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봄비 06화

-제6화-

사랑은 벚꽃을 타고

by 백운




그렇게 운명적인 재회 후 전공 수업을 듣고 있는데 당구를 치다 늦은 건지, 늦잠을 자다 늦은 건지 손영찬이 뒤늦게 들어와 백광현으이 옆자리에 슬그머니 앉았다. 평소 같으면 늦었다고 손영찬에게 면박을 줬을 백광현이지만, 손영찬을 지나가는 뭐 보듯이 보고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야~~와? 먼 일 있나?"

손영찬이 백광현의 표정을 슬쩍 살피더니 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누가 보더라도 백광현은 지금 정상이 아니었다. 입은 헤블쭉 벌려서는 넋은 반 쯤 나가 보였고, 얼굴 전체에 화색이 돌았으며,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이 행복해 보였다.

"뭐? 뭔 일? 히..."

백광현은 혼자서 이 기분을 좀 더 만끽하고 싶어서 바로 알려주지 않고, 손영찬은 쳐다도 보지 않고 계속 한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머긴 인마! 니 지금 정신이 반 쯤 빠진 아 같다. 오늘 아침에 약 안 챙이 묵었나? 약 먹을 시간 지났나? 거기 아니마, 오다가 날아가는 참새 똥구멍을 봤나? 와 혼자서 히죽히죽 생글생글 되노?"

"쉬잇~조용히 해라~신성한 수업 시간에~! 교수님한테 찍히고 싶나?"

백광현은 일부러 교수님 핑계를 댔다. 늦게 온 데다 시끄럽게 해서 교수님께 찍힐까 봐 손영

찬은 교수님 몰래 다시 소곤댔다.

"야 인마~그래서 니는 신성한 수업시간에 선생님 안 쳐다보고 어디 쳐다보민서 자꾸 히죽 되냐고? 선녀라도 만났나?"



역시 눈치 하나는 귀신인 손영찬이다. 백광현은 잠시 멈칫했지만 이내 포기하고 교수님 눈치를 보면서 열 한시 방향으로 고개 짓을 하며

"짜슥!! 점쟁이 빤스를 삶아 먹었나? 눈치 하나는 귀신이네....앞에서 세 번째 줄, 긴 생 머리, 선녀 강림!!"

소곤댔다! 손영찬의 눈동자는 번개처럼 움직여 현미래를 찾아냈다. 그때 소곤소곤 대는 소리에 현미래가 뒤를 돌아 봤다.

백광현과 손영찬은 얼른 고개를 숙였다.

"우와~대박! 쥑이네~~진짜! 선녀 맞네~통성명은 했나~?"





얼핏 본 손영찬의 눈에도 긴 생머리에 백옥 같은 피부의 현미래는 선녀처럼 보였다.

"어~쉬잇~~이따 얘기하자~!"

그렇게 백광현은 손영찬을 조용히 시키고 다시 수업에, 아니 현미래에게 집중했다.

수업이 끝나자 현미래와 지희영이 가방을 챙기고 나가면서 백광현에게 인사했다.

"이따 봐~전화해~!^^"

"어! 그래~이따 봐! 전화할게~!"

그렇게 인사를 하고 현미래와 헤어지고 나자 손영찬이 궁금해 죽겠다는 듯이 물었다.

"야! 먼데? 우째 된 일이고? 말 좀 해봐라"

"안돼! 맨 입으로?"

"아따~ 누가 짠돌이 아니라 할까 봐? 알았다! 술사께~"

"에게! 겨우 술 한 잔으로?"

"야~~ 누가 술 한잔이라 카더나? 밥도 사꼐, 술도 사고....자, 인자 말해 바라~~~! 먼데? 우째된 일인데?"




손영찬은 궁금해서 더 이상 못참겠다는 표정으로 백광현을 다그쳤다. 그래서 백광현은 어쩔 수 없이 복도에서 현미래와 운명적인 재회를 한 것부터 얘기를 해줬다.

“야~ 잘들어라... 감동의 대 서사시다! 내가 오늘 강의실 복도를 지나가는 데 저쪽에서 환한 빛이...........”

그녀가 같은 과 동기고 이름은 현미래, 그 옆 친구는 같은 과 지희영인 것과 이따 저녁에 밥

먹기로 약속한 것까지 다 말해줬다.

"야~이 무슨 21세기에 선녀와 나무꾼 얘기고, 로미오와 줄리엣이 들으마 울고 갈 일이네~

캬~~~"

손영찬은 혼자 심취해서 아는 커플들 다 끌어들였다~

"너는 아는 게 그게 다지?"

백광현이 뭐라 하자 손영찬이 대꾸했다.

"야~인마! 지금까지 동양에서는 어? 선녀와 나무꾼, 서양에서는 로미오와 줄리엣! 이만큼 더 애절하고 슬픈, 진정한 사랑이 어딨노? 있으마 말해봐~!"

"아이고..그래! 니 똥 굵다. 됐고, 이따 같이 저녁 먹자! 시간 되지?"

"와, 둘이 안 보고? 내는 와?"

"야! 첨부터 둘이... 부끄럽게....지희영도 같이 보기로 했어! 나 혼자 가면 뻘쭘해~같이 가자~!"

"아~ 내는 바쁜데~~~같이 가 주이소 행님 해봐라~~그라마 생각해보꾸마~!"

백광현은 순간 어이가 없었지만 할 수 없었다.

"같이 가 주이소 행님"

"그래~ 그라마 동상이 이리 간절히 부탁항께 내 특별히 가주께~ 급하긴 급한 갑찌? 시키는 대로 다하네.. 그래 좋냐? 고맙지?"

"그래~ 고맙다~!친구야~~!"

