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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룬 Aug 25. 2023

아름답고 시끌벅적한 아치스의 밤


마음속에 남긴 여름밤


© 반상규


방금 해가 진고 난 후의 어둡지만 깜깜하지는 않은 푸른 밤. 독특한 모양의 바위들이 실루엣만을 드러낸다. 치지직 거리는 소리와 함께 아이들이 노래를 불렀다. 무전기에 울리는 아이들의 노랫소리. 내게 잊히지 않는 장면 하나가 또 생겼다.



잊히지 않는 사소한 기억들


우리 부모님은 30년 전 나와 동생을 데리고 캠핑을 다니셨다. 해변에서 강가에서 캠핑을 한 기억이 생생한데, 어디를 갔는지 보다 또렷하게 남아 있는 기억은 참 사소한 것들이다. 비 오던 해변의 캠핑장에서 우비를 쓴 채 물길을 파던 아빠의 모습이나, 모닥불 주위에 앉아있던 모습, 아빠 친구 아저씨가 나눠준 미군 전투식량의 맛, 라디오에서 나오던 노래를 따라 부르던 나와 친구들. 아마 30년은 지났을 그 기억의 장면장면들이 아이들과 함께 캠핑을, 여행을 시작하게 했다. 사소하지만 참 즐거웠던 느낌의 기억을 아이들에게도 주고 싶어서.




너희가 기억했으면 하는 것은



해 질 녘에 방문한 아치스 국립공원(Arches National Park)은 다른 세상에 들어온 것만 같았다. 거대한 조형물이라고 불러야 할 것 같은 붉은색의 바위들이 들어서는 사람들을 압도하는 곳이었다. 세상에 이런 풍경이 또 있을까 싶은 곳. 아이들에게 어떻게 생겨난 곳인지 이야기해주어 본다. 일기를 쓰며 계속 묻는다. “엄마 거기 이름이 뭐였지? 동~그란게 아치스였나?”

시간이 지나면 일기에 또박또박 적어둔 사실들을 잊어 가겠지. 그리고 어느 날 사진을 보고는 ‘내가 이런데 갔었어?’ 하고 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끌벅적했던 그날의 장면이 하나 남아 있기를, 그리고 그 느낌이 행복하기를 바란다. 너희들의 먼 훗날에.






#지성


우리는 오늘 2층 집으로 이사 갔다. 거기서 우리는 짐을 후딱 풀고 수영장으로 뛰어갔다. 거기 옆에 농구 장도 있었다. 거기서 우리는 농구를 한 뒤, 수영장으로 들어갔다. 처음엔, 물이 엄청나게 차가웠다. 그래서 나는 대부분 온천에 들어갔다. 수영이 끝나고 2층 집에서 조금 쉬었다가 아치스국립공원에 갔다. 우리는 아치스국립공원에서 가장 아름다운 선셋을 보았다.



#지민

나는 아치스가 왜 이런 모양인지 알았다. 비가 많이 와서 많이 깎여서 그런 모양이 된 것 같다. 동물처럼 생긴 돌들을 많이 봤다. 나는 그게 신기해서 계속 쳐다봤다. 거기에서 악어도 봤다. 진짜 악어는 말고 돌로 만들어진 악어 말이다. 나는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리고 나는 선셋(Sunset)을 보러 갔다. 나는 거기서 사진을 많이 찍었다. 그리고 거기에 있는 작은 돌을 들어서 만지면 느낌이 다른 돌 보다는 좋다. 그리고 풍경이 아주 좋고 멀리 있는 것들을 많이 볼 수있고,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와서 너무나도 시원했다. 나는 연우랑 서연이 언니랑 같이 돌쌓기를 하고 소원을 빌었다. 그런 다음에 호텔로 가서 잠을 쿨쿨 잘 잤다.



#연우

아치스 국립공원은 바위 가운데에 동그란 구멍이 있다. 아치스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나는 호수인 줄 알았다. 왠지 아치스라는 이름이 호수 이름 같았다. 가보니까 바위들이어서 내가 생각한 것이랑은 정말 달랐다. 1억 년 동안 비나 바람이 불어서 바위가 깎여서 동그란 구멍이 생긴 거라고 한다. 바람이랑 비 때문에 깎인 바위를 보니 신기했다.



#연준

© 반상규


오늘은 아치스 국립공원에 갔다. 차를 타고 갈 때 신기한 바위들이 보였다. 말이 안 될 정도로 너무 신기한 모양들이었다. 마치 인공적으로 만든 것 같았는데 이게 바람과 비에 의해 쓸려 만들어졌다는 게 말이 안 됐다. 찾아보니 1776년에 스페인 선교사들에 의해 발견되었다는데 내 생각에는 그 사람들이 그걸 처음 봤을 때 엄청나게 놀랐을 것 같다(기절했을지도 모른다). 처음 봤을 때 구멍이 송송 뚫려있고 마치 조각상처럼 보이는 바위들이 신기했는데 상상을 하다 보니 고대 인류들이 저걸 지었다는 이상한 생각도 들었다. 


©반상규


아치스 공원에서 신기한 바위들을 보고 집에 갈 때 지성이가 차에서 무전기로 노래를 불러서 다른 아이들도 다 같이 신나서 노래를 불렀다. 계속 불러대 그날밤 귀가 얼얼할 정도였다. 그날밤 집에 갔을 땐 이층 집이어서 좋았다. 노래를 부를 땐 슈거(Sugar)라는 노래를 많이 불렀는데 나는 원래 그 노래를 좋아하진 않았지만 듣다 보니 좋아서 점점 그 노래를 좋아하게 됐다. 시끌벅적한 밤이었다.




브런치 매거진 Run, learn

반서연(만 11세), 조연준(만 10세), 최지성(만 10세), 최지민(만 10세), 조연우(만 9세), 반승우(만 8세), 6명의 어린이들과 함께 여행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행일기를 쓰며 아이들의 시선으로, 아이들의 마음으로 세상을 배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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