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과학 실험실
어제 스카이 섬에서 다시 도심까지 오는데, 5시간 정도의 운전을 해야만 했다. 마지막 숙소는 에어비앤비로 정했는데, 스코틀랜드는 호텔들이 저렴한 편이고 각각 특징들이 있어서 좋지만, 에어비앤비도 한 번쯤은 꼭 도전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우리가 묵은 곳은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언덕 위에 위치한 숙소였는데, 접근성은 좀 떨어졌지만 그만큼 주변이 탁 트인 아주 예쁜 곳이었다. 아침에는 마당에서 꿩과 토끼들이 반겨주기도 하는 곳.
오늘 방문한 'Strathisla Distillery(스트라스아일라 증류소)'는 여태까지 증류소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또 경험할 수 있어서, 추천하고 싶은 증류소이다. 시바스 리갈, 로열 샬루트의 원액을 제공하는 증류소로 유명하기도 하지만, 외관이 스코틀랜드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할 정도로 동화 속에서 갓 튀어나온 듯한 조경과 건물들이 기분을 너무 좋게 해 주었다.
특히 스트라스아일라 증류소 투어를 하면서 다시금 느꼈던 것은, 함께 하는 사람들의 중요성이다. 캐나다에서 우정여행을 온 60대 의사/변호사 친구들 모임 분들과 투어를 함께 진행했는데, 투어 내내 좋은 바이브를 주셨던 분들이라서 스트라스아일라 증류소에 대한 기억이 더 좋아졌다. 60살을 맞이하여 온 여행인 만큼, 와이프와 가족 없이 친구들끼리만 온 특별한(?) 여행이었는데(어느 한분은 와이프를 꼭 데리고 오고 싶었는데 친구들이 못 데리고 오게 했다며 사랑꾼 모습을 보이시기도.), 우리도 이번 스코틀랜드 여행이 특별한 신혼여행이라고 하자, 인생 결혼 선배님들처럼 이런저런 조언도 해주시고, 예쁜 유리 스포이드를 선물로 주시기도 했다. 한국의 위스키 문화에 대해서도 대화를 많이 하고, 투어 중에서도 가이드에게 여러 유익한 질문들을 계속하셔서 옆에서 듣는 나도 도움이 많이 되었다. 낯선 여행지에서 주는 현장의 공기와 분위기도 그날의 기억을 특별하게 해 주지만, 무엇보다 운명이라고 밖에 할 수 없는 낮은 확률의 인연으로 만나게 된 여행지에서의 사람들과의 추억의 강렬함은 더 큰 것 같다.
그리고 마지막 화룡점정은 스트라스아일라 다운 '나만의 블렌디드 위스키 만들기' 체험 코스였다. 간단한 위스키 섞기 놀이(?) 정도로만 생각했었는데, 공간은 웬만한 과학실험실을 방불케 했고, 도구들도 멋들어졌다. 모두들 꽤나 진지하게 본인이 좋아하는 맛이 담긴 블렌디드 위스키 한 병을 만들기 위해 집중을 했다. 캐나다 친구분 중 한 분은 우리와의 만남을 기억하고 싶다면서 본인의 위스키 이름은 'Honeymoon'이라고 짓기도 하셨다.
모든 투어를 마치고 나서, 기념품샵 겸 바에서 다들 아쉬운 나머지 몇 잔을 더 기울이며 수다를 떨었다. 편안하고 넓은 공간이고, 다양한 위스키들을 먹어볼 수 있으니 시간 여유를 가지고 방문하면 좋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