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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선 Apr 07. 2024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전쟁사

우크라이나 전쟁이 몽골 제국의 정복사와 연관이 있다고?!

1. 전쟁사를 알면 역사가 보인다
2. 문화는 일방적이 아니라 상호보완적!


1. 전쟁사를 알면 역사가 보인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국제 사회가 시끄럽다. 사실 최근이라고 하기도 뭐 한 게 벌써 2년이 훌쩍 넘었다. 이렇게 오랫동안 전쟁이 장기화될지는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전쟁이지만 국지전의 양상도 띄면서 한편으로도 전면에 드러내지 않은 국제사회의 지원을 보면 두 나라만의 전쟁도 아니다. 실은 이 책을 읽기 전까지 두 나라 간의 전쟁 원인을 우크라이나 내의 러시아계의 존재와 푸틴의 야욕(?) 정도로만 이해했다. 어쨌든 전쟁을 일으킨 것은 러시아이며 그로 인해 무고한 국민들이 살상당하고 있기 때문에 약자인 우크라이나 국민들이 심정적으로 더 걱정된다. 지금 나는 이역만리 떨어진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이렇게 손가락을 굴리고 있지만 돈바스 지역과 이제는 그것을 넘어서 나라 전체의 국민들은 불안과 공포에 살고 있을 것이다.

그러던 중 이 책을 보니 몽골 정복기가 지금의 전쟁에 영향을 주었을 수 있다는 내용에 '무릎을 탁' 치게 됐다. 몽골이라는 나라가 동아시아에서 동유럽까지 역사상 가장 넓은 땅을 차지하며 그 위세를 단기간에 떨쳤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결말이며, 그 전쟁과 통치 방법도 굉장히 잔인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 당시에 그 지역에서 가장 큰 도시와 중심은 키이우였다. 지금의 우크라이나 지역이다. 하지만 이 도시는 몽골 제국의 침략에 반발이 심하여 도시 전체가 완전히 파괴됐고 반면에 그들에 순응했던 모스크바 지역은 살아남았다. 그 결과 이 지역의 중심은 키이우에서 모스크바로 옮기게 된 것이다. 이미 1240년에 벌어진 일이니 지금으로부터 800년도 더 지난 일이다. 그런데 그 영향으로 러시아가 지금까지 그 일대의 중심이 된 것이고 지금의 전쟁도 결국 그 영향일 수 있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다.

전쟁이라는 것은 참 안타까운 일이지만 인류사에서 전쟁이 없었다면 지금 정도의 문명을 갖추기는 어려웠을 것이라고 보는 게 맞다. 단기간의 기술 발전은 전쟁이 만들며 그러한 긴장감이 없다면 과학의 발달은 더디고 그 가치와 필요성을 못 느낄 수밖에 없다. 과거 중국이 세계 선도국이었던 이유 중 하나는 역시나 전쟁이었다. 주나라 이후 춘추전국 시대를 거쳐 한나라가 되고, 우리에게 너무나 유명한 삼국시대를 보낸 후 진나라가 되고, 다시 5호16국이라는 치열한 분열기를 겪어 수, 당, 원나라까지 가는 과정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유럽도 서로 나라 간 접경한 원죄(?)로  끊임없는 전쟁이 발생해 세계를 정복할 수 있었다. 반면 15세기말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기까지 아메리카는 원주민 수준을 벗어나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 원주민 생활이라는 게 지금의 우리보다 더 못한 지에 대해, 그리고 지금 정도의 첨단 과학 발달이 우리에게 더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고민해야 할 부분이긴 하다.


2. 문화는 일방적이 아니라 상호보완적!

여하튼 전쟁, 정복과 함께 인류는 성장과 발달을 거듭해 왔다. 그것이 좋은 것인지의 여부는 너무 철학적이기에 여기서 다루지 않도록 하겠다. 그러나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문명이 발달한 곳  A에서 그렇지 못한 곳 B로의 침략이 A의 문화가 B로 일방적으로 전달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알렉산드로 대왕 시절에 헬레니즘 문화 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리스의 문화와 정복한 땅의 동양 문화가 섞여 새롭게 탄생한 문화가 헬레니즘인데 내가 주목하고 싶은 부분은 오히려 16세기에 코르테스와 피사로가 아스테카 제국과 잉카 제국을 정복하면서 생긴 영향이다. 일방적인 정복 전쟁이 발생한 이때 원주민들에게서 옥수수, 콩, 감자, 토마토가 유럽으로 소개되었다.

특히 감자의 경우는 구황작물로 너무 유명한 채소이다. 웬만한 기후 변화에도 끄떡없으며, 전쟁이 일어나 그 일대를 불바다를 만들어도 땅속에 있는 감자까지 없애지를 못한다. 그래서 이 감자로 인해 유럽인들은 영양 결핍과 기근에서 벗어날 수 있었고 인구 증대에 기여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인구 증가가 산업화까지로 이어졌다고 하니 역사에는 'IF'가 없다지만 만약에 감자 같은 작물이 유럽에 전달되지 않았다면 지금보다 더 산업화가 늦어졌을까 하는 궁금증도 일어난다. 이러듯 지금의 우리 사회는 어느 엘리트 그룹만이 혹은 당시에 문명화된 나라를 통해서만 이루어진 게 아니다. '원주민의 감자'의 나비효과는 새삼 지금의 나 또한 내가 알지 못하는 여러 환경적 요인들의 결과라는 사실일 것이라고 생각하게끔 만들며 그래서 늘 주변에 감사하고 조심스럽다.

역사는 항상 재밌다. 역사학자 E.H.Carr의 '역사란 과거와 현재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한 명언은 잊을 수가 없이 내게 남아있다. 그리고 그 대화를 통해 우리는 미래를 만들어 간다. 이 책이 좋았던 것은 아주 최근에 있었던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에 관한 이야기까지 묶어 설명해 주었다는 것이다. 그리스, 몽골, 1차 세계 대전, 100년 전쟁 등은 사실 다른 책에서도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의 전쟁까지 묶어 그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하는 책은 처음 만난 것 같다. 그리고 저자가 말한 것처럼 역사학이 아닌 인문학적 접근이기에 각 챕터의 마지막 부분에 저자의 생각을 조금씩 보탠 것이 더 인상 깊었다. 전쟁으로만 이루어진 역사책이기에 누구나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아 추천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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