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봄비 14화

-제14화-

선택

by 백운

똑! 똑!

현미래가 집에 들어오고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가 현미래의 방문을 두드렸다.

"아가씨~회장님께서 찾으십니다~"

김비서였다. 김비서는 방문을 열며 언제나처럼 깎듯이 인사하며 말했다. 현미래는 왠지 그런 깍듯함이 불편했다.

"네~ 김비서 언니. 어디서요?“

“네. 서재로 오라십니다. 아가씨!”



김비서는 그런 현미래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말끝마다 꼭 아가씨를 붙였다.

“아이~ 참! 김 비서 언니. 아가씨라 하지 말라니깐요~ 그냥 동생처럼 대해줘요~"

현미래는 아가씨란 호칭이 듣기 싫었다. 조선 시대도 아니고 아가씨가 웬 말인가? 하지만 김비서는 회장님께서 정한 원칙이라며 자기 이름도 가르쳐 주지 않았고 계속 아가씨라 불렀다. 그래서 현미래도 이름 대신에 김 비서 언니라 불러야만 했다.

"ㅎㅎ네! 아가씨! “

김비서는 그냥 대답만 "네!" 라고 할 뿐 변하는 건 없었다.

"아이고!! 내가 말을 말아야지~알았어요. 언니. 곧 갈게요~~~"

현미래는 포기한 듯이 대답하고는 옷 매무새만 대충 정리하고, 할아버지 서재로 향했다.

똑! 똑!

"아가씨 오셨습니다. 회장님."

김 비서가 현우재의 서재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그래~ 들어오라고 해~~"

현우재의 허락이 떨어지자 김 비서가 문을 열어주었다.

현미래는 고맙다고 김비서에게 눈을 찡긋해 보이며 서재로 들어섰다.

"할아버지~~~~~ 오늘은 제가 진짜 진짜 진짜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죄송해요ㅠㅠ"

현미래는 오늘 가족 약속을 깨고 백광현을 만나러 간 것 때문에 호출 받은 거라 생각하고 어리광을 부리며 얘기했다. 현우재가 둘 사이를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었다.

"어이구~ 그래 우리 미래 왔구나~ 괜찮다. 그럴 수도 있지. 허! 허! 허!"





현우재 역시 오늘 둘사이를 몰래 지켜 본 사실을 감쪽같이 속이고 있었다. 현미래에게는 항상 천사 같은 현우재여야 했기 때문이다.

"역시 할아버지 셔~~고마워요~~할아버지. 근데 할아버지~~"

"왜~ 말해봐라~~"

"김비서 언니, 아니, 우리 집에 일하시는 분들 다 저한테 아가씨라 하지 말라고 해주세요~ 무

슨 조선시대도 아니고~! 듣기가 불편해요~~"

"그래~ 알았다! 알았어~~내가 말해 보마~~"

"피~~맨날 말만 알았다고 하고 몇 년째 안 바뀌잖아요!"

사실 이번이 처음 말한 건 아니었다. 전에도 몇 번을 말했었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내가 얘기하는데 자기들이 그게 편하다는데 어쩌냐? 미래 네가 좀 이해해주면 안되겠니~?"

현우재의 대답도 몇 년째 똑같았다.

"피~ 만날 그래요? 알았어요. 노력해볼게요. 근데~ 할아버지 왜요? 바둑 한 판 둬드려요?"

다른 사람들은 두려워 현우재와 두지 않으려는 바둑을 현미래만은 거침없이 잘 상대해 주었고

실력도 좋아서 가끔씩 현우재가 질 때도 있었다. 그래서 현우재는 현미래와 바둑 두는 걸 좋아했다. 현미래도 그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현우재가 원하면 웬만한 바쁜 일이 아니면 들어줬다.

"캬~~역시~~이 할애비 맘 알아주는 사람은 미래밖에 없다니까! 하! 하! 하~~~김......"







현우재가 호탕하게 웃으며 김비서를 부르려고 하자

"아이~됐어요~~! 할아버지. 뭐 이런 일로 김비서 언니를 불러요~ 제가 가져올게요~"


현미래가 김비서를 부르려고 하는 현우재를 말리며 얼른 일어나 바둑판을 챙겨왔다.

그렇게 한참을 바둑을 두던 현우재가 미래에게 입을 열었다.

"우리 미래~ 요즘 대학 생활은 어떠누?"

그 질문에는 의대를 가라는 집안 결정을 무시하고 수학과를 간 현우재의 질타가 숨어있었지만, 현미래는 그 질문에 그런 의미까지 숨어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하고 마냥 즐겁게 대답

했다. 항상 현미래에게는 천사인 할아버지가 그렇게 물어서 그럴 수도 있었다. 만약, 아빠 현탁민이 똑같은 질문을 했더라면 다르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할아버지였기에 한 점 의심이 없었다.

"ㅎㅎ할아버지~ 넘 재밌어요~!"

"허허~ 너무 재밌어하면 할애비 질투 나는데~~ 혹시 만나는 남자라도 있나?"


"에이~~ 할아버지~ 아직은 할아버지가 젤 좋아요~ㅋ 걱정하지 마세요~"

"아직은 이라면? 바뀔 수도 있다는 거네~~허! 참! 어떤 녀석이길래? 남자는 관심도 없다던 우리 미래가 이렇게 빠졌누?"



"ㅎ 있어요~~멋진 나무꾼!"

"허~허~ 대단한 녀석인가 보군~"

"응~ 할아버지~ 나 이 남자 내 운명인 거 같단 느낌이 들어요~!"

현미래는 눈치채지 못 했지만 순간 현우재의 미간이 살짝 찌끄러졌다.

