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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방랑자 Aug 07. 2017

#79

연재소설

-여기 사람들도 스트레스 받겠지?

-그럴까? 얼굴을 보면 괜찮아 보이는데, 또 모르지.

-열악한 환경이지만, 음. 비교를 하고 싶지 않지만 뭐, 그렇지만 아무튼 여기서 살면 마음은 편하겠어. 아프면 병원 가는 게 문제지만.

-이런 멋진곳도 일상이 되면 별볼일 없을껄. 사람사는게 다 그래. 별거 없는거야. 쉽게 달라지지 않아. 사람 마음이 달라져야 하는데 그게 쉽겠어?

쉬운거 아니다. 어려운거야.

-에휴. 술이나 마시고 싶다. 맥주에 치킨이 딱 있었으면 좋겠다. 낮술 먹고 퍼질러 자면 딱인데.

-남체에서 먹어. 3천미터로 내려가면 네가 원하는 뭐든 다 먹어

-저기 보여? 집 짓는다. 2시방향. 이곳에서 집지을려면 헬기로 공수하나? 여기서 집짓는 사람들은 대부분 부자겠구나. 아무리 개발도상국이어도 잘 사는  사람은 어디에나 있어 그치?

-말이라고, 당연한거지. 어디에나 있지.

-부자로 일주일만 살아봤으면 좋겠다. 그나저나 팡보체는 언제 나오려나. 이제는 길이 낯이 익어서 보일 듯 한대.  

-곧 나올껄. 11시 넘었으니까 나올 시간이다.

-집짓는거 보니까 전에 막노동 할 때 생각난다. 20대 초반에. 그 때 참 열심히 일했는데, 눈치도 보면서 쉴 때 많이 쉬고 다같이 쉴 때 더 쉬고, 아침 참 점심 참 다 주고 일찍 시작하고 일찍 끝나고. 진짜 괜찮았는데. 기술 배워놀껄 그랬어. 그때.

-배우지 그랬어. 밥 벌어 먹을 기술 하나 있음 평생 먹고 사는데.

-그땐 몰랐지. 일당으로 받으니까 돈 모으는 재미에 그냥 일만했지. 기술 배울 생각이나 했겠어. 돈 모아서 여행 갈 생각만 한거지. 진짜 그거 하면서 흔하지 않은 캐릭터 많이 만났는데. 사연 없는 사람 없다지만 기구한 사람부터 잘나갔던 사람까지 많이 만났다. 진짜. 별의별 사람이 다 있지. 확실한건 흔하지 않은 캐릭터가 엄청 많았지.

-어떤면이?


-직장생활이란게 이나라는 양복을 입잖아. 대부분 와이셔츠가 바뀌거나 넥타이가 바뀌거나. 가끔 구두가 바뀔수도 있고. 치마가 바뀌거나 가방이 바뀌꺼나. 크게 달라질게 없다는거지. 그래서 야유회를 가거나 워크샵 가게 될때 평상복 입은 모습을 처음 보게 되잖아. 그 때 처음 본다고. 낯설거든. 항상 같은 모습을 보다가 다른 모습을 보니까. 그런데 이 현장은 매일이 스펙타클 하다 이거지. 직장생활에서 쉽사리 볼수 없는 매력을 볼수도 있고,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에 상남자 캐릭터도 있고, 입만 열면 거짓말이 자동으로 나오는 사람도 있고 아주 다양하단 말이야. 같이 일을 나가면 말을 섞게 되니까, 대충 감이 오거든. 어떤 사람인지. 거짓말인지 아닌지는 여러번 겪어도 헷갈릴 수도 있기 하지만. 대부분 맞긴해.

아저씨가 그러더라 '앞길이 구만리인데, 오래할 생각마. 타일, 조적처럼 기술을 배우면 몰라도 그게 아니면 나처럼 잡부만 하는거야. 이게 마약과 같아서 돈 떨어지면 나오는거야. 어떻게 시간을 보내든 일이 끝나면 입금이 되니까. 이거에 맛들리면 일당으로 사는거야. 나야 이제 나이도 많이 먹고 잡부나 하는거지. 자네 아직 젊잖아. 젊은나이에 경험 삼아 하는건 좋지만 너무 오래 하진마. 목표가 있어서 돈을 모야겠다 뭐 이런 생각으로 한 두달 정도는 좋지. 대신 악착같이 모아야지.'

그 아저씨는 은행원 출신이었어. 35살에 퇴사하고사업을 하셨는데. 잘 되셨나봐. 아직까지 우리에게 골프가 취미라고 말할 수 있는건 돈이 있다는 소리잖아.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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