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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자 Jul 20. 2017

#69

연재소설

머리를 따뜻하게 해야 한다는 말에 잠 잘때도 보온에 신경썼다. 야크털로 만든 모자를 남체에서 샀다. 야크털인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보온은 확실했다.

머리엔 기름이 가득해서 미끌거렸다. 한 번씩 머리를 흔들어 공기와 접촉시켰다.


침낭에서 나와야하는 아침은 온도차이로 인해 차가웠는데 특히 딱딱하게 굳은 등산화를 신을 때 힘들었다. 옷을 갈아입을 땐 살얼음이 끼었는지 몸에 촥 달라붙어 아침마다 비명소리가 절로 나온다. 기주에 꾀꼬리같은 목소리가 방안을 가득 채웠다.


짐정리는 빨라졌다. 부피가 큰 짐은 배낭 가장 아래에 무거운 짐은 가운데 작고 가볍운 짐은 위쪽에 자리 잡았다. 수시로 꺼내야 하는 짐은 배낭 윗주머니물병은 배낭옆 포켓에 넣었다.


아침을 먹은 후에는 발포비타민, 칼슘을 먹었다. 화장실을 다녀오고 방값, 식대 계산을 마치고 빠진 건 없는지 방을 확인한다. 그리고 출발했다. 기주 타카 무진 순이다. 고락쉡으로 가는 길에는 콜린이 함께했다.


에베레스트 트레킹만 4번째인 그는 길이 변했다고 했다. 암석으로 된 길이었는데 눈에 띄는 길이 아니라 어림짐작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 올라서면 움직이는 작은 암석이라 위험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바닥에서 먼지가 수시로 올라왔다.


날씨는 쾌청했다. 햇빛이 강해 얇은 긴티 하나만 입고 움직여도 충분했다. 1시간이 지났을 무렵 콜린은 5,000미터에 도달함을 알렸다. 특별히 달라진 것을 느낄수 없었다. 풍경은 쉽게 바뀌지 않으니 항상 봐오던 것이었고 달라진 것이 있다면 하늘이 더 검게 변했다는 것이다. 파란 하늘이 익숙한이에게 파랗고 검은 하늘은 생소하기만 했다. 자외선도 강해 선글라스를 끼지 않으면 눈이 아팠다. 선글라스는 이곳에서 필수였다.


고락쉡으로 가는 길을 험했다. 움직일 때마다 돌덩이가 무너졌다. 길을 만들어 가는 게 편할정도였다. 발을 헛디딜 수도 있었다. 1시간 동안 긴장하며 걸었고 돌길이 끝나자 멀리 고락쉡 롯지가 보였다.

롯지가 들어설 터만 다져저 보였고 오른쪽 뒤편엔 빙하가 보였다. 왼쪽엔 칼라파타르로 올라가는 길이 보였는데 그 뒤로 설산이 파노라마로 이어졌다. 에베레스트는 보이지 않았다. 신기한 건 칼라파타르 높이가 5,400미터인데 그 뒤로 펼쳐진 설산에 칼라파타르는 동네 뒷산으로 보일만큼 그 높이에 오금이 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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