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봄비 08화

-제8화-

첫 키스

by 백운



백광현은 창을 열고 하늘을 쳐다 봤다. 하늘은 잔뜩 찌푸려 곧 뭔가 쏟아질 것 같았고, 조금

씩 불기 시작하는 바람 끝에서도 비 냄새가 뭍어 나기 시작했다.

백광현과 손영찬은 아침부터 시작해서 하루 종일 하늘만 쳐다 봤다. 아직 비가 비가 내리지는 않았지만 하늘은 잔뜩 심술이 난 듯 하루 종일 찌푸려있었다. 수업 시간 중에도, 점심을 먹어도, 친구들이랑 이야기를 해도 백광형은 넋 나간 사람처럼 하늘만 바라봤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가고 있는지, 수업 시간에 무슨 강의를 들었는지, 누구를 만났고, 무슨 얘기를 했는지 백광현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저녁이 되면서 날이 어둑 어둑 해지려 하자 하늘은 더 흐려 보였고, 바람도 제법거세지기 시작했다. 바람이 불자 벚꽃 잎들이 바람을 이기지 못하고 바람을 따라 여기저기 흩날리고 있었다.

수업을 마친 손영찬이 하늘을 보더니 백광현에게 말했다.

“아이고....내는 날도 흐리고, 비가 올라카이 무릎도 쑤시고, 기분도 꿀꿀 하다고 술이나 한잔 빨아야 게따. 야! 백광혀이....해야겠다. 술이나 한 잔 빨로 가자! 이 행님이 사께~!”

“야! 지금 너 같으면 술이 목구멍으로 넘어 가겠냐?”

“야! 인마~ 그게 걱정한다고 될 일 이가? 우짜끼고 하늘이 하는 일을?”

“됐거등!! 넌 친구도 아니야! 마실 거면 혼자 마시러 가! 난 안 가!”

백광현이 화를 내며 손영찬에게 얘기했다.

“야~인마! 내가 하늘 흐리게 만들었나? 와 어먼 내한테 화고? 내도 기분이 안 좋다! 그런데 우짤 도리가 없으니 답답해서 그러는 거 아이가?”

“알았어! 미안해! 너한테 화난 거 아니야! 그냥 답답해서 그런 거니 나 신경 써지 말고 가~”

옆에서 지켜보기도 그렇게 그렇다고 할 수 있는 일도 없고 해서 손영찬은 다른 친구들에

게 전화를 해 술 약속을 잡고 떠났다.

백광현은 옆에서 재잘대던 손영찬 마저 가버리자 기분이 더 우울해서 하늘 만 쳐다 보고 있었다. 수업 시간에 만난 지희영도 현매래의 행방에 대해선 전혀 몰랐다.

"어쩐지... 오늘 수업 시간에도 안보이고 전화도 계속 꺼져 있더라니....그런데 걔네 부모님 엄청 엄하셔....부모님이랑 약속 있다고 했으면 할아버지랑 다 같이 모이는 가족 모임일 거 같은데 아마 전화 받기 힘들 거야!"

혹시나 지희영은 현미래량 연락할 방법이 있을까해서 물어봤을 때 지희영이 해준 말이었다.




하지만, 백광현은 도저히 참다 못해 현미래의 핸드폰 번호로 전화도 해봤다.

"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어.............."

백광현의 기분을 아는 건지 모르는 건지 돌아오는 건 상냥한 아가씨의 기계 음 뿐이었다.

'전화기도 꺼져 있고ㅠㅠ 방법이 없네 ㅠㅠ 미래야! 너도 하늘 보고있지?'

‘위이~~~~잉 위 이이~~~~~~~~~잉’

그때 백광현의 핸드폰 진동이 울렸다. 깜짝 놀라서 얼른 핸드폰 액정을 보니 손영찬이었다.

"여보세요! 왜? "

"야~~아직 연락 없나? “

“어! 아직 연락이 안돼!”

“야~ 그라마, 기분도 꿀꿀한데 술이나 한잔 빨게 이리 와라. 희영이도 합류했다. 아무리 비바람 불어도 다 떨어지기야 하겠나? 어이? 마지막 잎 새도 있잖아? 광현아!"

'위로를 하려는 건지? 약을 올리려는 건지?ㅠㅠ'

백광현은 속으로 생각하며 또, 심통을 부렸다.

"됐거등! 난 벚꽃 안 떨어지게 벚나무 가지나 잡고 있을게! 너나 많이 드세요~"

"야~인마! 그라지 말고기분도 꿀꿀할 긴데 와라~한잔하자~~이 행님이....인마 니가 걱정이 돼서 술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는 건지, 코 구멍으로 넘어가는 건지 모르겠다. 사랑하는 내 칭구 광혀이....어이......."

벌써 술이 어느 정도 취한 건지, 손영찬은 혀도 제법 꼬이는 거 같았고 횡설수설이었다.

"됐거등~ 끊어!!"








전화를 끊은 백광현은 기분이 더 심란해져서 우산을 챙겨 들고 무턱대고 러브로드를 향했다.

가는 내내 언제 비가 쏟아질지 모르는 상황이라 불안한 마음 뿐이었다.

‘하나님. 왜 꼭 오늘 비가 내려야 하나요? 왜 오늘 꼭 바람이 불어야 하나요? 내일 오후에 비가 오고 바람이 불어도 되잖아요? 하루만, 아니, 반나절만 늦춰주세요!’

친구들이 그렇게 교회를 가자고 졸라도 가지 않던 백광현은 하나님을 찾는 기도가 자신도 모르게 절로 나왔다.

