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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편덕후 Sep 08. 2018

남편덕후 그림일기 057

멘붕을 허락하시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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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 준비, 각종 서류 준비로 바빴던 어제.
한 번에 일이 술술 풀리면 좋으련만, 왜 이렇게 시행착오가 많은지.
집만 해도 6월부터 알아봤는데 지난한 여름을 보내고 이제야 계약이 되었고,
준비해야 할 서류들은 뭔가 꼭 하나씩 오류가 생겨 여기저기 전화하고 왔다 갔다 하며 하루를 다 날렸다.
어제의 1차 멘붕부터 6차 멘붕까지를 복기하며 일기를 쓰다 보니 모든 과정에 한 가지 패턴이 있었다는 걸 발견했다!!!!
[계획-실패-멘붕-기도-대안-해결-감사]
돌아보면 내가 계획한 대로 척척 일이 진행되었다면 간절해지지도 않고 모든 걸 당연하게 여겼을 거다.
계획이 실패하고 멘붕이 왔을 때야 비로소 겸손하게 방법을 구하고, 도움을 받고,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하루 동안 돈 주고 못 살 경험치를 선물로 받은 기분이 든다!
또 하루에 세 번 만난 동사무소 주사님, 장애를 가지신 도장집 아저씨의 말, 몰랐던 금융거래용어들, 이사할 동네의 풍경, 도움과 격려를 준 사람들의 존재까지. 한 번에 일이 해결되었으면 알지 못했을 사건들을 하루의 멘붕 수업을 통해 배우게 되었다.
성경에 등장하는 이스라엘 민족의 이집트 탈출 여정도 이와 비슷했다. 이집트에서 약속의 땅 가나안까지 걸어서 일주일이면 도착할 길을 40년 동안 경험했으니. 수백 년 동안 거대제국인 이집트에서 노예 생활을 하며 삶과 정신에 깊이 배인 모든 것을 씻어내기까지 그들에게 40년이란 시간 동안 6차 멘붕이 아니라 392140차 멘붕이 필요했기에 허락하신 거겠지. 목적 지향적으로 생각하면 그 여정은 실패겠지만, 그분의 목적자체가 곧 과정이었음을 다시 기억해본다. 이사준비로 만나는 다양한 멘탈박살을 통해 우리를 더 다듬어지고, 배우고, 단단해지게 하시는 그분의 마음을 우리는 이제야 조금씩 이해해 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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