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기억
윤예지도 현미래도 서로를 잠시 약간 멍하게 바라 보았다. 서로 닮았다고 생각하는 거처럼 보였다.
"좀 어떠세요? 횡단 보도를 건너시다가 빗 길에 미끄러지는 오토바이와 부딪쳐 보호 장구 없이 머리를 직접 아스팔트에 박으셨다고 들었는데 괜찮으세요?"
현미래는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였다.거침없이 질문을 쏟아 내고 있었지만, 우아함을 잃지 않았고 얼굴에서 밝은 기운이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네. 뭐~~뒤통수에..... 혹이 난 거 빼고는.... 괜찮은 것....... 같습니다~"
백광현이 약간 머쓱해서 혹이 난 뒤통수를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 윤예지와 닮아서 인지. 아님 현미래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아우라 때문인지 왠지 모르게 조심스럽게 대답하는 백광현이었다.
"네....기절하셨다가 깨어나셨다고요? 얼마 정도 기절하셨죠?"
"네.... 그게..... 그러니깐........"
"네. 대략 50분 ~ 1시간 정도 의식이 없었고요, 오는 동안도 119 구급 대원이랑 통화하면서 지시에 따라 확인했는데 다른 이상은 없는 듯했어요. 다만, 깨어나서 잠시 사고 상황을 기억을 못 했었어요. 그리고 30분 쯤 뒤 다시 기억은 했고요~"
머뭇거리는 백광현을 대신해 윤예지가 현미래에게 자세하게 설명을 해줬다.
"네! 자세히 살피셨네요. 잘 하셨어요. 전형적인 뇌진탕 증상입니다. 다행히 빨리 기억이 돌아오셨네요. 그렇다 하더라도 1주일에서 2주일 정도는 잘 지켜보셔야 합니다..... 교통사고라는 게 뒤늦게 증상이 나타나는 경우가 많거든요! 특히 머리를 아스팔트 바닥에 바로 박으셨다는 게 좀 걱정은 됩니다. 지금 바로 증상이 없으시더라도 며칠 뒤에 지연성 뇌출혈로 이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거든요. 음....."
잠시 말을 멈춘 현미래가 말을 다시 이어나갔다.
"근데, 지금은 별 이상이 없다고 하시니, 환자분 본인이 결정하셔도 될 거 같아요. 이런 경우는 저는 웬만하면 입원을 하셔서 지켜보는 걸 권하기는 합니다만, 일도 있으실 거고, 다른 사정도 있으실 수 있으니, 퇴원하시고 통원 치료를 받으실 지, 아님 힘드실 거 같은 심 제 권유대로 입원을 하셔서 지켜보실지 결정하시면 됩니다. 어떻게 하시겠어요?“
“그게..저..아직은...”
백광현이 대답을 잘 못하고 쭈뼛쭈뼛하면서 윤예지를 바라봤다.
“아! 혼자 결정하시기 힘드시면 보호자랑 같이 의논해보세요.“
백광현이 윤예지의 눈치를 살핀다고 생각해서 현미래가 말했다.
“네. 어떤 거 같아? 괜찮겠어? 아님 웬만하면 선생님 말씀대로 입원하고?”
윤예지도 아무래도 걱정이돼서 백광현에게 입원하는 쪽으로 얘기를 했다.
“아니야! 크게 외상이 있는 거도 아니고, 두통은 선생님 말씀대로 사고 직후라 그런 거 같고 집이 편하지. 아무래도...집에서 쉬는 게 나을 거 같아.“
백광현이 퇴원을 하겠다고 얘기를 하자 현미래가 주의 사항을 일러줬다.
