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히 산미가 있는지 없는지가 아닌 내 입맛에 맞춤 원두를 골라보자
요즘 호주에서는 경제 침체와 인플레이션의 영향으로 커피를 사서 집에서 내려 마시는 비율이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호주 사람들은 자신이 마시는 원두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원두의 선택지를 다양하게 제공하는 카페나 로스터리가 증가하는 추세이다. 그렇다면 한국의 원두 시장의 상태를 알아보자.
한국에서 2021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분석할 결과에 따르면 인스턴트 커피 시장 규모는 0.3% 감소했고 원두 시장 규모는 50.3% 증가했다고 한다. 이러한 원두 시장은 전체 커피 시장의 35.3% 차지하며 점유율을 늘려가고 있는 추세이다. 이 조사 결과는 커피를 마시는 사람들은 더 고급지고 전문화된 방법으로 커피를 소비하려는 경향을 설명한다. 이런 추세라면 집에서 커피를 직접 만들어 먹는 수요도 증가한다. 집에서 커피를 만들어 먹으려면 필요한 장비들도 있겠지만 자신의 취향에 맞는 걸 고르는 것도 중요하다.
나는 호주 시드니에 있는 커피 로스터리에서 일한 경험이 있다. 그 곳에서는 기본적으로 10가지 정도 진열해뒀고 사람들이 직접 고른 후 카운터에서 계산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었다. 원두를 사러 와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바로 선택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은 자신이 선호하는 커피의 맛은 있지만 그런 맛의 특징을 갖은 것을 선택하는 것에 어려움을 겪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몇 가지 질문을 하며 손님의 취향에 맞게 추천하곤 했었다. 이렇게 얻은 나의 경험을 바탕으로 호주 커피 원두 고르는 방법 5가지를 뽑아 보았다. 호주 뿐만 아니라 어느 나라에서든 적용할 수 있는 사항이니 참고하길 바란다.
호주에서 커피 원두를 사러 가서 커피 로스팅 날짜를 가장 먼저 확인하는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아마 커피 로스팅 날짜는 품종보다 쉽게 비교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일 것이다. 일반적으로 호주에서 추천 방법으로 흔하게 접할 수 있는 팁은 가장 최근에 로스팅한 제품을 고르라는 의견이다. 그렇다면 가장 최근에 로스팅한 커피가 최고의 품질과 맛을 보장하는 수치로 사용할 수 있을지 알아보자.
예를 들어, 내가 만난 손님 중에서 진열대에 있는 모든 제품에 적혀 있는 날짜를 확인한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로스팅된 커피를 손에 쥐고서 더 최근에 볶은 원두가 없냐고 묻는다. 이 손님은 다른 요소들은 중요하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로스팅 날짜를 신뢰했다. 과연 이 손님은 자신이 원하는 커피를 마실 수 있었을지 궁금하다.
신선한 상태의 원두를 고를 때 우선시되어야 할 방법 중 하나이다. 커피도 과일류이기 때문에 시간이 지날 수록 신선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물론 슈퍼마켓에 가서 샐러드 야채를 고를 땐 가장 최근에 포장된 샐러드 야채를 골라야 신선하게 먹을 수 있고 시간이 2주 이상 지나면 상해서 먹지 못한다.
하지만 원두는 샐러드 야채와는 다르게 가장 향미가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기간은 로스팅 후 2주~3주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 기간 역시 절대적일 수는 없고 볶는 강도나 특징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날짜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날짜보다 자신이 커피를 소비할 기간과 양을 따져 보는게 우선이다.
만약 2인 가족이 커피를 매일 소비한다고 하면 하루에 인당 20g씩 약 40g정도가 소비될 것이다. 그렇다면 5일동안 매일 2인 가족의 양에 맞춰 만들려면 200g정도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호주에서 판매하는 원두는 200g~250g 소량 배분해서 팔고 있으며 1kg 대량으로 판매되기도 한다. 앞서 말한 2인 가족이 내일부터 소비한다면 로스팅 날짜가 7일 정도 지난 것을 사는 것이 커피의 맛의 발현 기간을 고려했을 때 최상일 것이다.
