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요가

by 보리별

오늘은 요가 가는 날이다. 수요일 요가는 오랜만이다. 크리스마스도 수요일, 신정도 수요일이라서 쉬었다. 수련을 월요일과 수요일 오전, 주 2회를 했다. 요가를 하고 돌아오면 손을 덜덜 떨면서 밥을 먹고 바로 잤다. 다음날에도 잠을 잤다. 90분 수련은 강력한 에너지를 주었지만 내 몸은 그 에너지를 받아들일 힘이 없었다. 잠은 18개월 정도 이어졌다. 1년이 지나자 수련 다음날 친목 모임에 나갈 수 있었다. 그리고 1년 6개월이 지나자 주 3일 수련할 수 있었다.


주 3일 수련은 간헐적으로 이어졌다. 주 2회, 주 3회 , 주 3회, 주 2회 이렇게 흘러갔다. 몸에는 차곡차곡 힘이 실려갔다. 아사나 자세는 비슷하게 반복된다.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기울기를 하고 흉추를 열고 전굴자세를 하고 비틀기를 한다. 처음에는 겉모양을 흉내 내서 자세를 만든다.


'아... 왼쪽으로 기울이면 되나 보다. 아... 허리를 접으라는 말이구나...'


이렇게 하다 보면 어느 날 몸 안 쪽 근육이 느껴진다. 몸을 관찰하는 힘이 좋아진 거다.


'허리 쪽 근육을 뒤로 밀어야 되는구나... 허벅지 아래쪽을 바닥으로 미는 힘을 더 써야 되는구나...

그 자리에서 버티지 말고 뒤로 아래로 계속 내려가는 게 차라리 덜 힘들구나...'


나는 O다리다. 그렇게 태어났다. 아버지 다리모양과 똑같다. 아버지도 힘쓰는 일을 잘 못하셨고 드시는 음식양이 많았다. 몸교정하시는 분이 체형이 틀어지면 유지하기가 힘들어 많이 먹는다는 알쏭달쏭한 말을 하셨는데 왠지 일리가 있는 말 같다. 나도 많이 먹었다. 뭘 먹어서 힘을 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요사이 드는 생각은 조금 다르다. 체형이 잘 정돈되면 활동할 때도 수월하고 움직임이 편안해진다. 작은 에너지로도 몸을 잘 쓰게 된다. 피로감이 줄어들고 조금 먹어도 허기진다는 느낌이 없다. 예전에는 조금만 움직여도 지쳐서 헐떡거리면서 빵이나 과자를 먹었다.


요즘은 수련을 할 때 속근육을 밀어 올려서 자세를 완성한다는 느낌이 든다. 모양만 내는 것과는 많이 달랐다. 팔이나 다리가 덜덜 떨리고 끙끙거리면서 힘을 쥐어짠다는 기분이 든다. 자세를 풀고 나면 '아이고,,,' 곡 소리가 나왔다. 다리가 좀 벌어져 있다 보니 허벅지 안쪽을 싹 붙이기 힘들었고 하복부에 힘을 주기도 어려웠다. 골반 안쪽 근육 결이 달라지면서 허벅지 양쪽이 잘 모아지고 복부에 힘이 들어왔다. 복근운동을 하면 자극이 잘 느껴졌고 운동 수행능력도 좋아졌다.


오랫동안 나를 따라다니던 우울감도 줄었다. 침몰하는 난파선처럼 기분이 가라앉기 시작하면 손쓸 틈 없이 자하세계로 빨려 들어가 버렸던 과거와는 다르게 가라앉기 시작하면 '아,,,,아....' 하고 알아차린다. 그리고 내가 이럴 필요는 없지 라며 그 감정에서 쓰윽 걸어 나온다. 잘 놓아준다. 좋아하는 음악을 듣거나 강아지를 안고 놀아준다.


그러던 중 알게 된 사실은 이 감정은 나에게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엄마에게서 비롯됐다는 거다. 평생 괴로워하고 아버지와 시댁을 원망하던 엄마가 내보였던 그 감정을 '내 것'이라고 느낀 것 같다. 그 무겁고 찐득한 덩어리는 내가 안아야 할 것은 아니었다. 자기를 방어할 수 없는 어린아이가 얼떨결에 받아 들고 어깨에 지고 있었던 무겁고 불편한 자루를 가만히 바라본다.


내 것이 아니야...


그리고

엄마 것도 아니야...


이젠 안녕!

잘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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