“네. 그럼 지금은 퇴원하시고요, 월요일 오시면 되는데, 지금 괜찮아서 퇴원 하시는게 아니시라는 거 아셔야 해요! 아직 정확히 어떨지 몰라 환자 분 편하신 쪽으로 선택하게 해드린 건데, 특히 머리를 박으셨으니, 월요일 전이라도 보호자 분께서 잘 지켜보시다가, 말이 어눌해진다 거나 시야가 갑자기 흐려진다 거나, 어지럼증, 속 메스꺼움 증상이 있으신 거 같다고 하시면 바로 병원으로 다시 오셔야 합니다. 본인은 잘 못 느끼는 경우가 많아서요. 특히 보호자 분이 잘 살펴 보셔야 해요."
"네. 알겠습니다. "
윤예지가 대답했다.
근데 말하던 도중에도 현미래는 백광현을 계속 흘깃 흘깃 쳐다보더니 뭔 가를 정확하거 확인해 보고 싶은 게 있는지 백광현에게 다시 물었다.
"근데, 이름이 백광현 맞나요?"
"네?... 네~"
"경윤대학교 수학과 02학번?"
"네........ 근데 그걸 어떻게?"
어안이 벙벙한 건 백광현이나 윤예지나 마찬가지였다!
"나 기억 안나? 나야 나! 너랑 같은 대학 동기 현미래!"
"어?..... 누구라고.....요......?"
"나! 현미래! 옆은 누구? 와이프?"
"어. 아니! 네.........."
"어~아니! 네....는 뭐냐? 섭섭해지려 하네........ 진짜 기억 안 나?"
"네. 저는 전혀......."
"안녕하세요. 백광현 아내 윤예지 입니다. 저.... 오늘 교통사고 나서 충격 때문일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옆에서 들으니 광현씨 대학 동기시라고요? 근데 이 사람은 수학관데 어떻게 의사가..........?"
"아~~전 1년만 다니고 때려 쳤어요! 그리고 그 다음 해에 의대 갔고요~그래서 지금 이 옷을 입고 있네요~"
현미래는 이 상황이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아니면 아무렇지도 않기를 간절히 바라는 듯, 의사 가운을 펄럭이며 말했다.
"아~네! 자기야 진짜 기억 안 나?"
윤예지가 백광현에게 재차 확인을 했다.
"어. 첨 듣는 이름인데...... 아무리 생각하려고 해봐도..... 기억이 안 나!"
백광현은 여간 곤혹스러운 게 아니었다. 얼굴은 어설프게 기억이 날 듯도 하지만, 그건 윤예지랑 스타일이 비슷해서 그런 거 같기도 해서 뭐라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위에 당직 서다가 환자 리스트에 백광현이라는 이름이 있길래 혹시나 하고 내려와 봤더니.... 맞네....... 너 이름이 약간 특이하잖아! 그나저나 내가 기억이 안 난다니? 사고 충격에 놀라서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그럴 수도 있고 벌써 20년도 지났으니 그럴 수도 있고.... 또...... 아니
다......."
아무렇지도 않은 거처럼 말을 하려 하지만, 중간 중간 자기도 모르게 변하는 얼굴 표정에서도, 말끝을 흐리는 걸로 봐서도 이 상황이 분명 현미래에게도 힘든 건 확실했다.
"네! 죄송해요. 일부러 이렇게 내려와 주시기까지 했는데....."
윤예지가 대답했다.
"괜찮아요. 그리고 아내분께서 죄송해할 일도 아니고요! 지금부턴 어차피 내 환자니까 종종 보게 될 거에요. 병원에서 보는 게 그렇게 유쾌한 일은 아니긴 하지만...그럼 다음 번엔 기억이 날 수도 있겠죠? 아님 그 다음에라도.....오늘은 많이 놀라셨을 텐데 집에 가서 푹 쉬시고, 일단 월요일 오전으로 예약 잡아 놓을 테니 월요일 다시 오세요. 환자 분! 스케줄 확인하고 내일 중으로 문자 보내드릴게요. 환자 분!"
현미래가 웃으면서 일부러 환자분을 거듭 말하며 백광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하지만 왠지 여운이 남는 깊은 웃음이었다.
"네........."
