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시간이 지날 줄 몰랐다.
일을 그만 둔지 1년 차가 되었다. 작년 이 맘 때까지 주 5일 출근하고 사람을 만나고 매일 아침 일을 나가며 나름 규칙적인 일상을 보냈었다. 그러다 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하였고, 이렇게 1년이 되었다.
일을 그만둔 이유는 집에서 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나는 호주에 살고 있지만 부모님은 한국에 계시기 때문에 자유롭게 한국과 호주를 오갈 수 있는 직업을 갖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장소에는 상관없이 할 수 있는 일이면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만두기 전 머릿속에 계획은 있었지만, 현실에서는 계획대로 쉽게 되진 않았다. 처음 나의 계획은 블로그를 만들고 '애드센스'라는 수단으로 돈을 벌고 싶었다. 열심히 유튜브를 찾아보고 따라 해 봤지만 계획대로 되진 않았다. 조급함에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고 시도도 해봤지만 보이는 것처럼 한방에 쉽게 되는 건 없었다. 그렇게 퇴사 후 초반 3개월이 금세 지나갔다.
처음 일을 그만둘 때, 매주 나가는 집세와 생활비가 있었기 때문에 나에게 허락된 시간을 3개월로 정했다.
'딱 3개월만 해보고 안된다면 하던 일을 다시 하면서 돈을 벌기 시작하자!!'
그땐 3개월이 이렇게 성과 없이 빠르게 올 줄 몰랐다. 또한 3개월이 지나니, 재정적으로도 부담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원래 하던 일을 주 3일 정도만 하면서 돈을 벌고 나머지 시간 동안 다른 일을 찾아볼까? 하지만 하던 일을 시작하면 거기에서 오는 안정감에 다른 일에 대한 꿈을 미뤄질 텐데 그럼 어쩌지...?' 이런저런 고민을 했었다.
그러다가 나의 파트너의 권유로 잠시 사이드잡으로 했었던 PTE 과외를 조금씩 시작했다. 영주권을 따기 위해 아이엘츠 8점에 해당하는 PTE 79점 이상을 받은 적이 있다. PTE나 아이엘츠 모두 영어 인증 시험의 종류이다. 어릴 적부터 이과 공부만 좋아했고 언어와 말하기에 소질이 없었기 때문에 이 점수를 따는 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그 당시 선택권이 없었다. 필요한 점수를 따기 위해 여러 공부법을 시도하였고 또한 실패를 반복하며 시험에 대한 노하우가 쌓였다. 이런 노하우로 잠시 과외를 한 적이 있다.
당시 과외를 그만둔 이유가 있었기 때문에 다시 시작하는 건 좀 부담스러웠다. 과외 선생님으로서 학생들이 수업 외 시간에 질문하면 이에 대한 연락도 최대한 빠르게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본업을 하며 빠르게 연락을 주기는 어려웠고 이에 불편한 마음이 생겨 과외를 하는 걸 그만뒀었다.
하지만 일을 그만 둔지 3개월이 되었고, 어떤 일이든 시작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과 파트너의 권유, 그리고 예전보다는 더 집중해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감으로 다시 과외를 시작하게 되었다. 블로그와 로고 관련 일을 병행하려 했지만, 과외 일이 바빠지며 과외에만 집중하게 되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려 어느새 집에 있은지도 1년이 되었다.
'내가 원했던 집에서 일할 수 있게 된 건데, 왜 마음이 불편할까?'
지금 하고 있는 일은 프리랜서와 비슷하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를 다닐 때처럼 주기적으로 고정 금액에 들어오지도 않고 직업에 대한 불안정함이 존재한다. 회사는 이에 비해 안정적인 선택지였다는 걸 이번 경험으로 몸소 느꼈다. '회사가 안정적이지~ 꼬박꼬박 월급 나오고 직원 복지도 있고 하니~'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었다. 작년까지만 해도 회사보다는 무조건 집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선호했지만 1년의 경험으로 시야가 달라졌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같이 불안이 큰 사람은 그냥 회사를 다니는 게 마음이 편할 수도 있겠다... 지금이 익숙해졌는데...이전처럼 회사를 다시 다닐 수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