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만난 인연
그렇게 정신을 잃은 백광현이 정신을 차리고 눈을 뜬 곳은 경윤대학 병원 응급실이었다.
눈을 뜨기 전 웅성 웅성대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고함지르는 소리. 싸우는 듯 한 소리가 먼저 들렸다.
눈을 뜨려고 하자 천정의 LED 등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어……. 어.........."
백광현의 입에서는 신음 소리가 절로 났다.
"깼어? 괜찮아?"
백광현의 신음 소리를 들은 누군가가 옆에서 물었다.
"선생님! 여기요~~선생님! 깼어요!"
누군가를 급히 부르는 거 같았다.
정신이 조금씩 돌아오자 백광현은 눈을 뜨고 주위를 살폈다. 분주한 분위기. 바쁘게 움직이는 가운 입은 사람들이 보였다. 백광현은 자신도 모르게 본능적으로 몸을 일으키려고 했다. 그러다가 머리가 아파 뒤통수를 부여잡고 다시 눕고 말았다.
"어.. 어……. 헉................."
"괜찮아? 아직 일어나지 말고 누워있어!"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누군가가 말했다. 백광현이 눈을 들어 보니 아내 윤예지였다.
"어떻게 된 거야?"
"교통사고 났었는데 기억 안나?"
윤예지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자! 제가 좀 보겠습니다. 정신이 좀 드세요? 좀 어떠세요?"
윤예지가 부르는 소리를 들은 의사선생님이 어느 샌가 곁에 와서 물었다.
"네. 뭐……. 머리가 아픈 거 빼고는 괜찮은 거 같긴 한데……."
“자! 일어나 앉으실 수 있으시겠어요?”
“네…….어…….혁.......”
백광현은 일어나려하자 다시 뒤통수가 아파왔다. 옆에 있던 윤예지가 이 모습을 보고는 일어나는 걸 도와줬다.
“자! 이거 보이세요?”
백광현이 침대에 앉자 의사선생님이 차트를 들어 보이며 말했다.
“네…….”
“여기는 어떻게 오게 됐는지 기억이 나세요?”
“아뇨…….그게 기억이 잘.......”
백광현이 말을 더듬자 의사 선생님이 이어서 질문을 했다.
“머리가 심하게 아프다거나, 다르게 심하게 아프다거나 한 곳이 있을까?”
“아뇨…….그런 거 같지는 않은데요…….머리쪽이 좀 아픈 거 빼고는.......”
“그럼 다시 차트를 보실게요. 이 글자가 보이시나요?”
“네?.....”
그때 백광현은 눈이 흐려지는 걸 느꼈다. 주위의 소리도 점점 희미하게만 들려왔다.
“환자분! 환자분!”
백광현이 자기의 말을 잘 못 알다듣는 걸 눈치 챈 의사선생님이 다급하게 백광현을 불렀다.
“네…….에........”
백광현의 상태가 이상함을 느낀 의사선생님이 말했다.
“왜요? 뭐가 잘 못 됐나요?”
옆에서 이 상황을 지켜보던 윤예지도 걱정돼서 끼어들었다.
“아뇨! 사고가 난 직후라 놀라서 일시적인 현상일 수도 있습니다. 일단 검사를 좀 진행해 볼게요!”
"한 번 엎드려 누워보시겠어요? 환자분! “
"네........어…….헉......."
백광현이 혼자 몸을 돌리기 힘들어하자 윤예지와 의사 선생님 부축해서 백광현을 침대에 엎드리게 해서 눕혔다.
“어? 이 뒷 부분이 다 젖어 있네요? 혹시 피가 나신 걸까요?”
비가 오는 상황에서 아스팔트에 굴렀으니 옷이 다 젖어 있는 건 당연했다. 특히 기억을 잃으면
서 뒤로 누워서 등 뒤 쪽은 비로 축축하게 젖어있었다. 그걸 본 의사 선생님이 혹시 피가 난 건가 의심해서 놀라며 물어 본 것이다.
“아뇨. 밖에 비가 와서 아스팔트에 누워서 그럴 거예요?”
놀란 의사 선생님을 안심 시키려는 듯 윤예지가 말했다.
“그렇군요? 그래도 혹시 모르니 제가 좀 볼게요!”
그렇게 말하고는 의사 선생님은 백광현의 옷을 들춰서 이쪽저쪽을 살폈다.
"다행히 피가 난 곳은 없는 거 같네요.자..그럼 이제 제가 누를 텐 데 아프면 아프다 말해 주세
요~"
"네……."
백광현이 대답하자 의 사선생님은 백광현의 몸을 누르기 시작하셨다.
"아프세요? "
"아뇨~"
"여기는 요?"
"아뇨~괜찮아요!"
그렇게 몇 번 더 목이며, 허리, 골반, 다리를 놀러 보더니 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육안으로 봐선 괜찮으신 거 같은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 CT 촬영해 볼게요! 마침 앞에 분 다
끝나셔서 바로 들어가실 수 있어요~"
"네…….근데 저 선생님 아까 기억이 안 난다고 하는 거는 괜찮은 걸까요?"
윤예지가 걱정되는 얼굴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네. 자세한 건 검사를 해봐야 알겠지만, 머리를 부딪치셔서 나타나는 일시적인 현상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경우는 대부분 조금 있으면 기억이 돌아오십니다! 조금만 더 지켜보시죠!"
