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성국 Jul 18. 2021

내 집이 생겼다

34살에 생긴 첫 집

5월 말 집을 계약했습니다. 


사실 집을 살 생각은 없었습니다. 전세 만기도 내년 4월까지라 시간이 꽤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불현듯 뭐에 홀린 것처럼 집을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제가 집을 사려했던 본능적인 이유는 2년마다 돌아오는 전세 만료일에서 벗어나고 싶은 것과 계속해서 오르는 주택 가격의 불안감에서 해소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제 서울이 아닌 경기도에서 살아도 괜찮겠다?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꼭 서울이 아니어도 괜찮겠는걸?


#서울 vs 경기도

원래 서울에 꼭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강했습니다. 회사가 강남이라 출퇴근 지옥에서 어떻게든 벗어나고 싶었던 마음이 컸기 때문인데요. 사실 아침 7시에 영등포에서 역삼 출근도 1시간이 걸립니다. 여의도 구간은 오히려 이른 아침에 더 많이 막히기 때문에 경기도에서 출근해도 시간은 10~15분 정도 차이가 나서 경기도로 이사를 해도 출퇴근에 문제가 전혀 없을 것이라 판단되었습니다. 10~15분 정도만 더 운전하면 내 집이 생기니 말도 안 되는 서울 집값에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지 않아도 될 것 같았습니다. 


#전세자금 대출 vs 보금자리론

그리고 무엇보다 기존에 있던 집(약 14평 오피스텔)에서 더 큰 평수로 이사를 가기 위해서는 더 넓은 오피스텔을 가거나 아파트 전세를 가야 하는 상황 었습니다. 그래서 주변 집을 알아보니 5~6억 정도 되는 전셋집에 들어가면 대출 이자만 약 100만 원가량이 나오고 부동산 수수료는 거의 500만 원에 육박하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전세대출 이자는 내면 사라지는 돈이기 때문에 보금자리론을 갚아가는 것이 훨씬 더 이득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보금자리론 2억 5천 정도를 대출하면 원금+이자를 갚는데 매 월 약 100만 원 정도를 내면 되기 때문에 전세대출을 하는 것보다 가격대가 맞는 주택을 매매하는 것이 장기적인 관점에서 훨씬 이익이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뭐 너무 당연한 이야기지만요.


#광교 vs 구리 vs 일산

집을 사기로 마음먹고 가장 많이 돌아다닌 곳은 광교, 구리, 일산 3곳입니다. 지인 추천으로 부동산 연락 후 매주 임장을 다니면서 집을 알아보다가 딱 지금 집을 원하는 가격보다 조금 더 낮게 매매할 수 있었습니다. 2~3개월 동안은 거의 매주 부동산을 알아보느라 정신없이 시간을 보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원하는 가격대의 집을 구할 수 있어서 정말 다행입니다 휴 



집 없어서 쫓겨났던 시절...


#집 없이 쫓겨나던 시절(2012)

2012년 대학생 때 휴학을 하고 무작정 서울 살이를 해보겠다며 올라와서 6개월 동안 집 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닌 적이 있습니다. 고향에 좋은 집을 두고 왜 고생을 사서 했는지... 그땐 집이 없어서 정말 서러웠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다 추억이 되는 것 같습니다. 


#집과 회사가 하나이던 시절(2014)

그리고 2014년 취업한 첫 회사는 집과 회사가 하나인 서대문의 허름한 오피스텔이었는데요. 27살 나이에 정말 열정 하나로 일했던 시절이라 가능했지 지금 다시 하라고 하면 절대 못할 생활입니다. 화장실은 온수도 안 나오고 사용하기엔 정말 힘들 정도였던 공간에서 열정 하나로 1년을 버텼습니다. 씻을 수도 없어서 헬스장에서 샤워하고, 겨울엔 유리창이 깨져서 테이프로 구멍을 막으며 생활했는데 정말 말도 안 되는 곳에서 살았었습니다. (그땐 정말 뭐에 홀려서 미쳤던 것 같네요 ㅎㅎ)


#사촌 형과 3년 동안의 자취(2015~2018)

그리고 집다운 집에서 살기 시작한 것은 사촌 형과 원룸에서 자취를 하면서 였습니다. 보증금 5,000에 월세 53만 원 혼자서 감당하기엔 너무 큰돈이었고 당시 서울에서 근무를 해야 하는 사촌 형과 타이밍이 절묘하게 맞아서 둘이 3년을 원룸에서 같이 생활했습니다. 거의 잠만 자는 방으로만 사용하고 다른 용도로는 사용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따뜻한 온수가 나오고 유리창이 뚫려 있지는 않았으니 천국이 따로 없었습니다.


#결혼 후 2룸 신혼집(2018~2021)

결혼 당시 너무 정신없이 준비하느라 집을 많이 알아보지 못한 채 기존 살던 집 근처에 있는 투룸 오피스텔 전세에 들어가 3년을 살았습니다. 드디어 거실이라는 것이 생겼고 안방과 옷방이라는 구분이 생기니 너무 신기했습니다.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흘러 2년은 금방 지나갔고 다시 2년을 연장하고 지내던 중 이제는 매매를 해야 할 때라는 생각에 지금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내 집 마련 축하해!

사실 아직도 실감이 안 납니다. 집을 사긴 샀구나 라는 기분이 드는 건 주변에서 축하한다는 인사를 받을 때 빼고는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지금도 집을 정리하느라 정신없고 아직 부족한 인테리어를 보수하느라 하루하루를 정신없이 보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내 집이라는 게 생겼다는 것을 실감하는 순간은 내 집에 묻은 얼룩을 보면서 신경이 쓰이고 손수 바닥과 벽지를 청소하는 제 모습을 보면서 느끼곤 합니다. 이제는 정말 '내' 집이기 때문에 누가 시키지 않더라도 먼저 청소를 하게 되고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게 되는 것 같네요.


정말 감사하게도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첫 보금자리를 마련하게 되었습니다. 한 편으로는 기쁘고 또 한 편으로는 또 새롭게 시작될 삶이 기대가 됩니다. 10년 전 집이 없어 원룸 집 아저씨에게 사정을 편지로 쓰던 그 시절이 이제는 웃으며 말할 수 있는 추억이 되어 정말 다행입니다. 


그땐 참 서러웠는데
지금은 참 행복합니다

앞으로 더 열심히 살아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월 천을 벌면 행복할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