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를 할 땐, 항상 그럴듯한 퇴사 사유가 필요할 것 같지만 나의 진실된 퇴사 이유는 '일이 재미가 없어짐', '미래에 계속 못할 것 같음', '더 재밌는 일이 있을 것 같음'이었다.
"이 일을 계속하는 나를 상상해 보면... 이 일은 진짜 아닌 것 같아"
"이 일보다는 나에게 더 맞는 일을 찾아보고 싶고... 분명히 난 이 일보다는 다른 일이 나을 것 같아"
내 인생에서 큰 퇴사 사건은 3번이었다.
첫 퇴사를 결심하고 처음 부모님께 말씀드렸을 때, 일이 힘들어서 하는 투정이겠거니 회사를 그만두는 걸 반대하시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나는 어릴 때부터 마음의 결정이 선 일을 기어코 해봐야만 끝이 났다. 이런 나를 보며 'x인지 된장인지 먹어봐야 아냐'라는 반응을 보이며 은근히 비난하는 사람들도 많았다. 하지만 난 어쩔 수 없이... 겪어야지만 알 수 있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런 고집 때문에 여태 이 직업 저 직업 하면서 떠돌이처럼 직업을 바꾸고 있지....'라며 나 자신이 답답했던 적도 있다. 그리고 아직도 나는 직업 떠돌이처럼 살고 있다. 이 삶의 시작은 내가 첫 직장인 연구소에 다니면서 시작되었다. 내가 연구소를 다닐 때는 미래에 이 일을 하고 싶지 않았고 더 재미있는 일을 찾고 싶다는 결심을 가지고 퇴사했다.
몇 년 후, 나의 2번째 퇴사가 찾아왔다. 2년 과정의 요리 공부를 마치고 5성급 호텔 셰프로 일을 시작했었다. 하지만 한 달 후 나는 이 일이 내 적성에 맞지 않다고 느꼈다. 그 순간부터 난 이 일을 그만두고 싶었다. 변명이겠지만, 머리로 먼저 생각하고 준비되어야지만 행동으로 나오는 내가 셰프를 직업으로 갖기엔 맞지 않은 옷을 억지로 껴입고 있는 느낌이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졸업 후 키친 일을 시작한 순간부터 나는 또 이 일을 그만두겠거니 직감했던 것 같다. 바로 인정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쉽게 포기하고 싶지 않았고 그 분야에서 살아남기 위해 노력했다. 그렇게 셰프라는 직업으로 3년을 버텼다.
나의 3번째 퇴사는 가장 최근 일이다. 내가 가장 직업 만족도가 높았던 직업은 스페셜티 커피를 다루는 바리스타였다. 만족도가 높던 이 일을 그만둔 이유는 미래의 지속성, 내가 10년이 지나도 계속이 일을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 때문이었다. 마지막으로 일한 직장에서바리스타로 일하며 커피 레시피를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원두 로스팅을 배우는 일도 설렘이 가득했었다. 지금까지도 내가 가장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인 건 변함이 없다. 하지만,'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했을 땐 다르다'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없고 일적인 한계가 있을 때 받는 스트레스가 컸고, 사실 바리스타를 그만 둘 때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제한 없이, 걱정 없이 할 수 있게 만들자!'가 가장 큰 목표였다.
결론적으로 나의 첫 퇴사는 더 재미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였고, 그 이후 나는 바리스타라는 재미있는 일을 찾았다. 하지만 그 재미있는 일을 하면서도 완벽하게 만족할 수 없었다. 내 노력이 부족했을 수 있다. 또는 욕심이 너무 과한 걸 수도 있다. 그래서 가끔은"재미있는 일을 직업으로 계속하려면 어느 정도는 내가 포기해야 했었나?"라고 나 스스로에게 묻기도 했다.
이 글을 적고 있는 지금도 나 자신에게 묻는다. 과연 계속 퇴사하고 직장을 옮기고 직업을 바꾸다 보면 내가 만족하며 일하는 날이 올까 아니면 내가 지쳐서 모든 걸 포기하고 안정된 삶 속에 순응하고 사는 날이 올까?
경제적 부자도 아닌, 능력자도 아닌 나에게 '적성에 맞고 만족성이 높은 직업'이란 단어는 현실적이지 않은 이상적인 꿈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