어차피 7일이면 250g을 모두 사용하기 때문에 굳이 로스팅한지 가장 덜 된 제품만 고집할 필요가 없다. 너무 신선하면 디게싱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아서 가진 맛이 모두 발현되지 못한 맛을 갖는다. 여기서 디게싱이란 로스팅할 때 발생하는 가스가 원두 안에 갇혀 있게 되는데 이 가스가 빠져 나가는 과정을 뜻한다.
그렇기 때문에 로스팅 날짜를 확인한다면, 하루 안에 먹을 예정이며 14일 안에 모두 먹는다는 가정하에 로스팅한지 7일 이후의 것을 고르는 걸 추천한다. 반면에 한달 이상 두고 마신다면 가장 최근에 로스팅된 원두를 구매하여 맛의 변화를 느껴보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다.
호주에서 판매하는 커피 원두를 보면 로스팅 레벨을 항상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라이트, 미디엄, 다크의 기준으로 나눠져 있다. 그리고 로스팅 레벨이 적혀 있는 곳 주변을 살펴보면 에스프레소 또는 필터 로스팅이라고 적힌 표시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레벨은 어떤 기준으로 선택해야 하는지 알아보자.
레벨을 선택하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이 가지고 있는 도구를 생각해야 한다. 커피를 내려 먹는 방법이 에스프레소 머신을 이용 하는지 아니면 드립용 도구를 이용 하는지에 따라 레벨을 달리 선택해야 한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말 그대로 에스프레소를 추출할 수 있는 기계를 뜻하며 포터필터에 원두를 넣고 고압과 고온으로 추출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반대로 드립 커피를 내릴 수 있는 도구는 종이필터를 사용하여 점적식 또는 침출식으로 추출하는 방법이다. 대표적인 드립퍼로는 V60, 에어로프레스, 프렌치프레스, 클레버 등이 있다. 참고로 모카포트의 경우는 에스프레소 로스팅 원두를 고르면 된다.
에스프레소 머신을 사용한다면 단시간 내에 고온과 고압을 이용해 추출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드립 커피보다 높은 로스팅 레벨을 사용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에스프레소 레벨은 미디엄에서 다크 로스팅을 의미할 때가 많다. 이와 반대로 드립 커피용 도구를 사용한다면 필터용 로스팅으로 볶아진 원두를 구매해야 한다.
필터용은 라이트에서 미디엄 로스팅으로 볶은 원두가 많은 편이다. 자신의 취향이 일반적이지 않다면 취향에 따라 골라야 하겠지만 원두에 적힌 레벨과 자신이 가진 머신과 도구에 맞춰 고르는 것이 이상적이다.
나는 호주를 기준으로 설명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커피 맛에 적응이 된 사람에게는 호주 원두가 산미가 강하고 커피 맛은 연하게 느껴질 수 있다. 한국 커피 맛과 비슷한 맛을 찾는다면 로스팅 레벨이 호주 기준보다 높은 원두를 선택하는 것을 추천한다.
호주에서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로스팅이 레벨이 라이트에서 미디엄이 가장 보편적이라고 한다면 한국은 미디엄에서 다크 레벨을 사용하는 곳이 현재는 많다. 그리고 로스팅 레벨이 수치로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서 볶는 로스터마다 정의하는 레벨이 다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원두를 구입하기 전 먼저 카페에서 먹어보고 구입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 중 하나이다.
커피의 가공방식은 원두를 고르기 위한 방법 중 맛과 가장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로스팅 날짜와 레벨은 가지고 있는 본연의 향미를 더 끌어내기 위한 방법들이었다면 가공방식을 알고 있다면 본연의 맛을 토대로 취향에 따라 고르는 것이 가능해진다. 그렇기 때문에 가공방식에 대한 이해가 먼저 필요하다.
가공방식이 처음에는 내츄럴과 워시드 2가지를 기본적으로 사용했지만 시대를 거듭하면서 가공방식 또한 발전하면서 다양한 가공방식들이 등장했다. 다양한 가공방식 중에서 고를 땐 내츄럴, 워시드, 허니, 에나로빅 프로세스만 알아도 충분하다.