“네. 감사합니다. 선생님.”
의사 선생님의 말이 끝나자 간호사 선생님이 오셔서 침대를 밀고 이쪽저쪽 촬영실을 돌아다니시면서 사진을 찍었다.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이쪽으로 돌아 누워 보세요, 저쪽으로 돌아누워
보세요, 다리를 이렇게 해보세요, 목을 이렇게 해보세요....... 하면서 많이도 찍었다.
백광현은 그렇게 침대에 누워서 사진 촬영을 하는 동안 횡단보도에서 빗 길에 넘어진 오토바이랑 부딪쳤고 머리를 아스팔트에 찧어 그 뒤로 기억을 잃었다는 게 기억이 났다.
'근데 예지는 어떻게 알고 온 거지? 전화가 울린 거 까진 기억이 나는데…….'
백광현은 희미한 기억이지만 기억이 돌아오고 나니 윤예지가 어떻게 알고 왔을까가 또 궁금했다. 그렇게 촬영이 끝나고 다시 침대에 실려 돌아오자 윤예지가 걱정스럽게 쳐다봤다.
"괜찮아? 안 아파?"
"응.아프지는 않아……."
"백광현 환자 보호자분!"
그때 간호사 선생님이 윤예지를 불렀다.
"검사는 끝났고요 침대에 누워 계시면 선생님께서 오셔서 설명해 주실 거예요.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얼마나 걸릴까요? 집에 애들만 있어서……."
윤예지는 아무래도 집에 애들만 두고 급히 나온 게 맘에 걸렸다. 게다가 저녁 시간이라…….
"30분 쯤? 더 걸릴 수도 있어요."
"네…….알겠습니다."
그렇게 간호사 선생님과 얘기를 마치고 돌아온 윤예지가 백광현에게 다시 물었다.
"괜찮아? 기억은 나?"
"어! 횡단보도에서 사고 나서 쓰러진 거까지…….근데 어떻게 된 거야? 자기는 어떻게 알고 왔어?"
"어이그........."
윤예지가 짧은 시간 동안 맘고생이 심했는지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올 때가 됐는데 안 와서 나가봤지? 비도 오는데 우산은 썼는지? 걱정도 되고. 근데 아무리 전화해도 전화를 안 받잖아? 그때 저쪽 횡단보도에서 사고 나서 소리가 나서 혹시나 해서 가 봤더니……. 흑……. 흑……."
당시 놀란 기억이 났는지 윤예지는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미안한 맘에 분위기 전환 좀 해보려고 백광현이 시답잖은 농담을 건넸다.
"막 뭐라 할 땐 언제고 걱정은 됐어? 언제는 나 머리가 단단한 돌 머리라서 아스팔트에 박아도
내가 이길 거라며?ㅋ"
"죽을래? 이제 좀 살만한가 봐? 걱정한 사람 생각은 안 하고!!"
윤예지가 눈을 흘기며 백광현을 노려봤다.
"근데, 나 여기까진 어떻게 왔어?"
"왜? 내가 업고 오기라도 했을까 봐?"
어느 정도 긴장이 풀렸는지 윤예지도 가볍게 농담 섞어 대답했다.
"ㅋ 그럴 리가? 차라리 굴려서 왔다고 하면 모를까? “
“진짜 죽을래? 깨어난 걸 후회하게 해줘?”
“아니야! 아니야! 그럴 리가? 근데 진짜 어떻게 왔어? 구급차?"
"아니! 내가 가서 구급차 부르려고 했는데 구급차 오는 데 시간 걸린다고 그 벤츠 기사분이 자기 차 태워 준다고 해서 그 벤츠 기사 차 타고 왔어..나는 오는 동안 119 통화하면서 왔고…."
"그래? 고마운 분이네…….자기가 사고를 낸 것도 아닌데……."
"어! 응급실까지 자기 부축하고 따라 들어왔다 갔어. 고맙다고 연락처라도 알려달라고 했더니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하고 그냥 가셨어"
"그래? 더 고맙네!"
"어. 그렇지? “
“사고 낸 사람은?”
“오토바이 운전자는 사고 접수해서 내 번호로 접수 번호 받았고, 계속 죄송하다고 하면서 깨어나면 전화 해 달라 했어~"
"그래. 일부러 그런 것도 아닌데…….재수가 없었던 거지! 둘 다!"
"백광현 환자분~ 좀 괜찮으세요?"
그때 저쪽에서 차트를 든 의사선생님이 이쪽으로 오면서 물었다.
아까 봤던 선생님이 아니셨다.
"전 신경외과 담당 교수. 현미래 교수입니다."
의사 선생님이 자기 이름을 말하며 인사했다. 현미래 교수는 화장을 하지는 않았지만 예쁜 이목구비에 긴 생 머리를 뒤로 돌려 묶고 있었고, 의사 가운을 입고 있었지만 날씬한 몸매의 당당하고 자신감 넘쳐 보이는 여자 선생님이셨다. 하지만 자신감 있어 보이는 얼굴 뒤에 환자에 대한 걱정이라 기엔 과해 보이는 걱정과 긴장이 묻어 나고 있었다.
그리고 어딘가 모르게 묘하게 윤예지랑 현미래는 분위기며 외모까지 많이 닮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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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봄비 -제 3화-에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