 어울린다. 전통 소반에 차와 디저트 한상차림이 나온다. 아기자기한 다식과 차 도구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찻잎을 거르는 예쁜 잎사귀 모양의 차망은 차를 따라 마시는 순간을 곧 예술적 행위로 만들어 준다.



매장 한 가운데 놓인 넓은 사각 테이블은 티노마드의 상징적 공간이다. 항아리 가마에서 물이 계속 끓고 있는데, 찻물이 더 필요할 땐 직접 국자로 뜨거운 물을 퍼서 각자의 차 주전자에 담아 갈 수 있도록 해두었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직접 도구를 이용해서 물을 떠봄으로써 소비자에게 이색적인 경험을 제공한다. 마치 정성스레 약수를 뜨는 기분이랄까.



디저트 중 가장 화려한 '계절의 꽃'은 백앙금에 꽃분홍색을 입혀 빚어낸 화과자로 꽃처럼 곱다. 안에 유자가 들어있어 상큼 달달하다. 그밖에도 인절미 찹쌀떡, 자색고구마 찹쌀떡, 말차치즈케이크, 양갱까지. 차 세트를 시켰을 뿐인데 이렇게나 풍성하다. 차빙 세트로 나오는 말차 빙수고운 입자의 눈꽃빙수 같아서 식감이 굉장히 부드럽다. 말차의 진향 향과 담백한 달달함이 중독적인 맛의 빙수였다. 함께 나온 티노마드의 귀여운 시그니처 다식, 일본식 카스텔라 노마드군도 먹는 재미 보는 재미가 있다.



티노마드에 있으면 시간이 천천히 흐르는 것 같다. 여기가 망원동인지, 일본인지, 어느 시골에 온 건지. 시간과 공간으로부터 잠시 자유로워질 수 있다. 조용하고 자연친화적인 분위기에서 편안하게 마시고 먹고 쉬다 가는 기분이다. 눈과 입과 코와 귀가 행복해지는 곳. 1시간 30분이 채우고 문밖을 다시 나서면, 지난 시간은 좋은 기억으로 담아두고 다시 현실 망리단길 위에 서게 된다.


걸어서 십분 거리에는 '티 노마드 모리'라는 스키야키 식당이 있다. 같은 사장님이 운영해서 내부 인테리어가 거의 동일한데, 두 곳 다 망원동의 숨은 핫플레이스가 되어 예약이 치열하다. 스키야키 식사 후에 슬슬 걸어서 티노마드로 차 마시러 오는 코스를 추천한다.





<티노마드>

주소  마포구 망원동 414-83

SNS  @t.nomad_kr

#망리단길 #화과자 #차빙세트

이전 11화 '서촌' 찻집 : 밀크티와 스콘의 정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