"음.... 미래야~ 잘들어 보렴! 바둑을 둘 때도 말이야~ 처음에는 아무것도 없으니 막 두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신중하게 선택을 해서 둬야 하는 게야. 아님 지금 잘 못 둔 돌 하나 때문에 나중에 크게 지은 이 집들이 곤경에 처하기도 하거든. 그리고 이 작은 집을 살리고자 이곳에만 집중하게 되면 큰 그림을 못 보게 돼요. 그래서 튼튼하게 지었다고 생각한 저 대마까지 위태롭게 되는 경우가 많단다. 미래 너도 알다시피......"


"에이~~할아버지! 내가 앤 가요? 내 남자는 내가 잘 선택할 수 있어요~^^"


현미래는 그렇게 대답하긴 했지만 처음 보는 할아버지의 경직된 말투에 살짝 당황했다.

언제나 미래에겐 상냥한 할아버지였다. 수학과를 갈 수 있었던 것도 사실 할아버지가 아버지에게 지금은 자기가 가보고 싶은 길 가보게 하는 것도 괜찮다고 말해줬기 때문이었다.

"그래~더 큰 걸 얻기 위해서는 눈앞에 보이는 달콤한 유혹 쯤은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하는 법이

야~그래야 대마를 잃지 않는 단다~~미래야~~"

살짝 당황해하는 미래의 눈빛을 읽은 현우재는 다시 다정하게 얘기했다.

"네~ 할아버지~저를 믿어주세요~~"

"그래~ 어이쿠~~ 얘기하다가 이걸 못 봤네! 대마가 잡혀 버렸으니 오늘 바둑은 할애비가 졌다~!"

"ㅎ우와~ 할아버지 벌써 포기에요? 할아버지 답지 않게~~?"

"그랬나? 오늘은 피곤하구나~ 쉬고 싶구나~ 너도 피곤할 건데 얼른 가서 쉬거라...."

"네~ 그럼, 쉬세요~할아버지~"









인사를 하고 나오면서도 현미래는 오늘 현우재가 평소랑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이상하다. 할아버지도 연세를 드셨나? 오늘따라 이상하시네?'

현미래는 이런 생각을 하며 방으로 들어와 침대에 몸을 눕혔다.

‘아~ 많은 일이 있었네.....히히’

현미래는 백광현을 생각하면 절로 웃음이 났다. 그렇게 누워있는데 전화 진동이 울렸다.


‘위이이잉~~~~위이이이잉~~~~~~~’

백광현이었다.

“어! 우리 통했네!”

“응?”

“방금 침대에 누워서 너 생각하고 있었거든. 나!”

“아~~하! 하!”

"말 잘 듣네~~ㅋ 일찍들 헤어졌나 봐?"

현미래는 백광현이 전화가 온걸로 봐서는 술자리를 일찍 파했다고 생각했다.

"ㅎㅎ어~ 영찬이 녀석 2차 가자는걸~ 곧 시험 기간이라고 가야 한다고 다들 찢어졌어~"

"그래~ 잘했어? 근데 무슨 얘기 했어?"

"그냥 이런저런 얘기~ 그나저나 부모님한테 안 혼났어?"

"ㅎ내가 말했잖아~ 할아버지가 내 편이시라고~~ 내가 미리 애교 좀 부려놨지~ㅋ 내가 또 한

애교 하잖아~?"

"ㅋㅋㅋ 그래~ 그래~ 참! 그리고 우리 중간고사 끝나고 놀러 가기로 했는데 너도 같이!"

"우리라니? 둘이 가는 게 아니고? 너랑 나!"

"나도 그러고 싶었는데 영찬이랑 희영이가 자기들하고 먼저 여행 가야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만수도 같이 합세해서......."

"뭐...! 만수도 같이?"

"어.......... 이번에 먼저 애들이랑 가고 우리는 그다음에 가자!!"

백광현이 미안하며 얘기했다.

"ㅎㅎ그래 괜찮아~ 장난이야~~ 우리끼린 언제든 가면 되지 뭐~"

"그래~ 그럼 같이 간다고 얘기해놓을게~~"

"그래~피곤할 건데 얼른 쉬어~~내 꿈 꾸고~~~"

현미래답게 웃으면서 얘기했다!

"그래~ 난 아직도 꿈만 같다~ 오늘 일들이~~~"

"그래? 그럼 다시 한번 더 확인 시켜줘?"

"응???"

"쪽~쪽~쪽~쪽~쪽!"

전화기에 대고 뽀뽀를 하는 현미래였다.

"ㅎㅎㅎ고마워~~잘 자 내 꿈 꿔~~~"

"야~!백광현~~너는? 받기만 하고 안 해줘?"

"어?????"

"얼른 내가 다섯 번 했으니 너도 다섯 번 해~~얼른!!!"

"어이구~쪽! 쪽! 쪽! 쪽! 쪽! 쪽! 쪽! 잘 자고~ 너도 내 꿈 꿔~~"


"ㅎㅎㅎ역시 머리가 좋아서 학습능력이 뛰어나~~내가 보는 눈은 있어~~ㅋ 잘 자~~"

이렇게 전화를 끊고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이 꿈만 같은 백광현이었다.

꿈꾸는 거 같긴 현미래도 마찬가지였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웃음이 났다. 그 순간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부끄럽기도 하고 행복하기도 하고 간지럽기도 했다가 온몸에 열이 나기도 했다가 볼을 꼬집어도 보고 아무래도 제정신이 아닌 거 같았다.

'그래~ 난 나의 선택을 믿어~!'

현미래는 그렇게 생각하며 침대 위에 다시 누웠다.

그 순간 백광현의 핸드폰 진동이 울리고 있었다.

‘위이이이이잉 위이이잉~~~~’

"발신자 표시 제한"

'누구지? 이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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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봄비 -제15화-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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