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R&B의 멋스러움을 보여준 보컬리스트
깃털처럼 가벼우면서도 내공이 깊다. 기교가 화려하지는 않지만 음색이 담백하고 그루브가 좋다. 요즘은 피쳐링 아티스트로서도 활약이 대단한, R&B 보컬리스트 아리 레녹스(Ari Lennox)가 2019년에 발표한 [Shea Butter Baby]를 듣고 나서의 최종평이다.
비슷한 부류의 가수들을 떠올려 보면, 켈라니(Kehlani)나 즈네이 아이코(Jhene Aiko), 자밀라 우즈(Jamila Woodz) 같은 인물들이 슬슬 떠오른다. 그리고 약간의 비약일 수는 있지만 음색에서 에리카 바두(Erykah Badu)의 흔적도 살짝씩 엿보인다.
무심하게 흘러가는 베이스와 중간중간 흩뿌리는 브라스가 매력적인 첫 트랙 'Chicago Boy'부터 이 앨범이 예사롭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을 준다. 도자 캣(Doja Cat)과 함께한 2번 트랙 'BMO'도 베이스 라인이 죽여준다. 그 죽여주는 베이스를 따라 만들어내는 멜로디의 그루브가 예술이다. 앨범의 동명인 5번 트랙 'Shea Butter Baby'는 고전 소울의 흥취가 물씬 풍긴다. 그 외에 10번 트랙 'I Been'도 재미있다.
우선 R&B 앨범이 대체로 좀 지루한 편인데 아리 레녹스의 이 앨범은 전혀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게 들을 수 있다. 그루브를 만드는 능력을 잘 타고난 듯하다. 특별한 기교를 부리지 않아도, 멋스럽게 꾸미지 않아도 그 자체로 이미 그루비(groovy)한 것. 그게 진정한 R&B의 멋이다. 아리 레녹스는 그런 멋을 갖춘 보컬리스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