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봄비 05화

-제5화-

인연

by 백운


하지만 길이 엇갈린 것인지 백광현은 아무리 찾아도 그 여학생이 보이지 않았다.

‘벌써 집으로 간 건가? 아님 쓰러져서 구급차에 실려 갔나? 아니야 구급차 소리가 들리지 않았으니 그건 아닐거야? 우리학교 학생이었을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걷던 백광현은 갑자기 아까 일들이 생각이나 상기된 얼굴로 핸드폰

을 꺼냈다. 그러고는 어딘가에 전화를 걸더니 신호가 울리는 걸 확인하고 끊어버렸다.



집 침대에서 만화책을 보고 있던 손영찬은 전화벨이 울리자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여보세요~~~어? 야, 인마 이거 또 끊었네.....? 또 끊었어!"

손영찬은 발신자 번호를 확인하고는 투덜 투덜대면서 걸려온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걸려온 번호는 백광현이었다. 발신자 번호가 손영찬 핸드폰에서 확인 될 정도로만 신호음이

울리게 했다가 전화를 끊어 발신자 번호를 확인한 손영찬이 자기에게 전화를 하게 만들어, 통신비를 아끼자는 백광현의 전략이었던 것이다.

"여보세요~~야 니는 인마 전화를........."

"야~야! 됐고~ 나 오늘 선녀를 만났다!"

"뭔 소리고? 자다 봉창 두드리는 거도 아이고?"

백광현은 들떠서 같은 지방 강촌고등학교에서 경윤 대학 수학과로 같이 진학한 친구 손영찬에게 전화를 해 떠들어 댔다. 손영찬은 경윤 대학이 있는 덕산시에서 지방 강촌 고등학교로 유학을 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는 다시 덕산시에 와있었다.

백광현과는 1학년 기숙사 생활을 하면서 알게 되었다. 둘은 같은 방에 배정 받았고, 둘다 외지에서 와 기숙사 생활을 하기는 했지만, 영 기숙사 생활이랑은 맞지 않는 스타일 이었다. 그래서 한 달 정도 기숙사 생활을 하다가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자취방을 얻어 같이 생활 하면서 친해졌다.

손영찬은 유독 사투리가 심했다. 사투리를 웬만하면 안 사용하려고 하는 백광현과는 달리 손영찬은 언뜻 보면 일부러 더 사투리를 사용하려는 듯 보였다.

그래서 백광현이 손영찬에게 한 번 말 한 적도 있었다.

"야! 너 사투리 좀 줄여! 다른 친구들이 잘 못 알아듣잖아!"

백광현이랑 손영찬이 다니는 지방 강촌 고등학교는 전국에서 학생들이 유학을 올 만큼 명문 사립고등학교였다. 그래서 전국에서 다양한 지역의 학생들이 와서 생활하고 있었기 때문에 간혹가다가 손영찬처럼 특정지역 사투리를 심하게 사용하는 학생들이 있으면 의사소통이 힘든 경우도 간혹 있었다. 그래서 백광현이 손영찬에게 말을 했지만 그때마다 손영찬은

"야~~냅도! 냅도! 이리 태어난 걸 우짤 끼고? 내는 내대로 살끼다ㅋ"

하면서 들으려 하지도 않았다.

여하튼, 그래서 백광현은 지방 산골 촌 동네 출신인 자기보다는 손영찬이 항상 부유층이라 생각하고 전화를 하다 끊어 발신자만 확인되게 하고 손영찬이 다시 전화를 하게 만들었었다.

"야~~내가 첨에 캠퍼스를 거닐 때는 없었거든! 근데 비가 부슬부슬 내리기 시작하면서 비와 같이 하늘에서 내려왔나 봐!"

"그니까? 뭐? 뭐가? 말을 알아듣게 해야 알지 인마!"

"야~~그니까! 그 선녀가~첨엔 없었는데 비가 내리면서 내 눈앞에 나타났어....근데 횡단보도에서 사고 날 뻔 한 걸 내가 구해줬다니까?"

"그래서? 그 선녀가 뭔데?“

“어? 사람이지! 예쁜 여자 사람! 아니지 진짜 선년가? 진짜 선녀일 수도 있겠다.”

“뭐라 쌌노? 그래서 지금은 어딨는데?"

"어? 그거야 모르지! 그러고는 찾았는데 아무리 찾아도 없어졌어. "

"어디? 하늘로? “

“진짜 하늘로 올라갔나? 내가 진짜 선녀를 구해준건가?”

“인마이기 헛 걸 봤나? 자꾸 헛소릴 삑 삑 해 쌌노? 야~약 먹을 시간 지났는갑다! 약 묵고

정신 차리라~! 인마!!“

“야! 손영찬! 나 진짜 멀쩡해!”

“그래? 그러마 술이나 한잔 사던지?"

"야~ 야가 머라카노? 가난한 유학생한테? 술은 부자 행님이 사셔야죠?"

"나~~참! 이럴 때만 행님이제? 아라따! 어디고? 그 선녀 이야기는 만나서 다시 해보자."

손영찬은 장난인지 알지만 백광현이 사투리까지 섞어가며 행님이라고 말하는 게 싫지 않았다.

그래서 티격태격하다가도 백광현이 행님이라고 하면 늘 넘어가 주곤 했다.

백광현은 그렇게 손영찬과 약속을 잡고 약속 장소로 향했다. 하지만, 아직도 정신이 몽롱했다.

