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역에서 청계천을 건너면 SFC(서울파이낸스센터) 지하 3층에 몰이 있다. 서울에서 몰은 IFC몰, 코엑스몰만 갔지 SFC몰은 다소 낯설었다. '이 지하에 찻집이 있다고?' 싶은 마음으로 내려갔는데 웬걸. 일반 회사 건물같은 겉보기와 다르게 몰 내부는 뜻밖에 이국적인 분위기가 펼쳐진다. 식당과 카페, 작은 숍들이 전부인데 동남아의 어느 고급 몰에 들어와 있는 듯하다. 광화문을 그렇게 자주 가건만 새로운 발견에 발걸음이 빨라진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니 SFC몰의 무드와 딱 걸맞는 고급스러운 찻집이 보인다. 320년의 역사를 가진 프랑스 홍차 브랜드 <다만프레르>.2015년에 입점해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하나 있는 1호 매장이다. (제주 신화월드에 2호점이 생겼었지만 지금은 철수했다고 한다.) 오랜 전통의 티 전문점답게 어딘가 위엄이 느껴지는 클래식한 분위기다.
프랑스 명품 티 하면 다만프레르, 마리아쥬프레르, 쿠스미가 대표적인데,다만프레르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티 향기를 통해 활력을 찾으려는 프랑스인들을 위해 세계 최초로 가향 티를 개발한브랜드다.
<유럽>은 차 생산 국가가 아닌 전통적 '차 소비 국가'이다. 특히 오래 전부터 앞선 조향 기술로 향이 발달한 <프랑스>에서는 차에도 향을 입혀서 티 브랜드들을 중심으로 전세계적으로 '가향차'의 발전을 이끌었다. 과일이나 초콜릿 등 익숙한 맛과 향을 제공해 차를 마시지 않던 사람들도 마시게 만들었다.
내부 공간은 5~6개의 테이블이 전부인데 간격이 협소하다. 제품을 진열하고 시향 하는 공간이 절반이다. 그래서 오히려 좋았다. 벽면 가득 어마어마한 틴케이스들과 고급진 시향 키트들에 눈과 코가 쉴 새 없다. 메뉴판이 두껍다. 여느 브랜드 티들이 그렇듯, 홍차 내에서도 스트레이트티, 가향티, 블렌디드티의 가짓수가 수십 가지다. 정통 홍차를 비롯해 백차, 우롱차, 흑차, 허브차 및 과일차 등 60여 종의 다양한 종류가 있어 메뉴판을한참이나 들여다본다.
브랜드 티 매장 방문이 처음이라면 메뉴판을 보고 눈앞이 깜깜해질 수 있다. 방대한 메뉴에 허우적대기 십상. 그럴 땐, 그 브랜드의 시그니처 메뉴를 시키는 것이 좋다. 혹은 소개 문장을 읽어보고 가장 마음이 끌리는 메뉴를 선택해보자.
다만프레르를 상징하는 차는 '자뎅 블루'. 푸른 정원이라는 뜻이다. 천연 루바브향과 산딸기 향이 홍차와 어우러진 맛을 느낄 수 있다. 마리아주프레르의 '마르코폴로'와 비슷하다. 입문용으로좋다.
디저트도 빙수, 크로플, 까놀레, 타르트, 마카롱, 스콘 등 다양하다. 홍차전문점답게 밀크티 빙수로도 유명하다. 그중에서도 '아쌈 프로콩 데떼'를 주문했다. 진하게 우린 밀크티를 이용한 빙수인데 아쌈 밀크티 베이스에 바닐라젤라또, 포요틴, 생크림, 기라델리 쵸코 시럽이 얹혀 있다.
매장 내에서 자유롭게 차의 향을 느껴보고 낱개 티백 혹은 100g 정도 작은 틴케이스로 제품 구매도 가능하다. 선물용으로 고급스럽게 패키징 된 것들도 있으니, 크리스마스 선물용으로도 좋을 듯하다.
평일 점심시간에는 티타임을 즐기러 온 직장인들로 늘 만석이라, 느즈막한 평일 오후를 추천한다. 다소 협소하지만 고급스러운 분위기에서 차 한 잔 마시며 조용히 머물다 가기 좋다. 잠시 프랑스로 여행 온 듯한 느낌마저 드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