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니크 Oct 22. 2023

이번 면접은 붙을 수 있을까

끊임없이 최선을 다할 뿐.

 반가운 서류 합격 소식, 그러나 당황스러운 직무 변경 통보. 나는 6년 내내 1가지 직무에서만 근무를 했다. 내 어느 면이 그쪽 직무에 더 어울리다 생각했는지 전혀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어떤 일이 주어질지는 들어가 봐야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일단은 그 회사에 “들어가는 그 자체”가 더 중요한 일이었다. 또다시 자료조사 구간이 시작되었다. 면접을 보기 위한 처절한 산업과 회사와 직무에 대한 조사말이다.



그런데 말입니다.

“유럽 출장 좀 다녀오자”

“??예??”

“이번 유럽일정, 니수대리가 다녀와.”


아니. 저한테 왜 이러세요.

그렇게 가고 싶어 했던 유럽출장. 끝끝내 나에게 기회가 없나 싶었는데. 갑자기 이런 타이밍에? 

돌아 돌아 기회가 이제야 내게 왔는데. 인생이란 게 참.



그나마 다행히 면접 일정은 유럽출장 이후로 비교적 수월하게 잡을 수 있었다. 출장에서 돌아온 이후. 정말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슬슬 쪼들리기 시작하는 나. 본격적인 면접 준비를 위해 매일같이 해당 산업군의 뉴스를 읽었다. 내가 했던 업무를 다시 되새김질하기도 하고, 새로 가면 어떤 일을 하게 될지에 대한 목표도 구체적으로 수립했다. 근본적인 이직에 대한 나의 니즈와 욕심, 할 수밖에 없는 이유 등등. 어떤 누가 와서 내 얘기를 듣더라도 납득할 수밖에 없도록 면접 공략 전략을 짰다. 매일 몇 시간씩 면접 준비를 하는 것에만 매달렸다. 새벽 야근이 끝나고 돌아오는 날도 마찬가지였다. 이것은 절호의 기회였고, 내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야 했다. 나 스스로 내가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어느덧 다가온 면접일. 화상면접이 더 이상 처음은 아니지만 떨리는 건 역시 매한가지. 카메라랑 마이크를 세 번씩은 더블체크하며 시간 맞춰 대기해 본다.


자기소개와 지원동기로 시작된 실무진 면접. 가능한 내 반짝반짝 눈빛이 카메라 너머로 전달되길 바라며 면접에 임한다. 이력서를 바탕으로 지금까지 했던 일과,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관 위주로 질문이 많이 들어왔다. 앞으로 시장 방향성, 그리고 영어면접까지. 준비를 많이 했던 만큼 전체적으로 내 생각들을 무리 없이 잘 담아냈다. 나쁘지 않게 본 면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차 면접 합격 통보와 함께 인사팀 면접을 별도로 하게 되었다. 실무진 면접이 끝나서 약간은 가벼운 마음으로 임했는데, 생각보다 뾰족한 질문들이 들어왔다. 왜 이직하려고 하는지, 현재 회사는 어떻다고 생각했는지, 업무가 중간에 왜 바뀌게 되었는지 등. 해보지 않은 직무에 대한 걱정성 질문도 들어왔고, 연봉을 더 높게 쓴 이유에서도 질문을 받았다. 오히려 실무진 면접보다 더 직무면접 같았던 상황. 나는 곤란한 질문들도 요리조리 잘 대처하거나 피해 다녔다. 나름대로 평타취 이상은 했구나, 생각을 하며 면접을 끝낼 수 있었다.



이제는 마음을 비우고 기다리는 일뿐. 혹시 모를 실망을 대비해 너무 크게 기대하지는 않기로 한다.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내게 말할 수 있다. 그거면 됐다. 힘들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 무진장 애를 썼던 며칠간을 되뇌며, 나는 참 멋진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이 정도면 충분했다, 정말 노력했다. 설사 결과가 없더라도 그 과정만큼은 값졌다고, 그 사이에 배운 것들이 나는 또 많았었다고.



회사일은 여전히 끊임없이 몰려왔다. 썰물 없는 밀물만 존재했다. 새벽까지 하는 야근의 시간은 그칠 줄 몰랐고, 속으로는 ‘진짜… 내가 붙기만 하면..!!’ 하는 생각이 울컥 올라올 때도 있었지만, 메일함이 잠잠했기에 나는 그저 입 닫고 열심히 할 뿐이었다.



초겨울, 따뜻한 햇살이 사무실을 비추던 어느 날. 띠링, 하고 메일함 알림이 울렸다. 괜히 주위에 누가 없는지 한 번 더 확인한 뒤 핸드폰 화면을 스으윽 올려본다. 생전 처음 받아보는 오퍼 레터가 도착했다. 오퍼 레터. 오퍼 레터가 왔다는 말은 사실상 합격이라는 말과 동일하다. 쿵쾅쿵쾅 심장이 뛴다. '오.. 나.. 드디어 합격인 건가?!?!아니야, 아직, 잠깐만, 침착해봐, 건강검진도 남았고, 그리고...'


“니수씨! 지난번에 그 건, 구매팀에서 회신 왔는지 확인 한 번 더 해줄래요?” 옆자리 차장님이 말을 건다. 내가 핸드폰 보고 있단 사실을 알아채서 괜히 그러는 듯하다.


“네~!”


나는 최대한 태연한 척, 아무 일도 없는 척, 표정의 변화가 없는 모습으로 모니터를 바라본다. 쿵쾅쿵쾅 심장소리는 멈추지 않는다. 입가에 옅은 미소가 흘러나왔다.

이전 18화 또다시! 경력이직 서류접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