"그라마 밥은 니가 사라~"

"어이구! 알았다~있는 놈이 더해요~~ㅋ"



백광현은 손영찬과 얘기를 하면서도 이따 현미래와 만날 생각에 한 껏 부풀어 올라있었다.

백광현은 약속시간이 되어 현미래의 핸드폰으로 전화를 했다. 컬러링이 예뻤다. 아니 컬러링도 예뻤다.

"여보세요? 백광현? 어~우리 먼저 와있어~얼른 와~"

현미래의 밝은 목소리가 전화기 너머에서 예쁜 얼굴과 함께 들려왔다.

"어! 나 아까 말한 친구랑 같이 가고 있어~금방 갈게~^^"

전화를 끊고 난 백광현은 신이 나서 손영찬에게 말했다.

"야~ 벌써 와있대. 얼른 가자~"

"야! 같이 가자~ 그래 좋나?"

약속 장소에 도착하자 먼저 도착한 현미래와 지희영이 손을 흔들어 주었다.

"여기~~~"

"안녕~ 난 같은 과 친구 손영찬이라고 해~"

동기이지만 첨 만나는 여학생들 앞이라 긴장이 되는지 사투리를 최대한 안 써려고 하는 손영

찬의 노력에 백광현은 피식 웃음이 났다.

'얼마나 가나 보자~~피식~~~'

"안녕~반가워~~"

"안녕~"

현미래와 지희영도 반갑게 인사했다.

"먼저 밥부터 먹자~이 집에서 잘 하는 걸로 내가 먼저 시켜뒀어~괜찮지?"

역시 활달한 현미래였다. 처음 만났을 때만 약간 낯을 가렸지 그 후론 오래전부터 알고 지낸 사이처럼 거침없었다.

그렇게 밥 먹으면서 고등학교는 어디 나왔고, 집은 어디고, 어떻게 남들 다 싫어하는 수학과

를 오게 됐는지에 관해 얘기를 하다 보니 날이 어둑 어둑해졌다.

“그럼, 영찬이는 아무 생각없이 광현이가 수학과를 가니까 따라 온거야?"

"어! 어차피 내는 공부에는 별 뜻이 없고... 대학은 가야겠고... 그래서 인마 가는 데로 가자 싶어서 썼지!“

“푸하하하...말도 안돼....무슨 친구 따라 강남 놀러 가는 것도 아니고...푸하하하...”

현미래화 지희영은 손영찬이 수학과를 오게 된 계기를 듣고는 한 바탕 웃었다.

“이기 그래 크게 웃을 일 이가??”

손영찬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멀뚱하니 현미래를 보며 물었다.

“그럼, 누가 자기 인생이 걸린 일인데 그렇게 결정해!!”

"그래? 야 그라마 우리 날도 어둑 어둑해지는데 1차는 요까지 하고 2차로 술 한 잔 하민서, 우리 20대 피끓는 청춘의 인생에 대해서 좀 더 얘기 해 보까? 시간 괜찮나? 2차는 내가 사께~~여는 인마가 사끼다~맞제 백광현?"





뜬금없이 손영찬이 2차 제안을 했다. 손영찬의 말투는 백광현의 예상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원래대로 돌아와있었다.

"어....... 그래....... 근데 시간이 괜찮겠어? 벌써 어두워지는데......?"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백광현이 현미래를 보며 말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백광현도 많이 아쉬운 눈빛이었다.

"ㅋ 괜찮아~~내가 애야? 성인이잖아?ㅋ"

현미래는 역시 거침없이 말했다.

"야~너 괜찮아? 너네 부모닝........"

지희영이 현미래의 옆구리를 찌르면서 귓속말로 말했다.

"몰라~~내가 애야~~? 괜찮을 거야!!"

부모님 얘기가 나오자 더 이상 신경써기 귀찮다는 듯이 현미래가 지희영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오케이~결정! 2차 고 고~~~야 계산해~~"

손영찬이 백광현을 보며 말했다. 그러자 그때,

"근데, 여기 내가 아까 계산 다 했어~ 2차만 네가 사면 돼~ 나 화장실 좀 다녀올게~"

하며 현미래가 말했다.

“어? 뭐꼬?”

“어? 언제?”

현미래의 말에 손영찬과 백광현은 어리둥절했다. 그렇지만 이건 사실 백광현을 위한 현미래의 배려였다. 화장실 가는 척하면 몰래 계산대로 가서 밥값을 계산하는 현미래였다.

그렇게 1차 밥 집을 나와 2차 술집으로 향했다.

이제 갓 스무살! 동기 네 명의 술자리는 유쾌하기 그지없었다.

2차로 술까지 마신 현미래는 백광현의 어깨에 살짝 기대며 몰래 얘기했다.

"3월 말이면 여기 캠퍼스 벚꽃이 예쁘게 핀다~~ 그 길 이름이 러브로드래! 낭만 있지? 그때 너랑 그 벚꽃이 핀 길을 걷고 싶어~ 그 길을 끝까지 걸었을 때, 그때 내 머리 위에도 광현이 네 머리 위에도 벚꽃이 떨어져 올라가 있으면 우리....... 사귀자~! 광현아~~"

위이~~~~잉, 위~~~~~~~이~~~~잉!!!

아까부터 현미래 핸드폰의 진동이 계속 울리고 있었다.

하지만 백광현은 지금 이 순간 그 소리가 핸드폰 진동 소리인지, 자기 귀에서 울리는 환청인지 알지 못했다. 심장은 미친 듯이 뛰었고, 마치 감전이라도 된 듯 온 몸이 찌릿찌릿 했다.









소설 : 봄비 -제7화- 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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