각 프로세스를 알아 보기 전 생두와 열매의 구성을 알아보자. 열매는 가공방식을 거치기 전에는 일반 열매처럼 씨앗과 겉껍질, 속껍질 그리고 과육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런 열매가 가공방식을 거치면서 씨앗만 남게 되고 이를 우리는 생두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 때 열매를 어떤 상태로 말려서 씨앗으로 얻게 되는지에 따라 가공방식이 달라지며 커피가 갖는 맛도 달라진다.
그럼 첫 번째로 가장 기본이 되는 내츄럴 프로세스에 대해 알아보자. 내추럴 프로세스는 열매 그대로 말리면서 과육과 껍질이 씨앗에 달라붙게 된다. 그 상태에서 손으로 달라붙어 있는 과육과 껍질을 까서 얻는 씨앗이 생두이다. 이러한 내츄럴 프로세스가 가지는 대표적인 테이스팅 노트는 말린 과일과 와인이다. 열매의 과육과 껍질이 붙은 상태로 건조되면서 씨앗의 맛에 영향을 주게 된다.
두 번째로는 내츄럴 프로세스와 자주 비교되는 워시드 프로세스이다. 웻 가공방식이라고도 하며 내츄럴 프로세스를 진행하던 중 날씨의 영향으로 열매가 건조 과정 중에 상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런 상황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프로세스가 워시드 프로세스이다. 열매의 껍질과 과육을 먼저 벗겨낸 후 속껄질만 남겨 놓고 건조 과정을 진행하는 것이다. 과육을 벗기기 전에 물에 커피 체리를 담궈 놓는데 과육과 껍질을 벗기기 쉽게 하기 위함이다. 이러한 워시드 프로세스를 거친 원두는 밝고 산뜻하며 깔끔한 단맛의 테이스팅 노트를 갖게 된다.
세 번째로는 허니 프로세스 또는 세미 워시드, 펄프드 내추럴이라고 부른다. 허니 프로세스는 커피 체리를 내추럴 프로세스처럼 그냥 두는 것이 아니지만 워시드 프로세스처럼 과육과 겉껄질 모두 벗겨내고 가공을 하는 것도 아니다. 허니 프로세스는 앞서 설명한 두 개의 가공방식의 중간 정도인 커피 열매의 겉껍질만 벗겨내고 과육을 그대로 두고 건조하는 가공방식을 사용한다. 허니 프로세스도 껍질과 과육을 얼마나 벗기는지에 따라 세부적으로 나눠 구분한다. 이에 따라 가지는 테이스팅 노트도 달라진다. 하지만 일반적이로 허니 프로세스는 과일의 단맛과 내츄럴과 워시드 프로세스 사이의 바디감을 가지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마지막으로 최근 몇 년사이에 대표적인 커피 가공방식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애너로빅 가공방식이다. 무산소 발효 가공방식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먼저 발효 과정은 미생물들이 어떠한 물질에서 나오는 당을 에너지원으로 소모하고 생활하면서 다양한 화합물들을 생성하게 된다. 이 때 나오는 화합물들이 발효의 결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산소가 없는 공간에서 A를 먹고 소화 시키면서 특정한 냄새를 갖는 b와 c의 결과물을 생성하는 것이다.
이러한 원리가 가공방식에 적용된 경우가 애너로빅 무산소 발효 커피이다. 공기가 없는 밀폐된 공간에 커피를 넣고 발효 과정을 통해 나온 화합물들의 독특한 향이 발현되도록 만드는 방법이다. 화합물에 의해 갖는 독특한 향미에는 와인 또는 딸기같은 맛이 나기도 하고 시나몬이나 향신료의 향미를 갖기도 한다.
하지만 애너로빅 가공방식은 갖고 있는 향이 매우 강하다는 특징이 있어서 다른 가공방식에 비해 매일 마시기엔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특별한 향을 찾는다면 호주에서 애너로빅 무산소 발효 프로세스 원두를 구매해 보는 것도 추천한다.