백광현은 꼭 러브로드를 걷고 꽃비를 맞아 머리에 벚꽃 잎을 얹어야 사귀는 건 아닐지 몰라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왠지 불길했기 때문이다.

그냥, 현미래가 하자는 대로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뿐이었다. 그냥, 그렇게 현미래가 바라는 대로 돼서 사귀고 싶었다. 운명적인 만남으로 첫 만남이 이루어졌 듯이, 사귀는 것도, 시작이 운명적인, 그런 시작 이길 바라고 있었다.

그렇게, 이런 저런 생각들을 하며 러브로드 시작 지점에 도착했을 때, 바람은 더욱 거세져 벚꽃 잎은 사방으로 흩날리고 있었다.

'아~~지금 미래가 왔으면 좋겠다! 그럼 백퍼 머리에 꽃잎이 얹힐 건데~'

이미 백광현의 머리카락은 바람에 헝클어져 사방으로 날리고 있었고, 머리에도 벚꽃 잎도 몇 개 박혀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흩날리는 벚꽃을 바라보던 백광현은 주위를 둘러 봤다. 비바람이 불어서 인지 아무도 없었다. 적막하기 까지 했다. 아무도 없어서 일까? 괴로운 마음 때문일까? 간절한 바람 때문일까?

"지금 현미래! 미래 네가 왔으면 좋을 건데........현미래 지금 네가 왔으면 좋겠다!"

라고 소리쳤다. 백광현은 그렇게 소리치고는 힘빠진 얼굴로 뒤돌아서다 깜짝 놀랐다.






"뭐라고? 헉.. 헉.... 다시 한번 헉...... 말해줘~!"

그녀다. 그녀가, 그토록 그리던 현미래가, 얼마나 뛰어왔는지 거친 숨을 내쉬며 백광현의 눈앞에 서 있었다. 백광현은 너무 놀라 헛 것을 보는 거 같아 어리둥절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없었는데.....아무 소리도 듣지 못했는데.......

"광현아! 다시 한번 말해줘~"

숨이 어느 정도 골라졌는지 현미래가 백광현을 보며 차분히 다시 얘기했다.

"어... 미래야!!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왔어?"

"다시 한번 말해주면 나도 말해줄게~얼른."

"뭐~~얼?"

"좀 전에 네가 한 말~!"

"아~~미래, 네가 지금 왔으면 좋겠다고........ 어... 어......."

백광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현미래가 백광현에게 와락 안겼다.

"고마워! 사랑해~~~"

백광현의 품에 안겨 고개를 숙인 채 현미래가 말했다.

"어....... 나도............"

"나도 뭐? 나도 뭐?"

"나도..... 사랑해!"

"바보야~나 안 오면 어떡하려고? 바람도 많이 부는데 언제까지 기다리려고 했어? 감기라도 걸리면 어떡하려고?"

이미 바람에 꽃비가 사방으로 내리고 있었고 현미래와 백광현의 머리에는 벚꽃 잎이 얹혀있었다.






잠시 뒤 곧바로 비가 줄기차게 쏟아지기 시작했고, 백광현은 얼른 우산을 펴서 현미래를 씌워 비를 맞지 않게 보호해 줬다.

그때, 백광현의 입술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뭔 가가 덮여왔다.

태어나서 이렇게 부드럽고 달콤한 감촉을 느껴본 적이 있었던 가?







현미래가 백광현에게 키스를 했다. 현미래의 눈에 백광현이 그 순간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남자로 보였다. 어디서 이런 용기가 난 걸까?

백광현의 심장 뛰는 소리가 그녀에게 용기를 준 것일까?

백광현이 우산으로 가려줘서 용기가 난 것일까?

백광현이 자신을 기다려주고 우산을 씌워 줘서, 보호받는다는 느낌에 행복해서 용기가 난 걸까?

현미래도 마찬가지였다. 부드럽고 따뜻한 난생처음 느끼는 달콤함이었다.

그렇게 우산 안에서 둘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있었다.




빗줄기는 더욱 굵어져 우산을 두드리고 있었다.

세상에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이 있었을까? 이제는 비가 방해물이 아닌 둘의 사랑을 축복해주는 환상의 오케스트라처럼 느껴졌다.

어느새 어두워진, 비 내리는 거리를 가로등만이 환하게 밝혀주고 있었다.

이 세상에 둘만 있는 듯 행복했다.

온 세상이 둘을 축복하고 온 우주가 둘을 위해 존재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때 현미래와 백광현은 알지 못했다. 그들을 지켜보는 두 눈길이 있다는 것을.........

하나의 눈길은 바로 손영찬과 지희영이었다. 술자리에서 백광현을 기다리다 안 오자 걱정이

돼서 데리러 왔다가 이 광경을 목격하게 된 것이었다.

"어머~어머~~어머~~~"

지희영은 입을 막고 연신 어머를 외쳐대고 있었고,

"점마 저거 틀림없이 전생에 나라를 구한기라...전생에 나라를 구한기라......."

손영찬은 씁쓸한 입맛을 다시며 부러워하고 있었다.

그리고 또 하나의 눈길은 현미래가 도착하기 전부터 백광현은 보고 있었던 검은 차 안의 눈

길이었다. 아무도 의식하지 못 했지만, 그 검은 차는 어느 때부터 인가 그 곳에서 줄곧 백광현을 주시하고 있었다.











소설 : 봄비 -제9화-에 이어집니다.




많이 부족한 글 오늘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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