진짜 헛걸 본 것 같기도 하고.........그러기엔 선녀 같은 그 여학생의 얼굴이 너무나 또렷하게 뇌리에 박혀있었다. 한 참을 걷다보니 저기 앞에서 손영찬이 택시에서 내리는 게 보였다. 약속장소라고 해봤자 백광현이 아는 장소가 없으니 백광현의 자취방 근처인 경윤대학교 근처였다.

'같은 대학 학생일까? 모르겠다. 인연이라면 다시 만나겠지? 술이나 한 잔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며 백광현은 손을 흔들며 손영찬을 불렀다.

“어이~ 영찬이 행님!!”

백광현을 발견한 손영찬도 반갑게 인사했다.

“야가 와이카노? 징구럽구로?”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손영찬의 기분은 좋아보였다.

한편, 자신을 구해준 남학생을 찾아 다시 횡단보도로 가쁜 숨을 내쉬며 뛰어 온 현미래는 그 남학생이 보이지 않자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그 남학생을 찾았다. 하지만, 백광현은 이미 현미래를 찾아 캠퍼스 안으로 들어간 뒤였다.

‘누구였을까? 우리학교 남학생일까? 날 구하기 위해 하늘이 내려 보낸 나무꾼일까?’

현미래는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며 두 눈은 쉴 새 없이 자신을 구해준 남학생을 찾았다.

길 건너편이랑 이쪽저쪽을 더 찾아봐도 그 남학생이 보이지 않자 현미래는 아쉬운

얼굴을 하며 친구 지희영에게 전화하며 기다리고 있는 택시를 타고 집으로 향했다.

‘인연이라면 다시 만나게 되겠지.. 인연이라면.....’

택시를 타고 가는 내내, 그리고, 지희영이랑 통화를 하면서도 현미래의 머릿속에는 아까 자신을 구해준 남학생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 입학식을 마치고 전공수업을 듣기 위해 강의실 복도를 걷던 백광현은 마주오는 여학생을 보고 깜짝 놀랐다. 바로 10미터 정도 앞에서 서너 명이 서로 장난치며 같이 걸어오고 있었다. 하지만 백광현의 눈에는 그중에 유독 한 명에게서만 빛이 나고 있었다.

바로 그녀였다. 선녀 현미래였다.

얼마지나지 않아 현미래도 친구들이랑 장난치다 백광현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라 멈춰 섰다.

"야! 왜 그래?"

친구 지희영이 물었다.

"야~~왜 그러냐고? 뭔데??"

말이 없자 현미래의 눈길이 향한 곳을 보며 지희영이 재차 물었다.

"내가 말했던 그 나무꾼이야! 저기........."

현미래가 반쯤 넋이 나간 듯이 영혼 없이 대답했다.

"헉!! 대~~애~~~박! 뭐야? 뭐야? 나무꾼 이리 온다."

백광현이 현미래 쪽으로 오자 지희영과 친구들이 더 호들갑이었다.

"안녕하세요? 잘 지내셨죠? 그때 많이 놀라셨던 거 같던데 놀란 거는 좀 괜찮으세요?"

백광현이 다가와 현미래에게 인사를 건넸다.

"네~그때는 제가 놀라고 경황이 없어서 고맙단 인사도 제대로 못 했네요! 고마웠어요! 구해주셔서...."

"아......네~~뭘요? 아무것도 아니에요.........많이 걱정했어요! “

갑작스러운 고맙다는 말에 백광현은 머리를 긁적이며 대답했다.

“뭐야? 뭐야? 뭐야? 걱정 했었다잖아!”

“뭐가 이리 달달해? 뭐야? 진짜?”

지희영과 친구들은 백광현이 걱정했다고 하자 한바탕 서로를 때리며 난리가 났다.

“네? 왜?”

현미래가 조심히 물었다.

“아! 네~ 그때 많이 놀라신 듯 얼굴이 갑자기 붉어지셔서 가시다가 쓰러지시는 건 아닌가하고요! 하! 하! 하!”

걱정했다고 말해놓고보니 갑자기 쑥스러워져서 백광현도 멋쩍은 듯 웃었다.

“아~ 네! 그거 별거 아니에요...”

하며 현미래가 수줍게 웃었다.

“호! 호! 호!”

지희영이 무슨 말인지 알아듣고는 웃었다. 현미래가 지희영의 팔을 잡아 끌었다.

지희영의 갑작스런 웃음에 쑥스러워 하면서 백광현이 현미래에게 물었다.

"근데 여긴 어쩐 일로? 혹시 이 학교 학생이세요?“

"네~“

"네? 혹시 무슨 과?"

"수학과요! 올 해 입학 했어요. 그쪽은요?"

현미래가 숨을 삼키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옆 친구들도 쥐 죽은 듯이 조용히 둘을 보고 있었

다.

"헉!! 저도요. 수학.. 과! 02학번!“

백광현도 숨을 삼키며 대답했다.

"대~박! 뭐야? 뭐야? 우째 이런 일이?“

“뭐야? 뭐야? 나 소름 돋았어! 진짜! 소설이야? 영화야? 뭐야?"






지희영이 과 친구들이 더 신나 떠들어댔고 옆 친구들도 가세해서 강의실 복도는 흡사 시장판

을 방불케 했지만 현미래와 백광현에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깜깜한 무대 위 두 개의

조명이 둘에게만 비취듯 그저 둘만 보일 뿐이었다.







소설 : 봄비 -제6화- 에 이어집니다.


많이 부족한 글 오늘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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