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

히라노 게이치로의 말

by 우연과 상상

나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세세한 것까지 너무도 자세히 알고 있기 때문이죠. 저는 내가 꽤 괜찮은 사람이라고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냉혹한 인간이라고 느껴질 때도 많습니다. 이 중 어떤 게 진짜 나일까, 하는 고민은 그만 두고, 그 모든 것이 나라는 사실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했습니다.


한 개인인 내가 어째서 다양한 모습으로 변할까요. 상대방이 누구냐에 따라 온화한 내가 되기도 하고, 냉혹한 내가 되기도 합니다. 나 자신을 전체적으로 사랑하는 것은 어렵지만, 특정한 누군가와 있을 때의 나 자신을 사랑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이성과 함께 있을 땐 아무리 노력해도 허둥대게 되고 우울해지는데, B라는 이성과 있을 땐 즐겁게 대화를 이끌 수 있고 내가 괜찮은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우리가 A가 아니라 B를 선택하는 건, A보다 B가 좋아서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B와 있을 때의 나 자신이 좋아서, 그런 나로 살아가는 것이 좋아서,라고 말할 수도 있겠습니다.


사랑이란 상대방을 좋아하는 거라고 하지만, 상대방 덕분에 나 자신을 좋아하게 되는 일이 아닐까요.


불행하게도 모든 인간관계에는 끝이 있습니다. 이별, 죽음. 누군가를 잃어서 슬프다는 것은 그 사람의 다정한 목소리, 따뜻한 몸을 안을 수 없다는 안타까움이기도 하겠지만, 다른 한 편으로 그 사람 앞에서만 가능했던 나의 모습으로 살아갈 수 없겠다는 외로움이기도 합니다. 내가 그렇게도 솔직할 수 있었던 것은 그 사람 앞에서 뿐이었고, 바보 같고 시시한 행동을 마음껏 할 수 있었던 것도 그 사람 앞에서 뿐이었는데 그 사람이 사라지면서 내가 좋아했던 그 때의 내 모습도 잃어버리게 됩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둘러 싸여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지 못하면 왠지 살아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모습을 헤아리고, 두 세 개만 있으면 어쨌든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내게는 친구가 세 명밖에 없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사람이 세 명이나 있는 것입니다. 지금 나는, 내가 좋아할 수 있는 나의 모습을 찾아가면서 살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고 있는 중인지도 모릅니다. 이처럼 나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은 거울을 보며 "내가 좋아"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 덕분에, 타인을 통해서 나의 어떤 모습을 긍정하게 되는 일이 아닐까요.


바로 그렇기 때문에 어떤 타인을 둘도 없는 존재로서 사랑하게 되는 것입니다.


히라노 게이치로 테드 강연 중, 팟캐스트 <문학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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