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를 악기처럼 사용한 재즈 스캣의 제왕
'노래 진기명기' 같은 프로그램이 있다면 단연코 이 사람이 출연해서 우승을 거머쥘 것이다. 바로 보컬 재즈의 거장 알 자로(Al Jarreau)이다. 이 사람으로 말할 것 같으면, 재즈의 '스캣'이라는 창법이 극한으로 발전하면 어떤 형태가 되는지를 제시한 사람이다. 목소리로 서커스를 하는 느낌이랄까.
전체 앨범을 다 들어보긴 했지만, 소장하고 있는 건 저 두 장뿐이다. 베스트 앨범만으로 알 자로의 깊은 내공은 충분히 즐길 수 있는데다, 정규 앨범 중에서 내가 제일 마음에 들어하는 작품인 [Heaven And Earth]가 중고음반 시장에 떴기에 고민도 없이 구매했다. 그렇게 해서 두 장의 앨범이 내 보관함 속에 담기게 된 것이다.
먼저 1992년에 발표한 정규 앨범 [Heaven And Earth] 얘기부터 해 보자. 이 앨범은 전체적으로 참 얌전하다. 알 자로의 특기인 보컬 기교가 상당 부분 절제되어 있고, 90년대라는 시대성에 걸맞게도 무려 뉴 잭 스윙 같은 R&B의 하위 장르까지 폭넓게 수용하고 있어 진입 장벽이 상당히 낮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같은 곡으로 루더 밴드로스(Luther Vandross) 같은 보컬이 소화해 낸다면 얼마나 또 좋을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특히 앨범명과 동명의 타이틀곡 'Heaven And Earth'는 멜로디가 정말 아름다운 발라드인데 알 자로의 끼 부리는 듯한(?) 창법으로 들어도 좋지만 루더 밴드로스 같은 보컬이 담백하게 멜로디를 짚어가며 불러주는 버전도 어떨지 정말 궁금하다.
마일스 데이비스(Miles Davis) 원곡의 'Blue In Green'이 파트 1,2로 나뉘어 수록되어 있는 것도 인상적이다. 파트 1은 마일스 데이비스 원곡 무드가 강하고, 파트 2는 진정한 알 자로 버전으로 읽힌다. 비교하며 들어보는 재미도 쏠쏠할 듯싶다.
베스트 앨범인 [Best Of Al Jarreau]에서는 정규 앨범에 수록된 곡 말고도 컴필레이션 앨범이나 라이브 실황 앨범 같은 스페셜 앨범에 수록된 곡들도 폭넓게 만나볼 수 있다. 특히 압권은 데이브 브루벡 쿼텟(Dave Brubeck Quartet)이 연주하고 폴 데스몬드(Paul Desmond)가 작곡한 재즈 계의 대히트 넘버인 'Take Five'이다. 음정과 박자를 가지고 노는 것은 기본이고, 곡의 주선율과 부선율을 자유롭게 넘나들고 심지어 드럼 비트까지도 목소리로 구현해 내는 진기명기를 맛볼 수 있는 소중한 라이브이다. 아마 재즈 역사에 길이 남을 명장면이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