호주 카페에서 이제는 어딜 가든 볼 수 있는 단어가 싱글 오리진 원두이다. 호주 카페에 가서 블랙 커피를 주문하면 싱글 오리진에 대한 질문을 받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싱글 오리진은 블랙 커피를 선택했을 때 추천되며 우유가 섞인 커피를 주문하면 블렌드를 추천한다. 이런 질문들을 듣고 당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단어는 무조건 알아야 엉뚱한 걸 고를 일이 없다. 그럼 먼저 싱글 오리진은 한 지역 또는 농장에서만 생산된 커피를 말한다. 만약 콜롬비아 Huila 지역에 있는 Las Flores라는 농장에서 나온 생두는 싱글 오리진으로 분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싱글 오리진으로 만드는 이유는 특정 지역과 농장에서만 가질 수 있는 긍정적인 향미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싱글 오리진은 일반적으로 품질이 좋고 긍정적인 향미를 갖는 원두로 구성된다. 그리고 자체의 향미를 살리기 위해 우유를 섞지 않고 블랙 커피로 마시는 걸 추천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블렌드는 싱글 오리진보다 품질이 떨어지는 것일까라는 의문이 들 수 있다. 블렌드는 여러 지역이나 농장에서 생산된 원두들을 섞어서 만든 것이다. 품질과 맛이 싱글 오리진에 비해 떨어지기 때문에 블렌드로 만든 것은 아니다. 블렌드는 우유와 섞어서 만드는 라떼 종류와 잘 어울리도록 배합하여 만든 것이다. 우유를 섞어도 커피가 가진 맛을 살릴 수 있게 로스팅 레벨과 배합 비율을 조절하는 노력이 필요한 원두이다.
블렌드를 블랙 커피로 마시면 안되는 건 아니지만 싱글 오리진에 비해 맛이 더 강렬하고 씁쓸한 맛이 도드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맛의 특징은 우유와 섞인다면 초콜렛과 설탕의 단맛을 만들어 낸다. 만약 평소에 라떼를 좋아하고 에스프레소 머신이 집에 있다면 블렌드를 시도해 보는 것도 좋다.
싱글 오리진과 블렌드는 로스팅 레벨과 원두가 갖는 특징에 따라 맛의 결과가 확연하게 달라진다. 그렇기 때문에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자신이 평소에 많은 먹는 스타일과 맛을 고려해야 하며 에스프레소 머신 사용 유무도 고려해야 할 사항 중 하나이다.
싱글 오리진으로 라떼를 만들어 먹을 수 있고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산미가 있는 커피 우유를 먹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는 점 유의하길 바란다. 호주에서는의 블렌드는 플랫 화이트의 대표 나라답게 우유와 섞어 먹으면 훌륭한 원두가 많으니 호주에 여행을 온다면 꼭 구매 해보길 추천한다.
호주에서 커피 원두를 사러 가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테이스팅 노트 또는 플레이버 노트일 것이다. 테이스팅 노트는 예상할 수 있는 맛을 써둔 것이다. 하지만 테이스팅 노트는 참고용으로 사용하고 100% 그런 맛이 난다고 판단하지 않길 바란다. 하지만 봉투에 써진 노트를 참고한다면 맛이 갖는 전체적인 맛의 뉘앙스를 예상할 수 있기 때문에 원하지 않는 맛을 가진 원두를 피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쓰여진 테이스팅 노트를 봤는데 레몬, 라임, 그린 애플, 파인애플, 자몽 등이 포함되어 있다면 분명히 산미가 높은 특징을 갖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산미가 높은 커피를 피하고 싶다면 선택해서는 안된다. 또 다른 예를 들자면 베이커 초콜렛, 타바코, 비스켓, 월넛 등이 나와 있는 것은 산뜻하고 깔끔한 맛을 예상하면서 구매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처럼 테이스팅 노트를 통해 자신이 원하지 않는 맛을 찾는 것이 효율적으로 원두를 고르는 방법이다.
산미가 높지 않은 경우 호주에서 많이 사용하는 테이스팅 노트로는 로스트 아몬드, 초콜렛, 토피, 건포도 등이 대표적이다. 반면에 산뜻한 특징이 있다면 테이스팅 노트에 복숭아, 청포도, 라즈베리, 오렌지 등 과일을 써놓는 곳이 많다는 점을 참고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