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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위마녀 Mar 27. 2022

Day 11-2. 글렌파클라스 증류소

1989년 위스키를 찾아서

글렌파클라스 증류소는 쉐리 성지 3 위스키  하나로  들려야 하는 증류소라고 생각했다. 넓은 평야 부지에 위치한 증류소는 위스키 페스티벌을 맞이하여 리미티드 위스키를 선착순으로 판매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품절될까 봐 노심초사했지만, 역시나 여유 있는 스코틀랜드 증류소.

 

스페이사이드 위스키 페스티벌 한정 + Distillery Exclusive. 영롱한 쉐리 캐스크의 진한 색깔.


글렌파클라스 증류소는 150년이 넘도록 Grant 가문에 의해서 운영되고 있는 가족기업이다. 이렇게 글로벌한 증류소가 한 가족에 의해서 운영되고, 총 직원수도 30여 명밖에 안된다는 것은 계속 들어도 놀랍기만 하다. 아무래도 가족기업이기 때문에 전통적인 방식들이 잘 이어져 내려오고 있고, 쉐리 캐스크가 구해지기 점점 힘듬에도 유러피안 올로로소 쉐리 캐스크를 고집하는 곤조까지 멋있게 유지되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글렌파클라스 '패밀리 캐스크'는 더 가치 있게 평가되는지도 모르겠다. 1952년부터 2003년(당시 증류소에서 판매하고 있는 패밀리 캐스크는 2003년까지였다.) 사이의 오래된 캐스크들을 모아 각 년도수가 적힌 시리즈를 출시하였는데, 특별한 해를 기념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멋진 선물이겠지만, 희소성과 테이스팅에 대한 찬사로 가격이 정말 어마 무시하다. 한국에서는 한잔씩 마셔볼 기회조차 어려운데, '매쉬 튠' 바에서 글렌파클라스 패밀리 캐스크를 거의 전 라인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니, 다시 가게 되면 1989년 한잔은 꼭 먹어봐야겠다. (작가의 탄생연도이다.) 아니면 1989년 바틀은 구매해서 와야겠다!

이외에도 글렌파클라스는 105 1968 출시하면서 최초의 CS 제품을 내놓은 증류소이기도 하며, 1973 최초로 비지터센터를 오픈한 역사도 가지고 있다.

 

한 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패밀리 캐스트. 한국에 와서 다시 보니 가격들이 저렴해 보인다.


오늘이 스페이사이드 위스키 페스티벌이 시작하는 날이었다. 매년 5월 1주일 정도 진행하는데, 예상했겠지만 소소한 동네잔치 정도의 느낌이다. 가장 큰 관광안내소에 가보았지만 팸플릿 정도 받아 왔고, 세계지도 속 '한국'에 깃발이나 꽂고 왔다.

 

대부분 유럽에서 많이 방문한 듯 하다. 동양에서는 아직 위스키 여행이 생소한 모양.


팸플릿에 나와있는 몇 가지 행사를 찾아서 더프트 타운에 있는 위스키 샵들을 가보았다. 동네 위스키 샵들에서는 다양한 동네 위스키부터 독립 병자 위스키들 중심으로 테이스팅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고 기념품을 팔고 있었다. 자체적으로 블라인드 테이스팅을 준비한 위스키 샵도 있었다.

 


역시 스페이사이드 대장 증류소답게 글렌피딕 증류소에서는 좀 더 축제다운 이벤트들을 몇 가지 준비하고 있었다. 흥미로웠던 것은 매년 공식적인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하여 수상을 진행하는 이벤트를 진행하는데, 꽤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다양한 위스키들을 시음해볼 수 있어서 재미있었다. 12년 이하, 13~20년, 21년 이상 숙성, Non Age 이렇게 4가지 테마별로 점수를 매기는데, 후보는 벤로막 10년, 카듀 12년, 글렌 그랜트 15년, 글렌리벳 21년 외 생소한 위스키들이었다.

 


8잔의 테이스팅을 마치자 취기가 올라왔다. 오늘은 스코틀랜드에서의 마지막 밤이었다. 2주일 가까이 있어서 한국이 그립기도 하고, 또 한편으로는 아직도 아쉽다는 마음도 같이 들었다. 세계여행은 도저히 못하겠다는 생각은 들고, 한 달 살기 정도는 해볼 법하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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