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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룬 Aug 22. 2023

솔트레이크의 추억


솔트레이크 가는 길, 3시간을 더 운전할 이유가 충분했던 그랑테턴 :)



옐로우스톤을 나선 지 8시간, 한밤중 솔트레이크에 도착했다. 그랑테턴 국립공원을 지나기 위해 조금 먼 길을 돌아온 터였다. 도착시간은 이미 밤 열 시를 넘어섰고, 예약한 에어비앤비는 한적한 도로변에 현관을 마주하고 있었다. 주인이 안내해 준 집 옆 골목에 차를 주차하고 뒤를 돌아보니 가로등 하나 없이 깜깜한 공터를 지나는 고양이 한 마리가 등골을 오싹하게 한다.


로드트립을 계획하며, 웬만하면 밤운전은 하지 말자. 아이들과 짐이 많으니 북적이는 다운타운은 피하자는 얘기를 했었다. 잊을만하면 들리는 총기사고, 차량털이범 소식에 맘을 놓지 못한 것이 사실이었다. 똑같은 사람들이 사는 곳이니 대부분은 안전할 것을 알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는지라 한 번씩 뉴스가 들리면 경계심을 품게 되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솔트레이크에 도착한 날도 마침 '뉴욕 총기사고' 뉴스와 '샌프란시스코 차량털이범 극성' 등등의 뉴스를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가는 길에 계속 솔트레이크 치안을 검색해 보다 남편에게 "샌프란시스코처럼 차에 짐을 다 빼야 하는 걸까?" 하고 묻는다. 잠시 자판을 몇 번을 두드려 나온 짧은 정보들로 커다란 도시에 대한 선입견을 만들고 있었다. 일주일을 산속 캠핑장에 있다가 나와서인지 도시로 들어서는 것이 괜히 걱정되던 참이었다.


날은 덥고, 배도 고프고, 깜깜한 밤. 빨리 문을 열고 들어가고 싶었지만, 웬일인지 주인이 안내해 준 열쇠를 꺼낼 수가 없었다. 비밀번호가 걸려있는 키 박스의 비밀번호를 몇 번이고 다시 돌려 맞추어 보아도 열리지 않는 상자. 에어비앤비 호스트에게 메시지를 보내보지만 답이 없다. 답장이 오기까지의 짧은 순간에 예전에 보았던 에어비앤비에 얽힌 사기와 범죄 뉴스 등 오만가지 생각이 지나가며, 채팅창을 수없이 새로고침 해본다. 5분 정도 지났을까, 뒷문 쪽에 열쇠 하나가 더 있다는 주인의 답변이 왔다. 하지만 어두컴컴한 뒷골목을 아무리 돌아도 뒷문을 찾을 수 없었다. 슬슬 저 어두운 골목에서 누군가 나올 것만 같은 무서운 생각까지 들기 시작한다.


하지만 이내 직접 오겠다는 집주인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귀여운 스쿠터를 타고 달려와 포도덩굴에 가려져있던 고리 하나를 당기니 이내 뒷마당의 문이 열린다. 환한 집안이 보이고, 그제야 안심이다. '반지의 제왕' 콘셉트로 꾸며둔 귀여운 방들과 서핑보드를 얹어둔 상큼한 방까지. 좀 전까지 들었던 괜한 생각에 집주인에게 미안해지는 순간이었다. 스쿠터를 타고 온 집주인의 모습이 선명하게 남은 솔트레이크의 추억. 아마 그 모습이 아이들에게도 강하게 남았는지, 아이들의 글에 '스쿠터 타고 온 집주인' 이야기가 가득하다.


솔트레이크의 에어비앤비


오싹한 고양이가 아닌 귀여운 고양이였을 테고, 총 들고 설치는 사람들은 외국뉴스에 나올 정도로 몇 명일 뿐일 텐데. 괜한 걱정이 만들어내는 쓸데없는 선입견과 편견. 엄마가 전쟁 중인 한국에 여행가지 말라고 했다던 옛 친구의 얘기를 떠올리곤 스스로를 반성하며 웃어본다. 그 스산하던 골목은 아침에 보니 그저 평범한 나무와 잡초가 자란 동네의 골목일 뿐이다. 치안이 안 좋다던 차이나타운의 대형마트는 맛있는 한국 음식들과 친절한 사람들이 가득한 고마운 곳이었고 :)





도착한 날 밤에는 열리지 않던 키박스


#승우

첨에 우리가 에어비엔비 집에 갔을 때 열쇠가 들어있는 금고가 있었다. 그래서 문 앞에 있는 금고부터 열려고 했다. 하지만 금고가 안 열렸다. 그래서 내가 망치를 가져오려고 했다. 혜진이 이모가 집주인한테 전화를 했다. 그래서 집주인이 스쿠터를 타고 빠르게 왔다. 집주인이 뒷 게이트로 갔다. 뒤쪽에도 다른 문이 또 있었다. 나무가 있어서 안 보였었는데... 요술문 같아 보였다. 우린 다행히 집에 잘 들어가서 잤다.


#지성

yellowstone을 떠나는 날은 엄청 아쉬웠다. 더위에서 벗어나는 것은 좋은데 (멋진) 환경과 자연을 나가는 것이 아쉽다. 그래도 호텔에서 자니까 좋았다. 정확하게 호텔은 아니지만 엄청나게 컸다. 처음엔 못 들어갔다. 왜냐하면 문이 잠겨 있어서. 그게 제일 아쉬웠다. 문이 열려 있으면 더 놀 수 있었는데!


#연준

옐로우스톤을 떠나는 날이다. 나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지만 막상 나오니 조금 아쉬웠다. 솔트레이크로 가는데 되게 오래 걸려서 많이 지쳐있었다. 그런데 우리가 머무는 집에 문이 안 열렸다. 근데 나는 그거에 대해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기다리는 동안 너무 심심한 게 더 문제였다. 어쨌든, 집주인이 와서 문을 열어줬다. 끔찍하게도 나는 화상 수업을 밖에서 해야 했다. 그래도 수업이 재밌어서 다행이었다.


아이들에겐 사막의 오아시스보다 반가웠을 차이나타운의 마트





브런치매거진 <Run, Learn>

반서연(만 11세), 조연준(만 10세), 최지성(만 10세), 최지민(만 10세), 조연우(만 9세), 반승우(만 8세), 6명의 어린이들과 함께 여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행일기를 쓰며 아이들의 시선으로, 아이들의 마음으로 세상을 배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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