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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니룬 Feb 28. 2024

내 아이의 영어가 능숙해지는데 얼마나 걸리나요?

캐나다  초등학교의 ELL



ELL

English Language Learner

 

광역밴쿠버의 초등학교들에서는 정규수업과는 별도로 학생들에게 ELL수업을 제공하고 있다. 집에서 모국어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아이들에게 별도의 영어 수업을 진행하는 것. 우리 아이들처럼 외국에서 전학 온 아이들은 물론 캐나다에서 태어났지만 엄마나 아빠가 제2 언어를 사용하는 아이들까지 포함된다.


우리 아이들의 경우에는 주소지에 따라 학교를 배정받고, 등교한 지 일주일쯤 지난 후에 교육청에서 시행하는 영어테스트를 보게 되었다. 이 테스트의 결과에 따라 일주일에 몇 번의 ELL수업을 들을지를 결정하고, 현지 아이들이 Language Art(우리나라로 치면 국어수업)를 듣는 시간에 2-3명씩 소수로 ELL 수업을 듣게 된다. 


각 나라의 언어로 번역해서 나누어 주는 ELL안내문

ELL과정을 접하며 인상적이었던 것은 집에서 절대적으로 한국어(모국어)를 쓰라고 당부한 것이다. 아이들의 제2 외국어는 절대 모국어의 수준을 넘을 수 없기에 영어를 빨리 늘리려고 하지 말고, 모국어의 성장 수준을 유지하라는 것이었다. 선생님들이 신신당부하던 것. 집에서 아이에게 영어를 쓰게하지 말 것. 


두 번째는 영어가 능숙해지는데 최대 7년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영어유치원 2-3년, 영어학원 몇 년을 다니면 '원어민처럼 말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광고에서도 그렇고 엄마들도 그렇고. 캐나다의  ELL수업은 헛된 꿈을 주지 않는다. 언어는 단기간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준다.


세 번째는 캐나다에서 태어나고 엄마나 아빠가 캐나다인임에도 불구하고 ELL수업을 듣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이다. 아빠는 캐나다인 엄마는 일본인인 아이, 부모가 이민 온 지 20년도 넘었지만 집에서 다른 언어를 쓰는 아이 등 캐나다에서 나고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주 양육자가 제2 외국어를 사용하는 아이들은 입학과 동시에 짧게라도 ELL수업을 듣게 한다. 대화를 들어보면 나무랄 데 없는 네이티브 영어를 구사하는 아이들이지만,  ELL수업에서는 아이들의 문법과 쓰기 등 좀 더 완벽한 영어를 할 수 있도록 돕고 있었다. 


이민자에 대한 배려와 자신들의 언어를 올바르게 이어가려는 생각이  초등학교의 ELL수업에 담겨있다. 과연, 우리 아이들은 한국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사용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원어민이라는 것의 기준과 언어를 잘한다는 것의 기준이 무엇인지 말이다. '이곳에서 지내면 금방 원어민 수준으로 영어가 늘 거야'라고 생각했던 욕심을 내려놓는다. 


영어테스트를 보고 온 지 이틀 후, 아이가 Language Art 수업의 숙제를 들고 왔다. 시를 골라서 분석하고 발표하기. 적어온 숙제의 내용을 가만히 쳐다보다 'stanza'가 무슨 뜻이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낸 지 열흘 만에 깨닫는다. 말을 하는 것과 언어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 다르다는 것을 말이다. 




그리고 아이와 함께 도서관으로 나선다. 시를 찾으러 갔지만, 쪼로로 만화책을 찾으러 가는 아이들. 실컷 만화책을 읽고, 적당한 시 한편을 골라 돌아왔다. 그리고 온 가족이 둘러앉아 숙제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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