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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니븐 Nov 10. 2024

직업을 바꿀 때 포기해야 하는 것

현실과 이상 

나는 약 10년 동안 3번 직업을 바꿨다. 


비슷한 직종으로 이직한 것이 아닌 완전 다른 분야를 도전하며 20대 중반부터 30대 중반을 보냈다. 공대를 졸업하고 연구소에 취직하였고, 요리 전문학사를 졸업하고 쉐프로 일을 하였고, 커피 공부를 하며 스페셜티 바리스타로도 일을 했었다. 지금은 또 다른 일을 하고 있지만..


3번의 직업 변동이 있은 후에 내가 깨달은 점이 있다. 이전에는 그저 "내가 원하는 걸 포기할 수 없어! 일단 해보자!"라며 좋은 점만 바라봤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다른 직업으로 바꾼다면, "그동안 공부했던 것, 경력을 쌓기 위해 들인 시간과 돈, 노력이 다 쓸데없는 일이 되지 않을까?"라는 고민에 나는 스스로 대답했다. "아니지, 그런 공부, 경력이 어떤 직업을 갖든 나의 무기 중 하나가 될 거야!"라며 긍정적인 마음으로 현실과 이상 사이에 위치한 내 마음을 다스렸다. 




현실적인 누군가가 나를 본다면, 여태 쌓아온 경력, 안정적인 직장, 학비, 시간을 모두 버리고 다시 시작점으로 돌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이때, 내 동료와 친구들은 겨울에서 봄으로 들어가는 것 같은데 나는 봄에서 겨울로 돌아가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만큼, 직업을 바꿀 때 현실을 아는 것, 그리고 현실을 이겨낼 수 있다는 확신이 굳게 있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다면, 가다가 중간 어느 지점에서 방향을 잃어버린 방황자가 될 수 있다. 


나는 확실하지 않은 상태에 머무르는 걸 굉장히 싫어한다그렇기 때문에 직업을 바꾸는 10년 동안 잠깐은 모르겠지만 오랜 기간 방황자가 되는 일을 다행히 없었다. 일을 하며, 내가 이 직업과 하는 일에 확신이 들지 않으면 매분 매초가 괴로웠다. 그렇기 때문에,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퇴사를 하고 다른 일을 찾았고, '이 일을 하고 싶다' 확신이 생기면 깊게 파고드는 편이었다. 이런 성격이 긍정적으로 작용하여 3번의 직업을 바꾸는 동안, 원하는 일을 할 기회를 매번 만들어 준 것 같다.




나의 가족 중엔 나와 정반대인 사람이 있다. 나의 아빠이다. 아빠는 같은 직업을 거의 30년이 넘게 가지고 계신다. 


그리고 일과 관련한 새로운 기술들이 나오면 학원에 가서 배우시곤 한다. 굳이 배우지 않아도 되지만 시대를 따라가야 한다며 직장과 병행하며 주말에 학원을 다니셨다. 학생 때는 몰랐지만 20년 넘게 같은 직장에 다니며 자신의 분야를 끊임없이 공부하시는 아빠가 요즘 대단하게 느껴진다. 3년 이상 같은 직장에 다는 적이 없는 나는 아빠와 너무나 다른 딸이 아닌가 싶다. 아빠에게 나는 아직도 너무나 이상적인 현실을 꿈꾸고 어린아이처럼 느껴지시겠지.


지금 나는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고민하는 특권을 누리고 있지만, 아마 우리들의 아빠는 어릴 적부터 현실이 너무 크게 다가와 이상을 꿈꿀 수 없지 않았을까. 시대적인 배경, 사회적인 시선, 책임져야 할 가정은 매우 큰 현실적인 요소들이기 때문이다. 직업을 바꿀 땐 꼭 현실을 이겨낼 수 있는 결정에 대한 확신이 필수다. 현실이 다가올 땐 눈을 감고 이상에만 눈길을 주다간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 길을 잃고 방황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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