"오늘 만나서 반가웠어요. 다음에 또 봬요~"
현미래는 뭐가 그렇게 좋은지? 아님 원래 성격이 그런 건지? 그렇게 윤예지에게 까지 인사하고 손을 흔들며 가버렸다.
지금 상황이 이해가 안 되기는 백광현도 윤예지도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사라지는 현미래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을때, 간호사 선생님께서 오셔서 오늘 치료비에 관해서 알려주시면서 물었다.
"오늘 자동차 보험처리 되셔서 비용 없으시고요 그냥 가시면 되세요. 그리고 교수 님께서 월요일 오전에 보자고 하셔서 스케줄 확인해서 문자 드릴게요. 월요일 오심 되세요! 근데, 혹시 교수 님 하고 아시는 사이세요?"
"네...... 아뇨...... 잘 모르겠어요~"
백광현이 얼버무리듯 대답하자
"교수 님 원래 잘 웃으시긴 한데 저렇게 기분 좋은 모습은 첨 보는 듯해서요. 하지만 웃는 모습이 왠지 그늘져 보여서요. 아! 아니에요. 제가 괜한 말을 했네요. 안녕히 가세요~"
간호사 선생님은 무슨 말을 더 하려 다가 얼른 말을 끊고 자리를 떠셨다.
그렇게 백광현을 부축해서 응급실을 나와 택시를 타고 집으로 오는 동안 윤예지는 기분이 묘했다. 자기랑 분위기가 닮은 것도 기분이 그런데
'내 환자? 내 환자라고? 뭐지? 그리고 말하려 다가 만 또는 뭐고?'
"자기 진짜 저 의사 누군지 기억 안 나?"
백광현도 기분이 묘하고 당혹스러웠다.
"몰라! 진짜 기억 1도 없어! 진짜! 레알!"
말하는 투로 봐서는 진짜 기억이 안 나는 듯했다.
"그럼, 뭐야? 어떻게 자기 이름이랑 대학, 과, 학번을 다 아냐고? 이름이야 접수할 때 적었다
치고, 대학이랑 과, 학번을 어떻게 아냐고? 그리고 왜 자꾸 웃어? 교통사고 난 환자한테....!"
"그건..... 모르지? 나도!"
"분명 그 의사는 자기를 아는 거 같았는데..... 의사가 거짓말할 일도 없고?"
"모르지? 그거야!"
"의사가? 그것도 대학교수가?"
"어!"
"왜?"
"어? 그야 내가 잘 생겼으니까!"
"머릴 심하게 부딪친 건가? 왜 그래? 다시 재워줄까? 의식 없을 때가 더 좋았지? 그때로 돌려줘?"
그렇게 장난은 치고 있었지만 둘 다 기분은 왠지 모르게 께름칙했다.
그렇게 티격태격하며 집에 도착하니 아이들이 걱정스럽게 백광현을 맞이했다.
"아빠 괜찮아? 머리에 빵구 났어?"
머리가 찢어지진 않았지만 찰과상에 혹까지 나서 응급처치로 붕대를 감아줘서 큰 아이가 그걸
보고 하는 말이었다.
"아니. 빵꾸는 무슨! 당근 괜찮지~~!아빠가 누구냐?"
"누구긴 우리 집 약골! 서열 막내지!!"
백광현의 장난 어린 말투에 둘째도 맘이 놓였는지 백광현을 한심스럽게 쳐다보며 말했다.
"배고프지? 엄마가 얼른 밥 차려줄게~~"
윤예지가 어른 앞치마를 두르며 말했다.
"나는 아스팔트에 뒹굴어서 좀 씻을게!"
"아빠! 괜찮겠어?"
"당근~~!"
그렇게 말하고 욕실로 들어가 샤워를 하는 내내 현미래가 누군지 생각을 해봐도 도무지 생각이 나질 않았다.
‘누구지?’
아니, 생각을 하려고 하면 할수록 머리가 더 아파왔다. .
'누굴까? 무슨 사이였을까?'
윤예지도 현미래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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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봄비 -4화-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