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에 이태원로에 새로운 티 카페가 생겼다. 베를린에서 시작한 국내 아이웨어 브랜드 YUN(윤)에서 선보이는 '베리에이션 티 전문'이자 '비건 카페' <윤티하우스>. 밖에서 보면 안경 매장으로 헷갈릴 수 있다. 오른쪽은 안경점, 왼쪽은 자그마한 공간의 티 카페로 운영 중이다. 안경과 차의 조합이 흥미롭다. 유리 통창과 화이트 톤의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인테리어가 요즘 SNS감성의 카페스럽다. 예쁜 꽃과 식물들이 카운터에 놓여있어 싱그러운 분위기를 더해준다.
테이블이 몇 안 되고 다소 협소해서 오래 있을만한 카페는 아니다. 역 근처에서 잠시 머무르며 감각적인 공간에서 차 한 잔으로 쉬어가기 좋은 곳. 윤티하우스의 모든 메뉴는 비건 메뉴다. 일반 카페처럼 메뉴판이 심플해서 고르기 편리하다. 티 종류는 향을 맡아볼 수 있게끔 준비되어 있다.
싱글 티로는 우디향의 보성 호지차, 끝 맛이 달달한 풀향 가득한 하동 녹차, 단맛의 우아한 하동 황차, 꽃향이 은은한 백호은침 백차를 판매한다. 특히나 다양한 베리에이션 차, 콤부차 등을 취급하고 있어 요즘 젊은 층의 기호를 공략한다. 다양한 꽃잎을 활용한 블렌딩 티도 있는데 메뉴 이름들이 예쁘다. 단감의 잎을 사용한 달달하고 구수한 맛이 더해졌다는 '펄시몬 리프 콤부차', 오미자와 앨더플라워에 깻잎이 들어간 에이드 '오미자 엘더플라워 소다', '샐러리 레몬소다' 등. 빨강, 노랑, 초록 다채로운 색감의 티들이 눈을 즐겁게 한다. 다른 곳에서는 못 보던 완전히 새로운 메뉴라 하나씩 맛보고 알아가고 싶어진다.평소 차는 맛없다고 여기거나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도, 비건이든 비건이 아니든, 새로운 유형의 차를 맛보고 싶다면 방문해보면 좋을 듯하다.
빨강 수색이 예쁜 로즈 바버나 콤부차는 윤티하우스에서 직접 만든 홈메이드 콤부차다. '장미 꽃잎과 프레시한 바버나 잎을 넣고 발효한 우아한 맛'으로 소개되는데 은은한 꽃향이 있는 콤부차라 신맛을 좋아하는 사람들 입맛에 무난하게 만족스럽다.
윤티하우스는 무엇보다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특색 있고 화려한 비주얼의 '비건 디저트'로 SNS에서 입소문을 탔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비건 베이킹 스튜디오 ASA와 협업을 한다고 한다. 10년 베이킹 경력의 파티시에가 만드는 만큼 맛과 비주얼의 퀄리티가 다르다.
시그니처 디저트 메뉴인듯한 '오아시스'. 물기를 머금은 듯한 투명한 막에 오묘한 푸른빛이 보기만 해도 시원한 바다를 떠오르게 한다. 투명막을 깨서 먹는 과정이 하나의 예술 작품 같이 예쁘다. 산뜻한 유자와 화이트 초콜릿, 베르가못 무스를 사용한 쁘띠 가또로 그 상큼함이 도드라진다. 단맛이 적어서 디저트인데도 건강한 맛이었다. 그 외에도 타르트, 판나코타, 크래커, 구움 과자 디저트들이 있다.
베를린과 서울, 두 도시에서 활동하는 공예 작가들의 유리 공예 작품도 볼 수 있다. 안경과 공예작품, 차까지. 작은 공간을 야무지게 활용해서 심심하지 않다. 방문자 리뷰나 영수증 인증 후 리뷰 작성을 하면 까눌레를 받을 수 있는 소소한 이벤트도 하고 있었다.
시각적으로나 미각적으로나 만족스러웠던 티와 디저트. 한강진역과 이태원역 사이 대로변에 접근성이 좋다. 한강진역 3번 출구로 나와 쭉 걷다 보면 왼편에 있다. 오래 있을만한 공간은 아니지만 이쪽 부근에 볼일이 있다면 부담 없이 들르기에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