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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자 Jul 19. 2017

#68

연재소설

무진은 새벽1시 새벽2시 그리고 3시에 깼다. 산소가 부족한지 1시간 간격으로 깼다. 무진인 깨다 다시 잠들면 기주가 깨다 잠들었다. 방안은 냉동창고 같았다. 너무추웠다. 패딩도 입고 침낭에들어갔고 뜨거운 물도 물병에 담아 들어갔는데도 추웠다. 컨디션이 좋다면 이렇게까지 추위를 타지 않았을텐데 이상하게 추위가 심했다. 라면이 먹고 싶었다. 뜨끈한 국물을 마시고 싶었다. 길거리에서 파는 어묵도 먹고 싶었다. 천장을 보며 입맛을 다셨다.


-무슨 입맛을 그렇게 크게 다셔, 배고파? 먹을거 없는데.

-먹고 싶은 게 떠올라서. 천장에 음식이 보인다. 따뜻한 게 먹고싶어. 라면, 국밥, 어묵, 부대찌개 그런것들.

-카트만두가서 먹자 한인식당 많던데. 나는 연어 먹고 싶은데. 회도 먹고싶고. 딸기도 먹고싶고. 진짜 과일이 너무 땡겨. 신거 있잖아. 오렌지. 한입 크게 깨물어 먹고 싶네

-과일이든 뭐든 다 먹을 수 있겠다. 음식이 너무 서양식이야. 달밧도 매일 먹으니까 힘들다. 빵도 질리고. 한국사람은 한식이 진짜 필요한가보다. 며칠은 괜찮은데 주식을 못먹으니까 힘도 딸리고 지치네. 지쳐.


기주도 무진도 표면상으론 3kg 이상 빠져보였다. 바지는 지퍼를 열지 않고도 옷을 갈아 입을 수 있었다. 뒷모습만 봐도 살이 빠진게 들어났다. 옆구리 살도 잘 잡히지 않았다. 확실히 빠졌다. 기주는 콧등이 더 날까로워졌다.


-그나저나 자야되는데, 내일도 일정이 긴데, 고도도 5,000으로 넘어가고. 내일만 지나면 이제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진짜 내려간다 이제.

-며칠 걸리지 내려가는데?

-루클라까지 4일이나5일걸리겠지. 모레 두클라가고 그 다음날 탱보체까지 가나 그럴껄 그 다음 남체 빠르면 남체에서 루클라까지 하루니까 4-5일이면 갈 수 있겠다.

-내일 가장 춥겠지?

-일몰 보러 가는거니까 패딩도 챙겨야 될꺼야.

-너무 추우니까 별보러 나가기도 싫다. 지금이면 별 엄청 많이 보일 시간인데. 도저히 못나가겠어.

-감기걸려. 동상걸린다.

-천체망원경 있으면 진짜 잘 보이겠지?

-잘보이겠지. 그런데 눈으로 보는 것처럼 멋지진 않을껄. 눈으로 보면 전체가 다 보이잖아. 은하수도 그렇구.

-그야 그렇지. 어째꺼나 자세히 보고 싶단거지. 자야되는데.

-얼른주무시오. 아침이 밝아옵니다.

-예. 예.


6시다. 더이상 잠은 글렀다. 날은 밝아지기 시작했다. 새벽빛이 새파랗다. 땅은 어둠이 사라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개가 어슬렁 거렸다. 개들도 이곳에 태어나지 않았다면 고산병에 걸렸을게다. 돌이켜보니 개들도 전력질주는 하지 않았다. 뛰어도 몇걸음이 전부였다. 개들도 똑같이 호흡을 하기 때문이다. 기주는 밖으로 나갔다. 호흡을 하며 몸을 풀었다. 일전에 배워둔 요가로 스트레칭 했다. 거칠고 척박한 땅에서 걸음을 옮길때마다 흙먼지가 올라왔다. 나무도 보이지 않고 바위와 돌무더미 그리고 깊이를 알수 없는 하얀 눈에 뒤덮힌 산만 보였다. 기주는 마을 어귀를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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