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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룬 Jul 30. 2023

응답하라, 배드민턴



자~ 친다!


운 좋게 넓은 공터를 끼고 있는 캠프 사이트를 얻은 덕분에 아이들은 신이 났다. 우리가 텐트를 치고 걷는 동안, 식사를 준비하는 동안, 틈만 나면 배드민턴 채를 들고 사방을 뛰어다닌다. 2-3일쯤 지나니 실력이 부쩍 늘어난 느낌마저 들 정도.


"이러다 국가대표 한 명 나오는 것 아니야?"

엄마, 아빠들끼리 흐뭇한 농담을 주고받는다.


©반상규



한국의 캠핑장도 그렇듯이 미국이나 캐나다의 캠핑장에도 어린아이들이 정말 많다. 집에 비해 상대적으로 할 일이 없는 아이들은 자연스레 또래 친구를 찾고 사귄다. 이번에는 신나게 배드민턴 치는 6명의 아이들이 캠핑장의 아이들을 사로잡았나 보다. 아침에도 한참을 아이들과 놀다 돌아간 옆 사이트 아이가 우리 텐트 앞에서 배드민턴 채를 들고 기다린다.


어린 시절 골목 한편에서 놀고 있으면 하나둘씩 모여들어 함께 놀던 모습이 생각났다. 한국에선 초등학생들도 약속 없이 친구들 만나는 일이 쉽지 않은데, 이 먼 곳의 캠핑장에서 옛날 골목의 놀이문화를 떠올린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놀고 있노라면, 저녁 먹으러 들어오라고 큰 소리로 부르는 엄마들의 목소리에 한 명씩 집으로 돌아가곤 했었다. 가끔은 놀던 그대로 친구집에서 저녁을 먹고 집에 돌아간 기억도 있고. 서로의 텐트에서 큰 소리로 부르는 엄마, 아빠의 목소리를 뒤로한 채 빨랫줄을 네트 삼아 공을 주고받는 아이들. 표정에 진심이 엿보인다. 누가 이겼는지, 누가 잘했는지 기억은 다르지만 확실한 것은 배드민턴채 하나로 며칠을 즐거웠던 추억이 아닐까.








#지민

오늘은 다른 캠핑장에 갔다. 거기에 도착했을 때 연우랑 서연이 언니랑 같이 배드민턴을 치고 있었다. 그런데 지성이랑 연준이 오빠가 와서 우리를 놀려 대결을 하기로 했다. 우리가 남자들보다 잘 쳐서 남자들은 조금 실망을 했다. 그래도 우리는 신경을 안 썼다. 계속 배드민턴을 치고, 밥을 먹고 다시 쳤다. 잘 시간이 되자 우리는 양치를 하고 돌아와서 각자 텐트에 들어가 잠을 푹 잘 잤다.



#연준


우리는 캠핑장에 가서 많은 놀이를 했다. 비디오 게임을 하진 못했지만 해먹을 타고 노는 것과 배드민턴을 주로 했다. 항상 우리가 평화롭게 배드민턴을 칠 때면, 여자애들이 우리를 귀찮게 했다. 특히 서연이 누나가 자기가 더 잘 친다고 나에게 대결을 신청해 놓고는 져서 5점 내기에서 10점 내기가 되고, 15점 내기가 되며 게임이 길어졌다. 언젠가는 5점 내기가 45점으로 바뀐 적도 있다. 하지만 내가 항상 누나를 가볍게 이겼다.



#서연

저녁 준비를 하는 동안 우리는 배드민턴을 쳤다. 우리는 아침에 배드민턴을 같이 치자고 했던 아이와 같이 놀았다. 저녁시간이 되자 우리 여섯 명은 다 같이 테이블에 앉아 찜닭과 삼계탕을 같이 먹고, 우리 옆 텐트 친구와 같이 모닥불에 마시멜로를 구워 먹고 잤다. 정말로 바쁜 하루와 동시에 보람찬 하루였다.






브런치매거진 <Run, learn>

반서연(만 11세), 조연준(만 10세), 최지성(만 10세), 최지민(만 10세), 조연우(만 9세), 반승우(만 8세), 6명의 어린이들과 함께 여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행일기를 쓰며 아이들의 시선으로, 아이들의 마음으로 세상을 배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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