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차, 영차”
들에서 소 한 마리가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뻘! 뻘! 땀이 쏟아지듯 얼굴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마음만은 가벼웠다. 소는 부지런한 것만이 아니었다. 마음씨도 무척 착해 어려움에 부닥친 동물들을 도와주곤 했다. 동물들은 그런 소를 보고 저마다 칭찬했다.
반면 마을에는 부지런한 소와는 정반대로 게으른 동물이 있었다. 바로 돼지였다. 돼지는 일하는 것이 제일 싫었다. 대신 다른 동물들에게 음식을 얻어먹는 것에 익숙했다. 다행히 풍요로운 땅 덕분에 마을 동물들은 돼지에게 인색하게 굴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해, 오랜 가뭄으로 풍요로운 땅에 먹거리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그렇다 보니 돼지에게 베풀었던 인심도 차츰 줄어들었고, 돼지는 예전처럼 쉽게 음식을 구할 수 없게 되었다.
며칠 동안 음식을 거의 먹지 못한 돼지의 머릿속에 문득 소가 떠올랐다.
“소에게 가보자. 소는 착하니깐 분명 나에게 음식을 나눠줄 거야.”
돼지는 배고픈 배를 부여잡고 소에게 갔다.
“소야! 미안한데 먹을 것 좀 나눠줄래? 한동안 제대로 먹지 못했거든.”
착한 소는 돼지의 부탁에 기꺼이 창고에서 음식을 내왔다.
“고마워, 소야! 듣던 대로 정말 착하구나!”
돼지는 음식을 나눠준 황소가 고마웠다. 며칠 후 돼지는 또다시 배가 고파졌다. 염치가 있었던 돼지는 소가 아닌 다른 동물들에게 부탁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하고 말았다.
‘꼬르륵, 꼬르륵’
배고픔은 한시도 돼지를 가만 놔두지 않았다. 결국, 참다못한 돼지는 소에게 다시 갔다. 돼지는 미안한 표정으로 음식을 부탁했다. 소는 이번에도 음식을 돼지에게 나눠 주었다.
“정말 고마워 소야! 앞으로 나도 열심히 일해서 꼭 은혜를 갚을게.”
돼지는 소가 진심으로 고마웠다. 또 며칠이 지났다. 워낙 식성이 좋은 돼지에게 소가 나눠준 음식은 금방 사라져 버렸다.
“보나 마나 다른 동물들은 내 부탁을 거절할 게 뻔해. 소한테는 미안하지만 한 번만 더 도와달라고 해야겠어.”
돼지는 소에게 또 찾아갔다. 소는 예전과는 다르게 조금 망설였다. 창고의 음식이 조금씩 바닥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착한 소는 돼지에게 음식을 나눠주었다.
그 후, 돼지는 음식이 떨어질 때마다 소를 찾아갔다. 처음에는 고마운 마음도, 미안한 마음도 있었다. 또 나중에 반드시 보답해야겠다는 생각도 있었지만, 돼지는 언젠가부터 소가 나눠주는 음식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미안해. 돼지야, 내 창고에도 음식이 모두 떨어졌어. 더는 도와줄 수 없을 것 같아!”
어느 날 소를 찾아간 돼지는 소의 대답에 단단히 화가 났다. 소가 음식이 아까워 나눠주지 않으려는 속셈이라고 생각한 것이다. 돼지는 씩씩거리며 다른 동물들에게 갔다. 그리고 소에 대해 나쁜 말을 해댔다.
“소는 정말 욕심쟁이더라고! 창고에 음식을 가득 쌓아놓고 있으면서도 나눠주려고 하지 않아! 흥!”
돼지의 계속된 험담에 참다못한 동물들이 돼지를 혼냈다.
“욕심 많고 게으른 돼지야! 소만큼 너를 도와준 동물이 없다는 걸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어. 계속 도움만 받더니 이젠 고마움마저 잊어버렸구나!”
동물들의 꾸짖음에 돼지는 얼굴이 새빨개졌다. 이후 돼지는 동물들의 따가운 눈총을 견디지 못하고 마을에서 떠났다. 한편, 착하고 부지런한 소는 동물들이 나눠준 음식을 먹으며 무사히 가뭄을 이겨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