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교통사고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순간이ㅜㅜ
교통사고란 원래 그런 것일까?
언제 어떻게 다가올지 전혀 알 수 없게 예고 없이 다가와 그 순간의 기억을 지워버린다.
아니 그 순간만의 기억이 아니었다.
언제 내릴지 모르는 봄비처럼 사고도 그렇게 일어났다.
그리고 아무도 몰랐다. 그 사고 이후 어떤 일이 일어날지.....
그 날은 여느 때와 같은 하루였다.
적어도 그 사고가 있기 전 까지는...
삼일절이자 봄비가 내리는 토요일, 저녁이 다가오는 시간이었다
평소 운동량이 부족했던 B는 학생들 수업을 끝마치고 서둘러 퇴근 준비를 했다.
우산을 들고 산책 나갈 준비를 하기 위해서였다.
B는 학생들 수업 스트레스에 오늘은 아내의 잔소리까지 겹쳐 걸으면서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심산이었다.
걷다 보면 발바닥의 신경들이 자극받아 스트레스가 풀리고 생각이 정리된다는 글을 어디선가 본거 같았다. 사실 그 글을 보기 전부터 걷기는 B의 최애 스트레스 해소 방법이었다.
적게는 만보, 많게는 이만 보 정도를 걷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고민 중이던 생각들이 정리가 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산을 챙겨 막 집을 나서려는데 갑자기 생각이 났다.
'아차! 태극기!'
삼일절이라 아들이랑 같이 게양한 태극기가 생각났다.
'집을 나서기 전 생각이 나서 다행이다.'
비가 더 많이 오기 전에 태극기 철수 시켜야 했다.
태극기를 철수 시키고 다시 장우산을 챙겨 근처 공원으로 향했다.
부슬 부슬 내리는 봄비는 내렸다 그쳤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올 거면 아예 많이 오든지? 아님 아예 안 오든지? 성가시게ㅜㅜ'
우산을 써기도 안 써기도 애매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공원에 나온 사람들도 우산을 쓴 사람이 반 정도, 안 쓴 사람이 반 정도인 듯 보였다.
B는 우산을 폈다 접었다를 반복하다가 안경에 자꾸 물방울이 묻으니 얼룩이져 계속 써기로 결정하고 우산을 써고 산책을 계속했다.
B의 성가신 기분과는 상관없이 봄비가 내리는 공원이 아름다웠다.
무념무상으로 비 내리는 공원을 보며 산책을 하고 있는데
"위이이잉~ 위이이잉~"
B의 손에서 진동이 느껴졌다.
"여보세요? 집에 들어왔는데 없어서 전화했지! 어디야?"
아내 Y였다. 아침에 짜증을 낸 게 미안했던 모양이었다.
"나? 집 나왔지~"
B는 진지 모드로 갈까 하다가 장난스럽게 받아넘겼다.
"풋~~집 나가서 어디 갔어?"
Y는 B가 그럴 사람이 아니란 걸 알고 있었기에 헛웃음이 났다.
"공원 산책"
"어이구~~집 나가서 간 게 겨우 공원이야? 언제 들어올 거야?"
기분이 언짢아도 갈 곳이라고는 공원밖에 없는 B가 약간 불쌍하기도 하고 귀엽기라도 한 듯이 아내 Y가 말했다.
"지금 가려던 중~"
"알았어~조심해서 와~"
"어~"
이렇게 전화를 끊고 B는 한 바퀴를 더 돌고 집으로 향했다.
'한 바퀴를 더 돌지 않았으면 교통사고가 나지 않았을까?'
모를 일이다.
'아차! 로또!'
그냥 가려다가 B는 오늘이 토요일이라는 게 생각났다.
그래서 집 근처 가게에서 로또 한 장을 사서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로또를 사지 않았으면 교통사고가 나지 않았을까?'
역시 모를 일이다
B가 가게에서 로또 한 장을 사서 나와보니 횡단보도 신호가 막 바뀌었다. 그래서 우산을 펴고 급히 횡단보도로 뛰었다.
그런데,
"끼이익 이익~~~~~~~"
급하게 뛰어 건너가던 B의 귀에 어디선가 브레이크를 심하게 밟는 소리가 들렸다.
'뭐지?'
B는 본능적으로 고개를 돌려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봤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데........'
1차로엔 벤츠가 서있고 2차로는 비어있었다.
근데 잠시 후 2차로에 오토바이가 갑자기 나타났다!
오토바이가 신호가 바뀐 걸 뒤늦게 발견하고 속도를 줄이려고 급 브레이크를 잡았는데 빗길이라 미끄러워 속도가 줄지 않자 벤츠와 충돌할 거 같아서 차선을 급하게 변경한 듯했다.
속도를 이기지 못 한 오토바이는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고 운전자는 오토바이의 무게와 속력을 이기지 못하고 오토바이를 놓치고 옆으로 나뒹굴었다.
B가 서있었던 횡단보도 차로는 2차로였다.
오토바이가 영화의 한 장면처럼 B 앞으로 쭈~~욱 빠른 속도로 미끄러져 왔다.
그리고 주위에서
"어떡해?"
하는 소리가 들렸다.
이 모든 것들이 슬로비디오처럼 B의 눈과 귀로 들려왔다.
그리고 스쳐 지나가는 얼굴들 Y, 아이들, 부모님. 그리고 ..........
그리고 B는 '빙글' 하는 느낌과 함께 아스팔트 바닥에 머리를 부딪치고 잠시 정신을 잃었다. 눈을 떴을 때는 주위 사람들의 소란스러운 소리와 1차로 벤츠 운전자가 걱정스럽게 나오는 모습, 오토바이 운전자가 뒤뚱거리며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우이~~~이잉, 위이~~~~이잉"
'전화를 받아야 하는데, Y가 걱정..............'
주머니에서 진동벨이 울리는 걸 느끼며 B는 다시 정신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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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에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