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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룬 Aug 11. 2023

어른들에겐 노동, 아이들에겐 놀이



기다란 나무를 도끼로 잘라보다가, 톱까지 꺼낸다. 아빠들의 도끼질과 톱질이 재미나 보였는지 아이들이 우르르 모여든다. 위험하다고 만류하는 엄마들의 얘기가 끝나기도 전에 이미 허락한 아빠들. 아이들은 순서대로 슬근슬근 톱질을 시작한다. 화로 주위에 금세 장작이 쌓여간다.


*미국, 캐나다의 캠핑장들은 나무를 판매하기도 하지만, 캠핑장의 나무를 주워 장작으로 사용할 수 있게도 해주기 때문에 캠핑장에서 도끼질하는 풍경을 자주 볼 수 있다.


@photo 반상규


아이들의 눈에는 어른들의 일이 모두 재미있어 보이는 걸까. 어린 시절을 곰곰이 뒤돌아본다. 우리 엄마는 꽃을 키우셨다. 그때 당시엔 온풍기가 없었던지, 겨울의 온실은 연탄난로로 온기를 유지했다. 연탄집게로 연탄을 집어 옮기는 일이 재미있어 보여 엄마를 따라 하다 연탄을 깨어먹기 일쑤였다. 깨진 연탄을 작게 부순다고 동생과 그 위에서 폴짝폴짝 뛰던 기억도 난다. 내가 어느 정도 커서 엄마가 연탄을 옮기는 일을 심부름으로 시킬 때쯤부터는 더 이상 그 일이 재미있지 않았던 것 같다.


모든 놀이는 일이 될 수 있고, 모든 일도 놀이가 될 수 있다. 어디선가 아이들의 게임을 줄이는 방법 중에 게임하는 아이에게 목표를 제시하고 평가하라고 했던 기억이 난다. 게임을 하는 아이에게 오늘은 꼭 몇 점을 달성하고, 랭킹을 보고하도록 하고 결과를 평가하고 지적하라고 말이다. 우스갯소리에 가까운 얘기였지만, 결국 누가 시키는 순간 하기 싫어지는 그것은 진리가 아닐까. 아이들에게 될 수 있는 한 많은 일들이 놀이로 남을 수 있도록 해줘야지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연준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고 점심쯤 되었을 때 어른들이 나무 톱질을 시작했다. 아이들이 모두 재밌어 보인다고 줄을 서서 하기로 했다. 나는 그냥 애들이 뭐 하나 보려고 하다 의도치 않게 사이에 끼어서 운 좋게도 앞쪽에 서게 되었다. 나무 톱질을 할 때 생각보다 많은 힘이 들어갔다. 그래도 하다 보니 꽤 재밌었다. 다른 애들도 재밌었는지 애들이 다 계속하고 싶어 했다. 마치 나무꾼이 된 것 같았다.



#지민

오늘 아침에 모두 다 톱질을 하려고 한 줄로 줄을 섰다. 먼저 남자아이들이 톱질을 하는 데 빨리 끝났다. 왜냐하면 금방 지쳤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할 때는 잘되었다.  왜냐하면 다른 애들이 톱질을 조금 해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힘을 많이 안 써도 되었다. 나는 힘을 안 써서 기분이 좋았다.


#연우

우리는 오늘 아빠들이 톱질하는 걸 목격했다. 그래서 우리는 아빠들한테 달려들어서 우리도 시켜달라고 말했다. 아빠들이 알겠다고 해서 살짝 기대됐다. 처음 봤을 때는 쉬워 보였지만 다른 애들이 하는 걸 보니깐 힘들어 보였다. 내가 할 때는 팔이 안 아프고 다리가 아팠다. 왜냐하면 계속 다리를 구부리고 했기 때문이다. 톱질은 힘들면서 재밌었다.


캠프파이어 by 조연우








브런치 매거진 <Run, Learn>

반서연(만 11세), 조연준(만 10세), 최지성(만 10세), 최지민(만 10세), 조연우(만 9세), 반승우(만 8세), 6명의 어린이들과 함께 여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행일기를 쓰며 아이들의 시선으로, 아이들의 마음으로 세상을 배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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